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814215407705?s=tv_news
[탐사K] '갑질 조사' 하랬더니..권익위 국장, 직원 시켜 과제 대필
임재성 입력 2020.08.14. 21:54 수정 2020.08.14. 22:18
[앵커]
한 고위 공직자가 직원들에게 자신의 대학원 과제를 맡기고, 온라인 강의를 대리 수강하게 한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공공기관의 갑질을 조사하고 근절 대책을 만드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탐사K, 임재성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국민권익위원회 2급 공무원 A 국장.
2018년부터 3년째 서울의 한 사립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장의 박사 과정이 시작되면서 부하 직원들에게 가욋일이 주어졌습니다.
A 국장의 박사과정 수업 과제를 대신하는 일이었습니다.
[과제 동원 직원 A/음성변조 : "대학원 숙제로 내는 거죠. (아... 대학원 숙제?) 대학원 과제들 있잖아요. ○○○ 조사관이 법대를 나왔거든요. 몇 명 이렇게 해 가지고 저희가 대충 써가지고 하고..."]
또 다른 직원은 국장이 대학원에 제출할 수업 과제가 잘 작성됐는지 검토하는 일까지 떠맡았습니다.
["국장님 자료입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2018년 12월, 지난해 5월에도 국장 숙제 뒷바라지는 계속됐습니다.
[과제 동원 직원 B/음성변조 : "그냥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OOO이가 쓴 게 있는데 그걸 좀 봐달라. 그냥 대학원 과제물이라 그랬어요. 과제물인데 (대신 써준 직원) OOO가 잘 모르니까 전문가 입장에서 조금 봐달라..."]
대학원 수업 영문 자료를 번역하는 일까지 직원들에게 맡겼습니다.
[과제 동원 직원 B/음성변조 : "아직도 이런 관행이 있나? 사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런 생각 하면서도 일개 직원인지라 또 안 했다가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니까..."]
권익위에서는 이미 지난해 고위 간부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개인 용무를 떠맡긴다는 내부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자체 갑질 근절 교육도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A 국장은 이후에도 부하 직원에게 온라인 강의 출석을 부탁했다는 게 권익위 직원의 증언입니다.
[김영수/전 권익위 조사관 : "쉽게 말하면 권익위 내부의 자정기능이 없어진 거예요. 잘못된 행정 관료화로 인해서 문제가 생기는 걸 개선해야 하는 게, 또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권익위의 본질적 역할인데..."]
KBS는 사실 확인을 위해 A 국장에게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KBS에서 취재를 나왔는데 만나실 수 있는지 연락 좀 부탁드릴게요.) 약속되지 않으셔서 오늘은 좀 힘드실 것 같아요."]
[국민권익위 대변인실 관계자/음성변조 : "국장님은 본인이 인터뷰를 안 한다고 했대요. 개인의 문제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강제적으로 인터뷰해라, 안 해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판단을 해서..."]
A 국장은 대신 과제에 참여한 직원들을 불러모아 KBS나 감사실에서 연락을 받은 게 있는지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익위는 2018년,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 당시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주무 기관으로 공공기관 갑질 신고를 직접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서 벌어진 고위 공직자 갑질은 막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촬영기자:김정은 박준영/영상편집:이윤진/그래픽:한종헌
임재성 기자 (newsi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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