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원, 암호도 안풀어 놓고 “대화록 없다” 거짓말
등록 : 2013.07.19 19:46수정 : 2013.07.19 22:26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찾기 위해 19일 오후 경기 성남 수정구 시흥동 국가기록원을 다시 찾은 여야 열람위원들이 열람장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야당 “왜 얘기 안했나” 따지자
국가기록원 “사과드린다” 대답
성급한 발표로 정쟁 부추긴 꼴

국가기록원이 대통령기록관에 보관중인 참여정부의 전자문서를 복호화(암호를 푸는 것)해 검색해보지 않은 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없다’고 단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록원이 ‘엔엘엘(NLL) 포기 발언’ 논란을 검증할 핵심인 대화록의 존재 여부를 확증할 수 없는 부실한 방법으로 자료를 검색한 뒤 성급하게 ‘대화록 부재’를 공언해 소모적인 정쟁과 갈등을 부추긴 셈이다.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국가기록원의 전산전문가는 “전자문서 형태의 지정기록물은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본문을 검색하려면, 암호를 쳐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본문 검색은 안 했다”고 말했다고 여러명의 운영위 참석자가 19일 전했다. 15~30년 동안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지정기록물은 함부로 열어볼 수 없도록 암호화해 보관하기 때문에 대화록 존재 여부를 확증하기 위해선 이 암호를 풀어 본문을 검색해야 하는데도 이런 과정 없이 일반적인 키워드 검색만 했다는 것이다.

앞서 국가기록원은 지난 15일 국가기록원을 방문한 여야 열람위원들에게 “회의록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근거가 뭐냐’고 묻자, 국가기록원 쪽은 “전자문서는 키워드로 제목·본문을 검색할 수 있다. (책자 등으로 된) 비전자문서는 키워드로 목록을 검색할 수 있지만 본문은 검색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마치 ‘적절한’ 방법으로 전자문서를 검색했고, 비전자문서도 할 수 있는 검색은 다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기록원은 당시 전자문서의 암호화·복호화와 관련한 설명은 아예 빠뜨린 채 본문 검색을 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고, 비전자문서라도 목록 검색만으로는 대화록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국가기록원은 여야 열람위원들이 2차 방문한 17일에도 “1차 방문 전 사흘, 2차 방문 전 하루, 5명을 투입해 비전자문서를 포함한 목록과 본문을 검색했다”며 회의록이 없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18일 운영위에서 민주당 열람위원들이 “왜 이런(암호를 풀어서 검색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두차례 방문했을 때는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국가기록원 쪽은 뒤늦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각종 추측성 발언으로 인해 혼선이 커지고 있다”며 “국가기록원이 현재까지 어떤 작업을 어떻게 했는지 등 대화록 탐색 상황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보고해서 혼선부터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김종철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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