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순신병법 (2) 화력집중의 원리
병력집중이 해전 전체국면에서의 병력운영의 원리라면 화력집중은 구체적인 전투현장에서의 화력운영의 원리이다. 이순신은 해전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적의 지휘선이나 주력함에 화력을 집중하여 유리한 형세를 조성하였다.
▶ 화력집중은 구체적인 전투현장에서의 우세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동일한 병력과 무기체계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전투력은 배가되기도 하고 극소화되기도 한다. 이순신은 해전이 시작되면 항상 적의 지휘선이나 주력함을 식별하여 화력을 집중시킴으로써 공격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병력집중을 통해 전체 전장(戰場)에서의 우세 상황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화력집중을 통해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전투현장에서까지 우세 상황을 조성하였던 것이다.
다음은 임진년(1592년) 제2차 출동 중의 당포해전의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왜선은 크기가 판옥선만한 것 9척과 중ㆍ소선 12척이 선창에 나뉘어 정박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층루가 있는 한 대선 위에는 높이가 3, 4장이나 될 듯한 높은 층루가 우뚝 솟았고, 밖으로는 붉은 비단휘장을 두르고 휘장의 사면에는 ‘황자(黃字)’를 크게 써 놓았습니다. 그 속에 왜군 장수가 있는데 앞에는 붉은 일산을 세우고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지라, 먼저 거북선으로 하여금 층루선 밑으로 곧 바로 충돌해 들어가면서 용(龍)의 입으로 현자철환을 치쏘고 또 천자, 지자총통으로 대장군전(大將軍箭)을 쏘아 그 배를 격파하게 하고 뒤따르고 있던 여러 전선들도 철환과 화살을 번갈아 쏘게 하였습니다. 중위장 권준이 돌진해 들어가 왜군 장수를 쏘아 맞혔는데, 활을 당기는 소리에 맞추어 거꾸로 떨어지므로 사도 첨사 김완과 군관 진무성이 그 왜장의 머리를 베었습니다. 적도들은 겁이나 도망치는데......”
일본 수군 장수가 탄 지휘선은 붉은 비단휘장을 두르는 등 호화로운 장식을 하고 있어 식별하기에 매우 용이하였다. 이순신은 해전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거북선을 일본 수군의 지휘선을 향해 돌격시키면서 뱃머리의 용(龍)의 입에 설치된 현자총통으로 공격하여 기선을 잡고 이어서 현측에 설치된 천자ㆍ지자총통으로 대장군전(大將軍箭)을 발사하여 적선을 격파한다. 그 다음에는 침몰중이거나 어느 정도 파괴된 적선에 대해 뒤 따르던 판옥선에서 일제히 불화살을 날려 분멸(焚滅)을 시도하는 한편 갑판위에서 허둥대는 일본 수군 장수와 병사들을 향해 철환과 화살을 마구 쏘아 댄다. 마지막으로 철환이나 화살을 맞고 바다에 떨어진 일본 장수를 건져 올려 목을 벤다. 이것이 이순신이 구사한 해전 전술의 일관된 패턴이었다. 가용한 화력을 일시에 적의 지휘선에 집중하여 전광석화처럼 격파하고 적의 장수를 사살하여 효시(梟示)하는 해전 전술은 개전초기에 일본 수군의 지휘체계를 마비시킬 뿐만 아니라 일본 병사들의 사기를 꺾어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이중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해전 전술은 삼일 뒤에 벌어진 당항포해전에서도 보인다.
“우리의 여러 전선은 사면으로 포위하면서 재빠르게 협공을 하고 돌격장이 탄 거북선이 또 층각선(層閣船) 밑으로 충돌해 들어가면서 총통을 치쏘아 (적장이 위치한) 누각(樓閣)을 쳐부수었습니다. 또 여러 전선이 불화살로 층각선의 비단장막과 베로 된 돛을 쏘아 맞히자 맹렬한 불길이 일고 누각 위에 앉아있던 일본 장수가 화살에 맞아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이순신은 가장 먼저 거북선을 투입하여 적장이 탄 층각선을 총통으로 공격하여 어느정도 무력화시킨 다음, 이어서 뒤따르던 여러 판옥선에서 불화살을 쏘아 분멸(焚滅)을 시도하는 한편 적장이 위치한 누각(樓閣)에 화살 공격을 집중함으로써 일본 장수를 사살하였다. 그런 다음 장수를 잃고 우왕좌왕하면서 달아나려고 하는 일본 함선들을 포위하여 모조리 격파하였던 것이다.
임진왜란 3대승첩 중 하나로 꼽히는 한산해전에서 사용한 학익진(鶴翼陣)은 판옥선의 현측에 배치된 각종 총통의 화력을 적의 핵심전력이나 지휘부에 집중시키기 위한 진형법이다.
“먼저 판옥선 5, 6척을 시켜 선봉으로 나온 적선을 뒤쫓아 습격할 기세를 보였더니 여러 배의 적들이 일시에 돛을 달고 쫓아 나왔습니다. 바다 가운데 나와서는 다시 여러 장수들에게 명하여 학익진(鶴翼陣)을 벌여서 일시에 진격하여 각각 지자, 현자, 승자 등의 여러 총통을 쏘아서 먼저 2, 3척을 쳐부수자, 여러 배의 왜적들이 사기가 꺾여 도망하였습니다. 여러 장수나 군사들이 이긴 기세를 뽐내어 앞을 다투어 돌진하면서 화살과 불화살을 번갈아 쏘니 그 형세가 바람과 우레 같았습니다. 일시에 적의 배를 불태우고 적을 사살하여 거의 다 없애버렸습니다.”
이순신은 와키자카의 일본 함대를 좁은 견내량으로부터 넓은 한산도 앞 바다로 유인하는 한편 일시에 학익진(鶴翼陣)을 벌여 선두에서 추격해오는 일본 함선 2, 3척에 화력을 집중함으로써 순식간에 격파하였다. 이렇게 초전에 승기를 잡은 이순신 함대는 병력과 화력을 그 다음의 목표로 단계적으로 이동, 집중시켜 축차적으로 격파함으로써 모든 전투국면에서 절대 우세를 점유하였던 것이다.
불가사의한 승리로 전해지는 정유년(1597년)의 명량해전에서도 이순신은 ‘화력집중의 원리’를 구사하였다. 『난중일기』에 묘사된 명량해전을 보면 이순신은 일본 수군 장수가 탄 배 1척과 그 휘하의 2척을 집중공격하여 격파시키고 바다에 빠진 일본 수군 장수 마다시(馬多時)를 건져내어 목을 잘랐다. 이를 지켜 본 일본군의 사기는 크게 꺾였으며, 반대로 상승의 기세를 탄 조선 수군은 일제히 지자, 현자총통을 쏘며 돌격하여 에워싸고 있던 적선 31척을 모조리 깨트림으로써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른바 ‘화력집중의 원리’는 싸움이 벌어지는 구체적인 전투현장에서 유리한 형세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써 이순신이 벌인 대부분의 해전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었다.
임진왜란 무기, 군사 http://tadream.tistory.com/1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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