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38082
▲ 고덕주공2단지의 재개발 정녕 시작되는 것인가 ⓒ 이희동
화려했던 '박근혜 공약', 순식간에 '절망'으로
[공약점검④ : 육아·보육] 지원은 커녕 예산 삭감... 부모들에 대못 박은 정부
14.10.05 09:21 l 최종 업데이트 14.10.05 09:21 l 이희동(all31)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증세 없는 복지 증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쏟아낸 공약들 중 일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지 1년 6개월여가 지난 현재 각 분야의 공약들이 어느 정도 이행됐으며 체감 지수는 어느 정도인지 세대별, 관심별로 나누어 알아봤다. [편집자말]
▲ 고덕주공2단지의 재개발 정녕 시작되는 것인가 ⓒ 이희동
며칠 전이었다. 아내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꽤 심각한 얼굴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꺼냈다.
"고덕주공2단지가 드디어 진짜로 재개발 하나봐. 이주명령 떨어졌다는데? 그럼 우리 어떻게 되는 거지?"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물론 아주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있어왔던 터라 고덕주공2단지 재개발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상수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던 만큼, 최소한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안에는 재개발이 없을 것이라 막연하게나마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지금 재개발이 추진된다는 것인지.
이웃 동네의 아파트 재개발에 우리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전세난 때문이었다. 옆 동네서 재개발이 진행된다면 그 근방의 전셋값 폭등은 뻔한 터, 그것은 결국 내년 7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우리가 이사해야 함을 의미했다. 당장 지금만 해도 우리 아파트 전셋값 시세가 1년 전보다 2~3천만 원이 오른 상태인데, 옆 동네의 재개발이 진행된다면 전셋값 5천만 원 인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은가.
살인적인 전셋값 폭등. 도대체 2년 동안 5천만 원이나 되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것인지. 물론 정부의 꾐대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최소 월 100만 원이 넘는 은행 이자를 갚으며 사느니, 차라리 우리 분수에 맞는 집으로 이사한 뒤 그 100만 원을 알차게 사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기 때문이었다.
인근 재개발 소식에 나와 아내가 화들짝 놀란 이유
▲ 유치원생 까꿍이 전학의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까? ⓒ 정가람
전셋값 폭등 외에 고덕주공2단지 재개발이 우리 부부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두 번째 이유는 아이의 보육 문제 때문이었다. 사실 그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일 뿐이지, 각 개인들이 전세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빤하기 그지없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든, 아님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돈에 맞춰 눈을 낮춘 뒤 집을 구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조금 먼 외곽에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집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보육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현재 까꿍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재개발 지역 옆에 위치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이었는데 이곳은 고덕주공2단지가 재개발을 하면 더 이상 원아들을 받지 않고, 궁극적으로 폐원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졸지에 멀쩡하게 유치원 잘 다니던 아이가 강제로 전학을 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병설 유치원은 입학 때부터 그와 같은 사실을 이미 공지했으니,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걱정은 그 과정에서 아이가 겪을 충격인데, 초등학생에게도 버거운 전학이 과연 6~7살 되는 유치원생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까꿍이가 다니는 병설 유치원이 없어질 경우, 우리 부부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까꿍이 동생들을 어느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현재 병설 유치원은 셋 이상 다자녀 가구에게 입학 우선권을 주었고, 소속된 원아의 동생들 역시 입학의 우선권을 주어 산들이, 복댕이 모두 치열한 경쟁 없이 누나와 같은 유치원에 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재개발과 함께 유치원이 폐원되면서 그 기회가 사라져 버리게 된 것이다.
아이 셋을 모두 사립 유치원에 보낸다면...
