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1197.html?_fr=mt1

선원들이 버리고 간 조리사…52일 만에 바다 위로
등록 : 2014.06.06 19:11수정 : 2014.06.06 19:26 

실종자 사진도 분향소에 안치하기로 한 날에 주검 발견
딸 “이틀 뒤면 제 생일이라 아버지가 나오신 거 같아요”

세월호 사고가 50일을 넘긴 6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서 불교신자들이 실종자 무사귀환과 희생자 넋을 기리는 기도를 하고 있다. 기도를 드리는 부모와 함께온 한 학생이 진도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다. 진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틀 뒤면 제 생일이라서 아버지가 나오신 거 같아요.”

아버지를 만나면 가장 먼저 얼굴을 비비고 싶다던 둘째 딸 김민희(29)씨는 6일 오전 8시3분, 세월호 3층 선미 쪽 선원 침실에서 아버지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고 52일째다. 김씨는 돌아온 아버지를 차마 만질 수 없었다. 오른쪽 어깨에는 사고 때 다쳐 흘러내린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세월호 조리사인 아버지 김아무개(61)씨는 3층 주방에서 단원고 학생들에게 줄 돈가스를 튀기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배가 기울자 바닥에 쓰러졌다. 김씨의 죽음이 더 안타까운 것은 같은 세월호 승무원이면서도 먼저 탈출한 이들이 다친 그를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승무원들 공소장을 보면, 이들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신음하던 김씨를 외면하고 자신들만 탈출했다. 김씨와 함께 일하던 조리사 이아무개(52)씨 역시 배와 함께 가라앉은 뒤 뭍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고 소식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김씨의 아내는 ‘동료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쓰러져 입원했다고 한다. “검경합동수사본부에서 그런 진술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를 걸어 물어봤어요. 아버지가 피를 많이 흘렸고, 기름에 화상도 많이 입었던 거 같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그랬다는 게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김민희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월호 사고가 50일을 넘긴 6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서 불교신자들이 실종자 무사귀환과 희생자 넋을 기리는 기도를 하고 있다. 진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민희씨는 실종자 가족이면서도 늘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아버지가 승무원이어서다. 사고 2주 뒤에야 진도로 내려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삼겹살을 정말 좋아해요. 얼마 전에 삼겹살을 구워서 팽목항으로 가져갔어요. 소주를 바다에 따르는데, 언니가 술을 많이 주면 아빠가 취해서 못 나온다고 그러더라고요.” 10월에 결혼하는 그는 아버지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꿈을 진도 앞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김씨의 주검은 실종자들 사진도 이미 장례를 치른 이들의 영정이 있는 정부합동분향소에 함께 안치하기로 결정한 날 발견됐다. 정부 장례지원단은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이날 단원고 교사 3명과 학생 7명 등 실종자 10명의 사진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 안치했다. 장례지원단은 “사망이 공식 확인되지 않은 이들이어서 검은 띠와 위패 없이 안치됐다”고 설명했다. 장례지원단은 김씨와 다른 일반인 실종자 4명의 사진도 안치할 계획이다.

진도/서영지, 안산/김기성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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