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9159
수공, 4대강 투자 재무위기 관련 '비상계획' 세웠다
[단독] 2013년도 경영실적보고서에 '친수사업 철회' 등 방안 적시
14.09.04 14:09 l 최종 업데이트 14.09.04 14:09 l 구영식(ysku)
▲ 수공의 <2013년도 경영실적 보고서> 가운데 '비상계획'이 적시된 부분. ⓒ 구영식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해 생긴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3년도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수공은 투자비 8조 원의 이자를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을 때 친수구역 개발사업 철회, 해외사업 40% 축소, 신규투자 유보 등을 검토하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계획)을 세웠다.
다만 비상계획에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수도 요금 인상이나 상수도 민영화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조 원에 가까운 이자(9180억 원)를 지원했다. 해마다 1836억 원을 지원해온 것이다.
14조 부채 감축, 수공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
수공은 이명박 정부 시기인 지난 2012년도 경영평가에서 "재무위기 극복 노력이 국고지원 및 정책지원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적극적인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받았다. 여기서 '재무위기'란 수공이 투자비 8조 원에 이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면서 생긴 재무건전성 악화를 가리킨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를 결정한 지난 2009년 1조9623억 원(20%)에 불과했던 수공의 부채규모는 2010년 7조9607억 원(76%), 2011년 12조5809억 원(116%), 2012년 13조7779조 원(123%)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부채 규모 대폭 감축'이 수공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수공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에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 수공의 재무상태를 감안해 재정지원 규모·시기·방법 등을 구체화한다'는 제35차 국가정책조정회의(2009년 9월 25일) 결정만을 되풀이했다. 이러한 수공의 태도에 경영평가단조차도 '정부의 재정지원에만 기대지 말고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수공은 2013년도에 13조9985억 원(121%)의 부채규모를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해 2206억 원(2%P)이 줄어든 규모였다. 수공은 이를 "4대강 등 국책사업 수행 후 최초로 하락"(<경영실적 보고서>)했다고 자평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공은 부채 감축 등을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부채 감축'에는 '자구노력과 4대강 투자비 회수를 통한 부채 감축'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수공은 2014년도를 4대강 살리기 사업 전체 종료 시점으로 보고 '지난 2009년 9월 제35차 국가정책조정회의 결정에 따라 정부가 올해 안으로 투자비 회수를 위한 재정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 일지. ⓒ 고정미
이자 지원만 중단해도 '친수사업' 등 철회 검토
수공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4대강 투자비 회수대책 필요성'이라는 문건에서 "만일 올해까지 재정지원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수공부담금액을 전액 손실처리해야 한다"라며 "이렇게 되면 수공의 부채비율은 지금보다도 2배 이상 급등하고(약 120%→320%) 신용등급이 하락해 신규차입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재무위기 처지에 놓인 수공은 정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고 나섰다. 수공은 <2013년도 경영실적 보고서>에 'Contigency Plan 수립으로 비상경영 대응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전략을 짰다. '비상경영'을 검토할 만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해 생긴 '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STEP2'와 'STEP3'가 눈길을 끈다. 먼저 수공이 투자비 8조 원 이자 부담을 1000억 원 안에서 부담하고, 해외 위험도(Risk)가 급증하고, 분양수요가 급락할 경우 '투자 축소 Plan A'를 가동한다. 투자 축소 Plan A에는 친수구역 개발사업 철회와 해외사업 40% 축소가 포함돼 있다.
위험도가 가장 높은 STEP3는 정부가 투자비 8조 원의 이자 지원을 중단한 경우다. 이럴 경우 수공은 '투자 축소 Plan B'를 가동한다. 이에 따라 친수구역 개발사업 철회, 해외사업 40% 축소('STEP2')는 물론이고 시설안정화사업 외 신규사업을 철회하고, 산업용수 등 신규투자도 유보하게 된다. 여기에다 지역본부 이하 보유사옥까지 매각한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러한 비상계획이 '정부의 이자지원 중단'만을 전제로 세워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8조 원에 이르는 '투자비 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는 비상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정부가 투자비 원금을 지원하지 않을 때에는 상수도 민영화 등까지 검토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것을 무기삼아 수공은 정부에 "재정을 지원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수공은 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자구노력'을 통해 얻은 이익 가운데 일부를 투자비 회수에 활용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정부도 내년도 예산에 800억 원을 배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공의 부채를 경감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소한 수공의 투자비 8조 원 가운데 일부는 지원하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향후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법무공단이 지난 2009년 8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수공의 사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자문했는데도 정부가 공사채 발행에 따른 금융비용 지원과 친수구역 개발권 부여를 대가로 수공의 사업 참여를 무리하게 밀어붙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관련기사 : "수공 4대강 참여는 무리"... 그런데 왜 밀어붙였나).
김상희 의원 "최악의 경우 지분매각이나 민영화 시도할 수도 있어"
김상희 의원은 "4대강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한 수공은 지금 심각한 재무불안정 상황에 직면해 있고, 오로지 정부의 재정지원만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만약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을 경우 수공은 비상경영을 해야 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물값 인상이나 (광역상수도 등) 핵심자산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최악의 경우에는 지분매각이나 민영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4대강 덫'에 빠진 수공이 파국을 맞이하기 전에 정부는 수공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규명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이것을 전제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4대강 부채 해소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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