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921

맞고 끌려 나가고 구속까지…기자들도 아프다
기자 신분 밝혀도 일단 연행, 카메라 막는 취재방해도…“언론자유 침해하는 공권력 남용”
입력 : 2014-05-29  17:04:04   노출 : 2014.05.29  18:35:01 조윤호 기자 | ssain@mediatoday.co.kr    

경찰이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참여한 시민 백여 명을 연일 연행하는 등 집회·시위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강경대응 속에서 시민들도 많이 다치지만,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 역시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거나, 취재를 방해 받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오늘이 최근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기자들이 경찰에게 겪은 대표적인 취재방해 사례를 모아봤다. 

외신기자 연행하고 항의하면 ‘공무집행방해’…“명백한 언론탄압”

지난 18일 침묵행진을 벌이던 시민들 100여명이 연행됐다. 하지만 그 날 연행된 이들 중에는 기자들도 있었다. 외신 사진기자 A씨는 18일 광화문 사거리에서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벌이던 시민들을 취재 중이었다. 경찰은 수차례 “일반 시민과 기자는 나가라”고 방송했다. 하지만 몇몇 기자들은 현장을 나가지 않았고, 경찰은 사진을 찍던 A 기자를 연행했다. A 기자는 기자 신분을 밝혔지만 경찰은 막무가내였다.

A 기자는 “기자 신분증도 보여주고, 경찰들도 기자라는 걸 확인했는데도 구로서까지 연행됐다. 경찰서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신분을 밝혔는데 경찰들은 어쩔 수 없다며 말을 듣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기자는 “화가 나서 청와대 외신대변인한테 전화했더니 풀어주더라”며 “당시 경찰은 기자든 지나가던 시민이든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연행했다. 버스 안에는 근처를 지나가다 잡힌 행인도 있었고, 그 행인이 뭐 먹으러 나온 거라며 영수증을 보여줬는데도 무작정 끌고 갔다”고 말했다. A 기자는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 되는 일이고, 군사독재시절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A 기자가 찍은 사진 중에는 다른 사진기자가 경찰에 의해 밀쳐지거나 제지당하는 사진도 있다. 이 날 한 언론사 사진기자 B씨는 사진을 찍으려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 18일 집회 취재 중이던 한 사진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경찰은 반복적으로 기자를 밀치거나 제지했다.
  
B 기자는 “경찰이 기자들 나가라고 방송한 이후 사진기자인 것처럼 하고 다니는 채증조와 몸싸움이 붙었다. 몸싸움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와서 날 쳤고, 내가 밀리면서 옆에 있던 다른 채증 조를 치게 됐다”며 “나한테 밀침을 당한 사람이 나에게 카메라가 고장났다고 따지기 시작했고, 경찰이 그 모습을 보고 나를 끌어내려고 왔다”고 설명했다.

B 기자는 “사진 기자들은 현장에서 하도 많이 당하는 일이라 문제점을 인지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경찰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국민대학교 자치언론 ‘국민저널’ 사진기자 권용석씨도 같은 날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권씨는 광화문 광장에 있는 화단 위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경찰이 화단 위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권씨가 화단에서 떨어졌다. 이날 경찰은 “기자들은 나가라”라는 경고방송을 한 뒤 화단 위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들을 끌어내리려고 했고, 위험천만한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권씨는 화단에서 떨어진 후 경찰에 항의했고, 경찰은 항의하는 권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권씨는 은평서로 연행됐다 42시간 만에 풀려났다. 권씨는 “연행되면서 기자라고 신문을 밝혔으나 경찰은 ‘기자라도 공무집행을 방해하면 연행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며 “경찰은 어디 소속 기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메이저 언론사 기자였다면 이런 식으로 연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행에 그치지 않고 구속까지 당한 기자도 있다. 공무원U신문의 안현호 기자는 지난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범국민 촛불행진’에 참여해 영상 취재를 했다. 촛불집회를 마친 대오 일부는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고, 경찰은 대오를 막아섰다. 그 과정에서 시민 여러명이 연행됐고, 안현호 기자도 같이 연행됐다.

이후 경찰은 안현호 기자가 경찰을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안 기자는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됐다. 하지만 공무원U신문 측은 안 기자가 경찰을 폭행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경찰이 안 기자의 장비를 툭툭 치는 등 취재를 방해하다가 폭력적으로 연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U신문은 이 사건을 폭행사건이 아닌 ‘언론탄압’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안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그 사유 중 하나로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상태에서 편향된 기사를 작성하여 보도할 가능성이 높아 여론을 호도할 염려가 농후하다”고 밝힌 대목도 의아한 점이다. 

왕준연 공무원U신문 편집실장은 “경찰이 안 기자를 구속하려고 했던 실질적이고 궁극적인 이유는 ‘편향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언론은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정당한지 아닌지, 그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인권 침해가 있는지 감시하고, 공정하게 보도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 24일 오후 10시경부터 보신각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경찰의 취재방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회나 시위현장에 자주 다니는 기자들은 경찰의 취재방해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는 강원도청 앞에서 진행된 농민대회를 취재하던 중 카메라가 파손되는 일을 겪었다. 지난 4월 15일 농민들은 감자 가격 폭락에 항의하며 강원도청 앞에서 감자 박스를 쌓는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도청 관계자들이 이를 막아섰고, 분노한 농민들이 이 감자를 도청 앞의 거리에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춘천서 경비교통과 소속 경찰들이 출동해 몇몇 농민들을 연행했다.

