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60603.html
“임진강 홍수예방은 댐 대신 범람원으로 가능”
등록 : 2014.10.20 19:48수정 : 2014.10.20 19:48
야고다 무니치 지구의 벗 인터내셔널(FEI) 의장
[짬] 비무장지대 생태탐방 ‘지구의 벗’
야고다 무니치 의장
그린피스·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더불어 3대 국제환경단체로 꼽히는 ‘지구의 벗 인터내셔널’(FEI)의 야고다 무니치(44·사진) 의장이 19일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일대 민간인출입통제선 지역과 임진강 유역 생태탐방에 나섰다.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참석차 지난주 한국에 온 그는 국제환경단체 대표로는 처음으로 디엠제트 생태탐방에 나섰다.
‘지구의 벗’은 한국의 환경운동연합 등 세계 76개 환경단체와 200만명의 활동가가 소속된 엔지오로, 한국에서 새만금 간척사업과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함께 해왔다.
76개 단체 200만 회원 국제환경단체
새만금·4대강 반대 등 한국과 연대
민간인출입통제선·임진강 철책선 답사
다양한 철새 서식지이자 먹이터 확인
농약 쓰지 않은 친환경농업도 지켜야
이날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 김춘이 정책차장, 파주환경운동연합 노현기 임진강생태국장과 함께 임진강 유역 반구정·장단반도·통일촌 등을 둘러본 무니치 의장은 “한국 정부가 홍수예방을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임진강 준설사업은 매우 잘못된 정책으로, 이 일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천 직강화와 준설, 강 주변에 댐과 같은 시설물을 세우는 것은 홍수 때 피해를 오히려 더 키우는 구시대적인 방식”이라며 “강 주변에 농지나 습지 등 범람원을 둬 홍수 때 물을 머금어 완충작용을 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유럽에서는 새로운 댐을 거의 건설하지 않고 기존의 댐도 복원작업을 통해 물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고 있다. 범람원은 그 자체가 물에 잠김으로써 더 많은 가치를 사람들에게 돌려준다”고 강조했다.
무니치 의장은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영국 맨체스터대학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학에서 환경공학과 생태학을 전공했다. 그는 지난 5월 대홍수 때 보스니아·세르비아·크로아티아 3국을 흐르는 사바강 댐이 무너져 100여명이 숨지고 100만명이 피해를 입은 사건을 거론하며, 댐 건설이나 하천 개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진강둑 철책선을 따라 황금벌판과 철새도래지를 둘러본 그는 “듣던 대로 철새들이 많다. 60년 동안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아 생물다양성이 뛰어나고 생태보전이 잘 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고, 임진강을 준설해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로, 철새들의 서식지·먹이터이자 농민들이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특히 “농민들이 농약을 쓰지 않아 논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으로 토질과 수질이 보호되고, 농가는 수매 걱정 없이 높은 가격으로 쌀을 팔아 경제적 이익을 얻고, 좋은 쌀을 어린이들이 먹으니 이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순환”이라며 “한국 정부가 임진강변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파주 문산지역 홍수 예방을 위해 2500억원을 들여 임진강 하류 문산천 합류지점인 칼섬과 문산읍 마정리~장단면 거곡리 14.29㎞ 구간의 습지와 논을 준설하고, 준설토를 이 일대 농경지에 3m 이상 높이로 쌓는 대규모 준설사업을 내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또 군남댐 홍수조절지 아래에 다기능 복합보인 왕산보를 설치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절차를 밟아왔으나 국토부의 준설계획에 막혀 중단된 상태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임진강지키기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저류지 구실을 하는 논이 줄어들면 홍수 위험이 커지고, 준설을 해도 밀물의 영향으로 다시 메워지며, 일부 구간은 수위가 오히려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 농어민의 삶을 파탄내는 ‘임진강판 4대강 사업’은 결코 추진돼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염형철 사무총장도 “임진강 치수대책으로 이미 군남댐·한탄강댐을 만들고 제방을 높이고 배수로 펌프장을 보강했다. 임진강 준설은 홍수 예방효과가 크지 않은 과잉·중복투자로 불필요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농민들은 한국전쟁 이후 버려져 있던 민통선 철책 안 둔치를 20년 전부터 개간한 뒤 친환경·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파주와 광명지역 초·중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임진강변의 논은 특히 재두루미, 두루미, 매, 흰꼬리수리, 독수리 등 멸종위기 조류들과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맹꽁이의 서식처 구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니치 의장은 디엠제트의 경제적 가치와 관련해 “단순히 안보관광에 그치지 않고 에코투어를 통해 지역보전과 경제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람사르 습지나 세계자연유산 지정도 추진할 수 있다. 준설하면 모든 것이 망가지므로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생태계 파괴, 개발이익 소수 집중, 예산을 쓰기 위한 중장비 사업’이라고 비판한 그는 “환경부와 지역 주민, 엔지오들이 힘을 모아 강변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2018 평창겨울올림픽 예정지인 가리왕산의 훼손 현장도 둘러본 그는 “크로아티아에서도 기존 스키 슬로프가 있었는데도 월드컵대회를 위해 확장공사를 한 적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처음에는 찬성했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유지비만 계속 들어가 모두 후회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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