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4855.html?_fr=mt1

[단독 인터뷰] ‘청와대 글’ 원작자 “대통령 안바뀌면…”
등록 : 2014.04.28 18:42 

청와대 누리집에 올라왔다 삭제된 게시글 ‘당신이 대통령이어서는 안되는 이유’의 글주인 박성미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애초 글 내용 캡쳐 사진.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 쓴 박성미씨 
“대통령 그대로 가면 위험도 그대로 안고 가는 것”
 
“(언론이) 저에게 너무 주목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실종자와 가족분들에게 필요한 취재에 더 집중해주세요.”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란 제목의 글로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은 글의 원작자는 박성미(35)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28일 오후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쓴 글이 맞다”며 “오늘(28일) 저녁,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2007년부터 단편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현재도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박씨가 25일 본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은, SNS에서 퍼지다가 27일 오전 한 누리꾼이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란 제목으로 옮겨 게시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었다. (아래 전문 참조) 해당 글은 28일 오전까지 청와대 게시판에서만 조회수 50만회를 돌파했으며, 접속자가 몰리면서 한때 게시판 자체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해당 글은 이날 오전 게시판에서 삭제됐고, 청와대 쪽은 “글을 올린 이가 삭제를 원해서 방법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가 글의 출발점이 됐다. 박씨는 “사고가 나고 처음 며칠 간은 구조방법에 대해서만 찾아헤맸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죄책감만 들고 너무 미안했다. 슬픔은 분노로 바뀌었다. 정부가 다양한 구조 제안들을 거절하는 걸 보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러다가 문득, ‘내가 해경이었으면 어땠을까, 내가 관리자였으면 어땠을까, 내가 구조대책본부장이었으면 어땠을까, 구조하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리더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대책본부가 10개나 된다.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조치가 있었다면, ‘내가 책임지고 애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라도 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고 말했다.
 
‘리더의 철학’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아무리 리더가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의 말 자체보다, 이 사람이 평소 어떤 걸 더 원해왔는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각종 ‘유언비어’를 통제하고 정부 비판을 막으려 애쓰는 일들은 아랫사람들의 눈치보기에서 비롯됐으며, 이 때문에 구조작업에 제대로 힘을 쏟지 못한 걸로 보인다는 것이다.
 
박씨는 “대통령 하야 요구는 정치적일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이라면서도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하야 요구는) 분노나 복수의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이 그대로 가면 내각이 바뀌어봤자, 바뀐 사람들도 윗사람 눈치를 우선해서 볼 거다. 대통령을 그대로 안고 가면 위험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며 같은 위험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장비 하나 더 만들고, 법률·제도를 새로 만들어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사람 하나하나의 마음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 내내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글이 주인공이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누리꾼에 대해서도, “글의 내용을 공유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니까 괜찮다”고 했다. “<한겨레>는 실종자와 가족들을 위한 취재에 집중해달라”고도 거듭 부탁했다.
 
박씨는 자신의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오전 직접 게시판에 들어가 해당 게시글을 살펴봤다. 글 아래 쓰인 댓글 180여건은 따로 저장했다. “고마워서”다. “시민들이 쓴 댓글 중에 주옥 같은 글이 많았어요. 사실 대통령은 (일을 잘 못한 사람들을) 다 엄벌에 처한다고 했는데, 대통령은 위에는 국민뿐입니다. 국민들이 이렇게 청와대에 자신의 요구를 밝히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다들 조심스러워하잖아요. 그래서 (게시판에)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감사했습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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