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9232133215&code=620113

하천변 뒤덮은 ‘가시박의 습격’… 4대강 공사 이후 확산 “무섭게 번져 방치 땐 재앙 될 것”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입력 : 2014-09-23 21:33:21ㅣ수정 : 2014-09-23 21:40:34

전주천 제거 현장 가보니
육상식물 생태교란의 주범… 가로수도 휘감아 고사시켜
“민관, 체계적 조사·제거를”

지난 21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주천 하류. 각자 손에 낫을 든 시민 30여명이 둔치에 모여들었다. 이들 눈앞에는 호박잎처럼 생긴 외래식물 ‘가시박’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시민들 입에서 “이 재앙을 어찌할까”라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워낙 넓게 가시박이 퍼져 있어 메꽃이나 칡, 환삼덩굴 등 토종식물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둔치뿐만이 아니었다. 제방변 나무에도 가시박이 거적을 씌운 것처럼 휘감고 있었다. 가시박 제거에 나선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하천사랑운동 회원들이 4시간에 걸쳐 비지땀을 흘렸지만 지천에 널린 가시박들을 모두 제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김재병 생태디자인센터 소장은 “국내 하천에서 가시박이 무서울 정도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며 “사실상 경쟁 토종식물들이 설자리가 없기 때문에 이대로 두면 머잖아 모든 하천이 가시박 천지로 둔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천 하류 둔치와 가로수를 잠식해 버린 가시박. |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1일 전주천 도로 위 가로수까지 번식한 가시박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가시박은 4대강 공사 이후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는 게 환경운동연합의 분석이다. 수변 토양이 갈아 엎어지고 그늘마저 없어진 데다 하루 30㎝씩 자라나는 가시박이 포기당 수만개의 씨앗을 강물에 흘려 사방으로 퍼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재앙은 일찌감치 예고된 바 있다. 4대강 사업 직후인 2009년 강병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북미산 외래종인 가시박이 4대강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번지면서 ‘식물계 공룡’이 되고 있다”며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강 교수는 “가시박은 1년생 초본이지만 생육이 왕성하고 한 번 생기면 좀처럼 없애기 힘들어 한창 생육기엔 손에 쥐고 5분만 있어도 덩굴이 손을 감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날 제거활동을 벌인 군산 하천사랑운동 김재승 대표는 “가시박은 제주도를 뺀 전국 주요 강변과 철로변, 도로변, 야산 등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가로수까지 잠식해 고사시키고 있다”면서 “민간의 힘만으로는 가시박 군락을 원천 제거하기에 역부족인 실정”이라고 전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