정확하게 1년 전과 같은 고민들. 과연 우리는 아이들을 국공립 유치원에 보낼 수 있을까? 그동안 국공립 유치원이 늘긴 늘었을까? 현재 까꿍이가 다니는 병설 유치원의 경우 국가의 지원을 받아 급식비와 과외 미술비 등을 포함해 한 달에 약 3~4만 원을 내고 있는데 일반 사립 유치원은 이보다 얼마나 많은 지출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아이 셋을 모두 사립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낸다면 우리의 가계는 멀쩡히 돌아갈 수 있을까?
아내는 이와 같은 고민들을 지역 엄마들과 함께 논의하기 위해 1년 전부터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꾸리려고 계속 노력해 왔지만 그것 역시 동력을 잃은 것이 사실이었다. 우선 생각이 같은 이들을 만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당장 아내 스스로가 새롭게 시작한 마을극단 일로 집중이 분산되었고, 막상 첫째가 병설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 그 필요와 열망이 반감된 탓이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닥친 현실이 더욱 갑갑하게 느껴질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건 며칠 뒤 내가 직접 고덕주공2단지 재개발 조합에 전화를 한 결과, 아내가 내게 전한 재개발 소식이 '카더라 통신'에 불과하다는, 10월 말이 되어 봐야 정확하게 이주명령이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최소한 그때까지는 까꿍이가 병설 유치원에 아무 변고 없이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마냥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길 바라며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법. 그제야 나는 다시금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후보시절, 육아 분야 관련 어떤 공약들을 내놓았는지 살펴보았다. 어렴풋이 기억하기에 그는 분명히 경제민주화와 함께 자신이 여자임을 강조하며 육아·보육과 관련해서도 꽤 많은 공약들을 내놓았다. 그런데 과연 대통령 자신은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2012년 박근혜 후보의 육아·보육 공약들
▲ 지역의 공동육아 아카데미 절대 쉽지 않은 사업이다 ⓒ 이수지
안타깝게도 육아·보육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달성률은 매우 절망적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모토로, 0~2세 영아의 보육료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고, 3~5세 누리과정(취학 전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표준교육과정을 통합한 공통과정) 지원 비용 등을 늘리기로 했는데, 집권 1년 차에는 시늉만 내는가 싶더니 집권 2년차에는 이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삭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건설하는 비용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그 교육과정에 대한 예산만이라도 지원해주길 바라던 부모들에게 대못을 박는 정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안한 기색 하나 없다. '기초노령연금' 공약 축소 관련해서는 그 수혜자들이 자신들의 지지기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하더니, 육아·보육 관련 공약 불이행에 관해서는 아직 사과 비슷한 언급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정부는 육아·보육에 관한 문제를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에게 떠넘기며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이야기인즉슨 무상보육은 지역 주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것이니 중앙과 지자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당시에는 육아·보육이 중앙정부의 책임인양 이야기를 하곤, 막상 그 재원 조달이 힘들어지니 그 책임을 지방정부에게 떠밀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들의 공약(空約)을 알고 있다. 0~5세 무상보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데, 당시 박근혜 후보는 그 달콤한 열매만 홍보하기 바빴지,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했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부모가 순차적으로 유아휴직을 할 때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겐 첫 월급을 최대 150만 원(현행은 통상임금의 40%이고 최대 100만 원)까지 준다고 호들갑을 떨며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진 듯 홍보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정작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이며, 그렇게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육아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절대 면할 수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않길 바란다.
▲ 박근혜 대통령이 9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43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청와대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타임스, 세월호 참사후 국가 양분화 - 뉴스프로 (0) | 2014.10.06 |
---|---|
고엽제전우회, 정치집회 조직적 동원...내부서도 불만 - 서울의소리 (0) | 2014.10.05 |
FIFA, 공식 주간지 표지에 일본 욱일기 장식 - 연합 (0) | 2014.10.05 |
조선일보, 뉴스프로 운영위원 신상털이, 정보기관과 연계 - 뉴스프로 (0) | 2014.10.04 |
'세월호 인양' 거론 심재철, 현장 모르고 하는 말 - 오마이뉴스 (0) | 2014.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