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9546.html?_fr=mt2


법원이 〈한겨레〉 보도 승소 판결문에서 ‘가짜뉴스’ 개념을 정의했다

등록 :2020-02-24 17:21 수정 :2020-02-24 20:59


[뉴스AS] 법원이 정리한 가짜뉴스 정의는?

서울서부지법,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손배 승소 판결문서 가짜뉴스 정의

“가짜뉴스 핵심요소는 ‘내용의 진실성’ ‘정보 전달 과정에서의 의도 여부’”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극우성향 기독교단체 ‘에스더기도운동’을 가짜뉴스 공장이라고 밝힌 <한겨레>의 탐사기획 보도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를 두고 가짜뉴스 유포자로 지목된 이들이 한겨레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정은영)는 지난 19일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6명은 각각 8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기사 내용을 허위사실로 볼 수 없고 보도의 중요 부분이 진실에 부합하며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이례적으로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개념을 규정해 눈길을 끕니다. 재판부는 “가짜뉴스는 아직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그 핵심적인 요소는 ‘내용의 진실성 여부, 즉 정보에 포함된 사실이 실재하는가’ 그리고 ‘정보의 전달 과정에서 어떠한 의도가 있는가’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유튜브 동영상에서 원고가 허위조작 정보를 전달하고 있고 같은 취지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올라오며 허위조작 정보가 전파되는 것을 두고, ‘원고가 가짜뉴스를 전파한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주요 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차별금지법 및 동성결혼 합법화 등과 관련한 원고들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강의 중 ‘동성애를 비윤리적이라고 표현하면 처벌받음’, ‘동성애를 정상이라고 인식할 때까지 처벌하여 그 생각을 뜯어고치겠다는 무서운 법’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을 보면 단순히 동성애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미국 아이다호주에 사는 냅 목사 부부가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역 180일을 살고 벌금은 매일 1천달러씩 내야 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냅 목사 부부는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역 및 벌금형의 유죄판결을 받은 바 없다”고 팩트체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2018년 9월 <한겨레>는 탐사기획 보도를 통해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 등을 이용해 에스더기도운동을 ‘가짜뉴스 유통 공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겨레>는 해당 보도에서 에스더기도운동이 △동성애 커플 주례 거부 목사 징역형 △메르스 에이즈 결합 슈퍼 바이러스 창궐 △동성애 교육 항의 아버지 감옥행 등의 가짜뉴스를 만들었다고 지목했습니다.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을 검증하며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독교 전문 매체 <뉴스앤조이>를 대상으로 한 앞선 판결과 배치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김병철)는 지난 15일 <뉴스앤조이>가 개신교계 반동성애 진영의 김지연 약사(한국보건정책연구원장), 유튜브채널 ‘케이에이치티브이’(khTV), 비법인사단 ‘지엠더블유(GMW)연합’을 ‘가짜뉴스 유포자’로 보도해 이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이들에게 각 1천만원씩 총 3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관련 표현을 삭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가짜뉴스 표현을 두고 “이런 공격적인 표현은 사회의 올바른 여론형성 및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바가 없고 원고를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단체로 낙인찍어 공개토론의 장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짜뉴스’가 사회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에 허위는 없는지 등을 따로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겨레> 보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원고들이) 퍼뜨려온 정보를 가짜뉴스로 볼 만한 근거가 무엇인지 따져보는 절차를 밟았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쪽에서 유포해온 정보가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법원이 확인해줬다는 점도 의의가 크다”고 봤습니다. <뉴스앤조이> 관련 판결에 대해서는 “실제 허위사실 유포 여부와 별개로 ‘가짜뉴스 유포자’ 같은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했는데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누군가 허위사실을 유포해도 언론이 ‘가짜뉴스를 유포했다’고 지적하는 게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두 재판 결과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는 법의 영역이 아니지만 법에서 다툰다면 그 지칭의 의미가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한겨레>와 <뉴스앤조이>의 보도는 법정에서 가릴 필요조차 별로 없었던 허위성 여부에 대한 입증이 충분한 보도였는데, 이에 대한 판결이 엇갈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교수는 이어 “법적으로 보도에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걸 최대한 넓게 판정할 필요가 있다”며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지어내지 않는 한 누군가를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김민제 김완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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