한 기자는 “트럭 위에 있던 농민들이 경찰에 의해 버스로 연행됐고, 나는 사진을 찍으며 취재 중이었는데, 의경들이 나를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한 기자는 “몸싸움 과정에서 카메라가 파손됐고 이에 담당 지휘관에게 관등성명과 소속을 밝히라며 사과와 개선대책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농정신문은 경찰에 사과 및 보상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답하지 않았다. 한국농정신문은 김광진 의원실을 통해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자 경찰은 “언론인의 피해사례에 대해 확인된 바 없음”이라는 짧은 답변을 보냈다. 김광진 의원실이 다시 한 번 답변을 요구하자 경찰은 2차 답변에서 “농민회원 2명을 체포하여 버스로 호송하려 하자 한국농정신문 기자가 취재를 이유로 호송을 지속적으로 방해했고 경비교통과장이 그를 제지하자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으면서 오른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떨어뜨린 것”이라는 답변을 보낸다.

한 기자는 춘천서 홈페이지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윤종한 춘천서 경비교통과장은 답변 글을 통해 “적법하게 (농민들을) 체포하고 있었는데 사복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체포과정을 방해하여 사복 입은 사람을 차단했다. 현장 체포 과정에서 위법, 부당한 사항은 없었던 것처럼 판단된다”며 “카메라 파손 등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정당한 법적절차에 따른 조치를 하시라”고 밝혔다.

▲ 춘천서에서 한국농정신문에 보낸 답변서 일부.
  
한 기자는 카메라 파손으로 인해 렌즈를 새로 교체하느라 200만원의 비용이 들었고, 카메라 바디랑 후레쉬 부분을 수리하느라 15만원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자는 “현장에 소위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은 없었고 지역일간지나 도민일보 기자들이 두 세 명 정도 있었는데, 기자들 사이에서는 ‘메이저 아닌 언론사 기자들만 있어서 경찰이 더 강경하게 나온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장애인 인터넷신문 ‘비마이너’의 강혜민 기자도 장애인 집회를 취재하던 중 경찰로부터 취재방해를 당했다. 지난달 4월 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 등이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버스타기 행사를 진행했다. 미리 표를 예매한 200명의 장애인이 20대의 고속버스에 탑승하는 행사였다. 고속버스 등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다는 점을 알리는 행사였는데, 경찰이 20대의 버스 중 첫 번째로 출발하는 버스 앞을 막아서고, 최루액까지 쏘면서 장애인들과 경찰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강혜민 기자는 버스 안에서 창문을 통해 경찰과 장애인들의 몸싸움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강 기자는 “사진을 찍고 있는데 경찰이 손으로 카메라를 막으면서 촬영하지 말라고 하더라. 기자 신분을 밝히면서 몇 번 실랑이를 했는데 경찰이 아예 창문을 닫아버렸다”며 “옆에 있던 다른 기자들까지 나서서 항의하면서 결국 다시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지만 굉장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저를 포함한 기자들이 취재방해라고 항의하자 경찰은 ‘공무집행방해’라고 맞받아쳤다”며 “사진을 찍는 나의 행동이 경찰의 공무집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아니었다. 경찰은 그냥 사진 찍는 걸 막고 싶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버스타기 행사가 경찰에 의해 가로막힌 이후 장애인들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집으로 향했다. 장애인들은 강남고속터미널에서부터 행진을 시작했는데,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한 시간 이상 고착상황이 발생했다. 

강 기자는 “경찰에 둘러쌓여 있는 한 장애인이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경찰이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면서 찍지 말라고 하더라”며 “기자라고 밝히고 또 실랑이를 벌이는데 갑자기 뒤에서 여경 대여섯 명이 나타나더니 내 사지를 들고 현장 밖으로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강 기자는 또한 “끌려 나간 뒤 기자증을 보여주면서 취재방해라고 항의했지만 여경들은 대답하지 않거나 시선을 피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중년남성 경찰에게도 끌어낸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그 날처럼 사지가 끌려 나간 일은 처음이지만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막거나 사진찍은 걸 삭제하라는 등 취재방해는 흔히 겪는 일이다. 관등 성명을 물어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벌어진 집회를 취재하거나 기자가 혼자 밖에 없는 경우 취재방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 장애인의 날을 맞아 20일 오전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에서 고속버스 탑승을 시도하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에게 경찰이 최루액을 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재방해’ 마법의 칼, 공무집행방해

집회현장에서 반복되는 기자들의 수난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경찰이 취재 기자와 시민들을 단속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는 태도”라며 “기자가 취재 중이라고 밝혔음에도 연행하거나 취재를 방해하는 행동은 그 상황을 알리지 않으려는 태도이며,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한 “집회나 시위 현장에 기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기자들이 옆에 있는 것 자체가 시민들한테는 의지가 될 수 있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기자는 다 나가라’면서 취재를 막고 기자들을 끌어내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과 달리 취재 기자들이 ‘집시법 위반’으로 끌려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문제는 ‘공무집행방해’다. 경찰은 기자들이 사진 찍는 걸 막을 때도, 기자를 연행할 때도 ‘공무집행방해’를 이야기한다. 

▲ 18일 광화문 앞에 취재차 모인 기자들이 경찰의 포위망에 갇혀 있는 모습. 사진=조윤호 기자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해산명령이란 집회가 공공의 안녕을 침해했거나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동하는 것인데 취재 중인 기자들을 해산명령의 대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경찰이 적법한 공무집행을 하려는데 방해가 될 경우 ‘즉시강제’를 할 수 있다. 기자들을 끌어내는 것이 ‘즉시 강제’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하지만 카메라를 막거나 하는 행동들은 분명힐 취재 방해에 해당 한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기자에겐 취재를 할 권리가 있고, 기자들의 취재 행위가 공무를 방해할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공무집행방해는 성립하기 어렵다”며 “공무집행방해가 성립되지 않으면 경찰이 기자들을 연행한 행위는 불법체포가 된다. 그런 일을 겪은 기자들을 모아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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