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509130408148

[세월호 참사]'이제부턴 외박 금지야..' 눈물의 편지
뉴시스 | 김도란 | 입력 2014.05.09 13:04

【안산=뉴시스】이승호 김도란 기자 = '○○아 지금 여행하고 있는 곳은 어디야? 춥지는 않지?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있어? 아무리 재미 있어도 집에 연락은 줘야지…'(5월1일 저녁에)

'아빠가 어딜 가고 싶어도 걸으면서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것은 무엇일까. 지켜주지 못한 아빠 얼굴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그런 거 같아.'(5월1일 오전 11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내 정부합동분향소 중앙 좌측 3번째 단에 모셔진 고(故) 성모(17)군의 영정 아래에는 메모지 6장이 줄줄이 붙어있다.

↑ 【안산=뉴시스】김도란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의 편지가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을 울리고 있다. 9일 정부 합동분향소 내 단원고등학교 A(17)군의 영정 앞. 메모지를 이어붙인 A군 아버지의 긴 편지가 놓여있었다. 2014.05.09 dorankim@newsis.com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을 다녀간 성군의 아버지가 아들의 안부를 물으며 적어 놓은 글귀가 빼곡했다. 지난 1일에만 시간대별로 세 차례.

아버지는 이렇게나마 소식을 물으면 혹시나 꿈에서라도 나타나 답해주지는 않을까, 절실한 마음을 담았다.

아버지는 마지막 메모에서 '앞으론 외박금지야. 금방 갔다온다면 한번 생각해 볼께. 근데 한가지 약속이 있어. 잠깐이라도 아빠 꿈속에 웃는 모습이라도 한번 보여주면 생각해볼께. 덧니 보여주면서 환하게 웃어줘. 사랑해 아들!'이라고 적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아들에 대한 서운함도 감추지 않았다. '항상 어디 가면 엄마 통해서 아빠한테 결재를 받았잖아. 이번엔 왜 4일 안에 온다고 약속해 놓고 아빠 허락도 없이 친구들이랑 멀리 갔어? 앞으로 두 번 다시 아빠는 외박 허락하지 않을꺼야'라고 했다.

지난달 25일 장례를 치렀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아들과의 작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소소한 일상을 아들에게 전하고 아들의 안부를 묻고 원망도 하며 아버지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아들아. 내일은 엄마와 밭에 갈 꺼다. 오늘은 형이 진도에 자꾸 가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어. 형은 엄마까지 어떻게 될까 봐 걱정스러운가 봐. 네가 이해해줘. 그래서 이제 형한테는 밭에 간다고 하고 너한테 가려고. 사랑해'

'동네가 조용하다. 몇일(며칠)만에 우리 OO가 없다는 걸 다 알았나 봐. 아빠가 어딜가고 싶어도 걸으면서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것은 무엇일까. ○○아 가슴이 많이 답답해.'

'여러모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어 그런지 엄마랑 다퉜어. 네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데 아빠가 잘못했다. 네가 있었으면 큰소리 나더라도 아빠편 들어줬는데 앞으론 내편이 없어서 어떡하냐? 눈앞이 깜깜해…'

뜨거운 부정을 담은 이 메모에 하루에도 1만명씩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doran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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