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5382


'펠로시 패싱' 보도 쏟아낸 영미 매체들... 국내 언론은?

[주장] 외신은 '윤 대통령의 패싱'에 초점, 한국 언론은 두 종류의 책임론으로 양분

22.08.07 16:07 l 최종 업데이트 22.08.07 16:07 l 하성태(woodyh)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대한민국 대통령은 서울에서 여름휴가 동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았다. 그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포함한)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과의 회담을 건너 뛴 유일한 아시아 지도자였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발로 보도한 '펠로시 방한' 관련 기사(<'Vacationing South Korean President Didn't Meet Nancy Pelosi in Person'>)의 서두다. 외신의 초점 역시도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싱가포르‧일본 등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 기간 유일하게 직접 대면하지 않은 정상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미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 의장의 방한을 두고 '펠로시 패싱' 등과 같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속속 외신들의 평가가 나오는 중이다. 먼저 5일 <뉴시스>가 전한 <미국의소리>(VOA)의 4일(현지시간) 보도를 보자.

 

리스 전 실장(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한국 대통령실 측의 '이중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의 고위 인사이며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관련해 한국이 필요할 때 목소리를 높여줬던 인물임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은 '한미관계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이다. 리스 전 실장은 그러면서 "그 의도가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 정책국장은 "의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이런 실수가 전반적인 미한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기로 한 결정이 휴가 때문이었다면 괜찮지만 중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면 '실수'다"고 강조했다. - <美전문가들 "펠로시 방한, 한미관계 확장"..의전 평가는 엇갈려>, 5일 <뉴시스> 기사 중


<뉴시스>의 기사 제목과는 사뭇 다른 논조다. <미국의 소리>가 전한 미 외교 전문가들의 의견은 꽤나 강경했다. '한미동맹'과 '중국 견제' 기조가 우세할 수밖에 없는 시각임을 전제하더라도 이목을 끌만한 평가였다.


'펠로시 패싱' 비판 쏟아낸 영미 매체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미 주요 매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간지를 포함해 폭스뉴스, USA 투데이 등 미 매대다수 매체가 'snubs'(무시), 'avoid'(피하다), 'skip'(건너띄다)란 표현을 제목으로 뽑으며 '윤석열의 패싱'에 주목했다. 영미권이 대체로 같은 반응이었다. 먼저 <가디언>의 4일 <중국 달래기 위해 낸시 펠로시 피한 한국 대통령>('South Korean president accused of avoiding Nancy Pelosi in bid to placate China') 기사를 보자.

 

"펠로시는 미국 권력 서열 3위 정치인이다. 과거였다면 한국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이 대화를 시도했을 거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번 정부는 '펠로시 방한'을 과도하게 정치적 이슈로 삼거나 불필요하게 중국을 적대시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한 듯 보인다."


<가디언>이 <코리아타임즈>를 인용해 보도한 아주대 김흥규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의 분석이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이 지난 2015년 방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만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이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던 지난 3일 저녁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 대통령의 행보를 전한 <워싱턴포스트> 4일 보도도 눈에 띈다.

 

"펠로시가 수요일 밤 (서울에) 도착하기 직전, 윤석열 대통령은 연극공연을 본 뒤 배우들과 함께 저녁식사와 술을 마시며 만찬을 가졌다. 목요일 펠로시 의장이 한국 고위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 그 사진들은 소셜 미디어에 퍼졌다."


