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634213.html

[사설] 1명도 못 구한 무능정부, 통제에는 실력 발휘
등록 : 2014.04.23 18:51수정 : 2014.04.24 09:37 

구조에선 한없는 무능을 드러낸 정부가 통제에는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배 안에 갇힌 사람을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가 충격과 슬픔에 빠진 가족들을 보듬기는커녕 오히려 범죄인 취급하며 타들어가는 가슴에 분노의 기름을 끼얹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인명 구조를 가볍게 여긴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작태다.
 
해경이 침몰사고 당일 청해진해운에 보낸 공문은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부근 어장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조속히 선박을 인양하라고 재촉하는 내용이다. 수많은 학생이 가라앉는 배 안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그 순간에 ‘어장·양식장의 오염 발생 피해’ 운운하는 해경의 무감각과 몰상식이 참으로 놀랍다. 이것 하나만 봐도 사고 당일 해경의 대처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자원봉사에 나선 100여명의 민간 잠수사들이 해경과의 갈등 끝에 철수하는 일도 발생했다. 해경 관계자가 폭언을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유가 무엇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해양·선박 관련 교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날한시에 일제히 입을 다문 것도 석연치 않다. 구조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정부의 무능을 날카롭게 지적해온 전문가들이 21일부터 인터뷰를 거절한 채 동시에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전문가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정부나 정보기관이 압력을 행사한 결과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엄중한 사건이다. 군사정부 시절 언론에 재갈을 물렸던 ‘보도통제’의 망령이 떠오른다.
 
가족들에 대한 경찰의 무리한 대처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구조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을 참다못한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겠다며 도보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은 카메라와 캠코더를 동원해 얼굴을 찍는 채증활동을 벌였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등지에 대거 투입된 사복경찰들에 대해서도 가족들은 동향을 파악하고 동태를 감시하려는 목적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이 가족들을 범죄자 집단쯤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당장 이런 짓은 중단해야 한다.
 
재난사고에서 인명 구조보다 우선순위가 앞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공무원들이 재난구조보다 청와대와 ‘윗분’의 심기를 헤아리는 데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숯검정이 돼버린 가족들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다. 언제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관료의 못된 습성을 떨쳐낼 것인지 안타깝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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