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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음’ 울리게 한 보수집회 무질서와 폭력..문화재 무단침입에 취재진 폭행

종로구청 “무단침입자 특정되면 고소고발”..경찰 “폭력시위 연행자 46명 1차 조사중”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10-04 14:22:02 수정 2019-10-04 14:29:20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 있는 국가지정문화재인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 보호 울타리 내에 화환과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2019.10.04ⓒ민중의소리


보수단체들이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며, 문화재 무단 침입과 인근 건물 기물 파손 등 행태를 보인 것이 확인됐다. 관계 당국은 범법 행위를 한 당사자를 확인해 고소 고발 조치 등을 할 방침이다.


또 취재진과 경찰에 대해 폭력, 추행을 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연행자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채증 자료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바로 건너편 세종대로 사거리에 위치한 국가지정문화재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에서는 몇 차례나 경보음이 울렸다. 광화문 인근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보수집회 참가자 중 일부가 울타리를 넘어가는 등 과도하게 문화재 근처로 다가가 경보음이 울린 것이다.  


또 이들은 집회에서 나온 쓰레기, 화환 등을 문화재 보호 울타리 안쪽에 버렸다. 집회 다음날인 4일 오전까지 문화재 울타리 안에는 쓰레기 더미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광화문에서 집회 많았지만, 경보음 울린 건 처음" 

"사건 진위 확인하고, 관련자 특정되면 고소 고발할 것"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 있는 국가지정문화재인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 보호 울타리 내에 쓰레기더미가 쌓여있다.2019.10.04ⓒ민중의소리


'고종즉위 40년 칭경기념비'는 1902년에 건립된 대한제국기 고종황제 관련 기념비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71호이다.  


해당 문화재를 관리하는 곳은 서울 종로구청이다. 구청에서는 해당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기념비각 주변으로 철제 울타리를 쳐놨다. 울타리에 설치된 입구에는 '접근금지', '적외선 탐지기 작동중. 경고음 주의'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또 기념비 터 안에는 2개의 적외선 센서가 가동중이다.


4일 종로구청 문화과 관계자는 일부 보수집회 참가자의 문화재 무단 침입과 관련해 "어제 경고음 보고를 받아, 경찰에 협조요청을 했다. 경찰이 두 차례 정도 출동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와 같은 경우 워낙 (집회 참가자들이) 강경해서, 경찰들도 조치를 취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문화재 안으로 무단 진입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10시 50분 경, 종로구청 문화과 관계자들은 문화재 파손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나왔다.  


현장에 온 종로구청 관계자는 해당 문화재를 살피며 "그동안 광화문에서 집회가 많았지만, 경보음이 울린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고, 무단 침입한 사람이 특정되면 고소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의 모습. 2019.10.04ⓒ민중의소리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어지럽힌 것은 문화재만은 아니었다. 집회가 진행된 광화문 광장 이곳 저곳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전날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있었다. 해외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성조기, 패트병, 손피켓 등 쓰레기가 남아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019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문화재 무단 침입 및 쓰레기 투기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경기 광주시갑)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문화재 무단 침입을 했다. 석상을 발로 딛고 넘어가더라. 문화재 안에서 술을 마셨는지, 술병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더라. 경찰이 조사해 달라"고 발언했다.  


'질서 있는 집회' 공언했지만..아찔한 상황 이어져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10.3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문재인 탄핵 10.3 국민 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은 이재오 전 의원은 "오늘 우리들의 집회는 철저하게 비폭력"이라며 "300만이 지나가는 자리에 먼지 조각, 휴지조각 남지 않는 질서있는 집회가 될 것"이라고 공언(空言)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3일 해당 집회와 세종문화회관 인근서 열린 자유한국당 집회에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 질서가 무너졌다 


집회 주최측은 참가자들의 통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 집회 무대 쪽으로 가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는 사람과 집회 장소에 막 도착한 사람들의 동선이 뒤엉켰다. 키가 작은 아이들과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이 옆과 뒤에서 몸을 밀치며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넘어지는 등, 아찔한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결국 집회 참가자들은 사람들을 피해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 앉거나 건물 난간에 걸터 앉았다. 일부는 화단에 헤치고 들어가 앉기도 했다. 교보빌딩 근처에서 한 경비 노동자가 질서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 후에야, 보수집회 주최 측은 압사의 위험이 있다며 질서를 지켜달라고 방송했다.  


'비폭력 평화 시위'라 했지만..경찰, 취재진 폭행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경찰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2019.10.03.ⓒ뉴시습


이날 보수단체 집회는 '비폭력·평화시위'와도 거리가 멀었다.  


3일 오후 보수단체 참가자 일부는 욕설을 내뱉으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의 창문과 벽을 두드리며 위협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만난 서명지기 A씨는 "늘상 있었던 폭력이었지만, 어제 보수집회 때는 특히 심했다"며 "보통 영상을 찍으면 그만하는데, 그날은 오랫동안 욕을 하며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당시 세월호 기억공간 안에는 자신 외에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관계자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들이 막고는 있었지만 기억공간 옆으로 다니면서 창문을 두드리고, 쓰레기를 버렸다"며 "행진을 마치고 온 집회 참가자들이 날이 어두워지자 더욱 과격하게 욕설을 하고 물병을 집어던졌다"고 전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공간의 모습. 2019.10. 04ⓒ민중의소리


또 집회 참가자들은 취재 기자들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성추행, 폭행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의 한 기자는 시위대에 둘러싸인 채 성추행을 당했다. 시위대들은 해당 기자의 신체 일부를 손으로 때렸고 또 욕설을 퍼부었다. 또 시위대들은 복귀하는 취재차량을 둘러싸고 발로 차고, 가격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 앞까지 진출한 뒤에는 '폭력 시위' 행태를 보였다. 경찰이 청와대 방향으로의 진출을 저지하자, 참가자들 중 일부는 경찰 방패를 뺐고, 각목을 휘둘렀다. 일부 참가자는 인화성 물질인 휘발유를 소지하기도 했다. 폭력 시위를 벌이던 이들은 경찰에 연행됐다.


4일 서울종로경찰서에 따르면, 3일 청와대 인근 집회와 관련 현장에서 연행된 인원은 총 46명이다. 경찰은 강동, 광진, 구로, 용산, 혜화, 성북, 중부 등 7개 경찰서에서 이들에 대한 1차조사를 진행했으며, 향후 채증 자료 등을 분석해 범행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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