이어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한국 대통령이 자택휴가 때문에 낸시 펠로시와의 회의 불참>(South Korea's president skips Nancy Pelosi meeting due to staycation) 기사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적은 표차로 당선된 신임 대통령이 취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회담 불발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에 대한 우려로 의도적으로 펠로시를 기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즈>('South Korean president snubs Nancy Pelosi as China tensions rise')와 <블룸버그>('SouSouth Korea Leader Snubs Pelosi Over Holiday, Adding to His Woes') 또한 'snubs'란 표현을 제목으로 뽑고, 윤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지지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중 윤 대통령의 '펠로시 패싱'이 "미국에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한 <블룸버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을 인용 "미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기로 한 결정은 동맹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도 한국 특파원발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휴가 일정으로 펠로시의 만나지 않은 데 대해 한국 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며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이 대통령의 직무 소홀 비판을 재차 일으켰다"고 직격했다. <디플로맷> 역시 펠로시가 입국할 즈음 윤 대통령이 연극을 관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국내 주요 언론 논조는 조금 달랐다

 

"국제 관련 사고나 외빈이 방문할 때, 정상회담이나 외신 기자가 질문을 할 때, 윤 대통령과 그의 팀은 실수를 한다(fumble the ball)(...). 대통령과 다른 이들의 역량 부족의 증거가 쌓이고 있다. 한국에 좋지 않은 일(이다)"


앞서 소개한 '펠로시 방한' 기사를 쓴 <파이낸셜타임즈> 한국 특파원인 크리스천 데이비스기자가 4일 밤 본인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단상이다. 펠로시 방한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경청할 만한 고견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국내 주요 언론의 사설 속 논조는 어땠을까. <중앙일보>는 5일자 사설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외쳐 온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으며 이렇게 주장했다.  

 

"대통령실의 미흡한 응대는 펠로시 방한이 미·중 갈등의 상징인 대만 방문 직후에 이뤄지는 바람에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란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곧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마당에 중국과 껄끄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설령 중국을 의식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일이다. 자칫 한·미 동맹에 묘한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쌓이면 윤석열 정부도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점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 5일자 <중앙일보> '사설' <동맹 강화 외치며 펠로시 안 만난 윤 대통령> 중에서


<중앙일보>의 경우, 영미 매체 못지 않게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까지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에 대해 일종의 경고를 보냈다.


펠로시 방한을 둘러싼 윤 정부의 갈팡질팡 '아마추어' 외교에 대한 지적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사이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우리 외교의 근본적인 난맥상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5일자 일간지 사설의 양상 자체가 그랬다. 

 

▲ <한겨레>, <윤 대통령-펠로시 통화, 혼선 가중시킨 오락가락 외교>

▲ <경향신문>, <펠로시 방한 둘러싼 '오락가락 외교'와 미숙한 대응>

▲ <한국일보>, <국익 고려해 펠로시와 만남 대신 통화했다는 尹>

▲ <동아일보>, <尹-펠로시 만남 대신 통화… 의전 혼선 드러낸 '중추국가' 외교>


이와 달리, <조선일보>는 <美 펠로시 의장 '의전 실종'으로 드러난 우리 정치권의 모습>이란 사설을 통해 "여야 없이 모두 내분에 정신을 팔고 있으니 정작 중요한 외교 의전엔 관심도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도 <펠로시 앞에서 초당외교 잊은 대한민국 정치>이란 사설을 통해 "펠로시의 방한은 그러나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서 고도의 정세 판단과 대응을 요구받는 우리 외교의 과제와 더불어 초당적 협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정치의 빈곤함을 여실히 드러낸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영미 외신들이 '한미동맹' 및 '펠로시 패싱'에 주목한 것과 달리 국회 및 정치권 전체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이날 <조선일보>를 포함한 일부 매체는 '소수 의견'에 해당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발언을 싣기도 했다. 

 

"(의전서열상) 파트너에 맞지 않는 거고 휴가 중인데 어떻게 만나요. 그래도 만나야 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으니까 만날까 말까 하다가 결국은 전화통화하는 걸로. 제가 봤을 때는 이게 신의 한 수거든요. 쉽게 봤을 때는 내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나주기도 뭐 한 상황이고 조금 여러 가지 상황상의. 그래서 그건 묘법, 묘책을 찾은 것 같아요. 그게 모든 것의 전말이고요."(CBS라디오 <한판승부> 4일 방송)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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