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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하나씩 침몰시켜 일자리 만들자” ‘막말’로 정체 들통난 통합당 후보들
“극우 아니다” 주장하지만 세월호와 5.18 망언 계속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04-09 21:57:05 수정 2020-04-09 21:57:05
김범수 미래통합당 21대 총선 용인정 후보자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일베가 대한민국을 통치한다’.
지난 2015년 극우성향의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주목한 ‘미래한국’이라는 언론매체의 한 기사 제목이다. 2014년 9월 광화문 세월호 단식 농성장에 나타난 일베 회원들이 단신 농성을 벌이던 유가족을 상대로 벌인 이른바 ‘폭식 투쟁’을 옹호하는 등 일베 현상을 심층분석한 기사다. 일베 회원들은 “일베 담당기자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감탄하며 기사 내용에 공감했다.
‘미래한국’은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는 등 태극기 집회에서 나올 법한 주장을 한다. ‘미래한국’의 발행인은 21대 총선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범수 후보(경기 용인정)다. 통합당은 김 후보를 일찌감치 용인정에 단수공천했다. ‘미래한국’은 지난해 12월 김 후보를 인터뷰하면서 “아이비리그 출신 북한인권운동가”라고 치켜세웠다.
이런 김 후보를 두고 ‘과연 국회의원 자격이 있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국민을 대표하기에는 상식과 눈높이에 맞지 않고 공감 능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용인에서 살고 있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최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김 후보를 직접 알고 있다며 “내가 함께 유학했던 사람들 가운데 정치를 하겠다면 짐을 싸 들고 말리고 싶었던 유일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선 소장은 “김범수는 내가 유학하던 시절 나보다 1년 늦게 들어온 후배였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고는 아연실색했다”며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빨갱이들의 준동으로 여기고, 북한 폭격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르짖던 친구다. 주옥순과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와 같은 용인정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후보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상대 후보가 좀 극우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 후보의 선거 공보물에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제가 한 행동들을 상식적으로 또는 우리나라 중도세력의 기준에 맞춰서 (보면) 조금도 논란되는 부분이 없었다”고 의아해했다.
또한 이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해 “(엄마부대봉사단 대표) 주옥순 씨와 ‘새한국’이라는 극우단체를 구성했다는 의혹이 있고, 주 씨와 MOU를 체결한 뒤에 우리 용인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니까 ‘미래한국’ 사이트에서 (그 내용이 담긴) 기사를 일방적으로 삭제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래한국’ 사이트에선 관련 기사가 삭제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주옥순 우먼채널, 미래한국과 업무협력 체결’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사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미래한국’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표방해 온 굉장히 좀 드문 매체”라며 “이명박 대통령 때나 박근혜 정부 때도 늘 비판적인 입장에 서 왔다. 그래서 저희를 두고 ‘극우’라고 하는 일부의 표현은 지극히 편향적이고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주 씨와 함께 MOU를 맺은 데 대해서도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다 보면 많은 분들을 만난다”며 “그중 한 명을 딱 집어서 ‘왜 가까우냐, 누구랑 왜 사진을 찍었느냐’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정치적이고 악의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후보의 해명은 과거 행적에 비춰볼 때 납득되기 어려워 보인다.
일베 사이트에 올라온 미래한국 기사ⓒ일베 사이트 캡처
차명진의 ‘세월호 망언’은 시작일 뿐이었다
단순히 김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합당 후보들이 잇따라 막말을 하면서 ‘정체’을 들키고 있다. 일베를 비롯한 극우 성향의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거나 북한을 비난하고 안보 불안감을 부추기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통합당 후보들 가운데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장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가 지난 6일 진행된 OBS 경인방송 후보자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는 망언을 또다시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에게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며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다.
차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과거 자신의 막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대뜸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었다”며 “세월호 텐트를 성역시해서 국민의 동병상련으로 국민 성금을 다 모아서 만든 그곳에서 있지 못할 일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면서 총선 패배 위기에 직면하자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대표가 공개적으로 나서 사과했다. 또 차 후보를 당에서 제명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 상식에서 동떨어진 막말은 감출 수 없다는 듯이 통합당 후보들 사이에서 계속 터져 나왔다.
최춘식 후보(경기 포천·가평)는 7일 자신의 네이버밴드 계정에 한반도 지도와 함께 “4.15 총선, 보수가 이기면 좌파와 주사파들은 이 지역(북한)으로 이주한다. 보수가 지면 이 지역(남한)은 공산화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고 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현 대변인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변하겠다는 미래통합당 후보가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섰다”며 “반헌법적 색깔론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최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 연설 모습ⓒ영상 캡처
주동식 후보(광주 서구갑)는 8일 KCTV 광주방송을 통해 방영된 후보자 연설에서 “광주는 80년대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 생산 대신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 과거 비극의 기념비가 젊은이들의 취업과 출산을 가로막는 도시로 추락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폄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40년간 밝히지 못한 진실과 그로 인한 광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광주지역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라면, 결코 입에 담지 못할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주 후보는 2018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자리 창출 고민할 것 없다. 앞으로 세월호 하나씩만 만들어 침몰시키자”, “세월호 2,3,4…1000척만 만들어 침몰시키자. 진상조사위 등 양질의 일자리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글을 적은 것이 뒤늦게 확인돼 또 다른 막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주 후보는 “세월호 진상규명한다며 혈세를 낭비하는 행태를 비꼰 풍자”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또한 주 후보는 작년부터 ‘위안부상 반대 수요 집회’에 10회 이상 참여해 “위안부 동상은 ‘강제로 끌려간 소녀’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고 국민들에게 주입한다”, “위안부 동상은 한국인들이 숭배하는 우상”이라는 등의 망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그런데도 주 후보는 통합당 공천을 받아 21대 총선 후보로 나설 수 있었다.
이근열 후보(전북 군산)는 선거 공보물에 ‘군산의 새로운 랜드마크, 군산 차이나타운. 문화센터, 백화점, 중국 유곽, 음식 거리로 확대발전’이라는 공약을 내걸어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서 유곽은 ‘많은 창녀를 두고 매음 영업을 하는 집 또는 그런 집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후보는 뒤늦게 “공약 회의 도중 모르는 단어가 있어 확인 후 조치하려고 했는데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유곽 정도의 단어도 모르는 분이 국회의원 후보로 적합한지 먼저 묻고 싶다”고 응수했다. 김 대변인은 “막말을 유세 기간에 하는 것도 모자라 공약에 막말을 넣었던 전례가 있나 묻고 싶다”며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처럼 선거운동 와중에는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지만, 통합당 현역 의원들 가운데 막말 전력이 있는 이들도 대거 출마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쯤되면 ‘망언통합당’” “‘말’보다 그 ‘당’이 문제”
통합당 지도부는 이들의 막말을 ‘개인’의 일로 치부하고 있지만, 공천권을 쥐고 있던 만큼 이들도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이쯤되면 ‘망언통합당’”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김종인 위원장은 한 번만 기회를 달라 고개를 숙였고, 황교안 대표도 사과했다”며 “그러나 5.18 망언 3인방을 감싸고 돌았던 황교안 당대표가 5.18 민주화운동을 ‘하여튼 무슨 사태’로 취급했고, n번방 ‘호기심 망언’으로 천박한 인식 수준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을 국민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다. 당대표조차 망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당이, 이루 다 열거하기도 힘든 망언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 대표를 필두로 망언을 일삼는 후보들에 대해 엄중한 조치는 물론 진정한 사죄가 없다면, 통합당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중당 윤희숙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통합당은 후보 제명하다 선거가 끝날 것 같다”며 “‘말’보다 그 ‘당’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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