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213
천안함 의무대장 “희생자 사인은 미상으로 작성했다”
[천안함 공판] 검안보고서 작성자 “큰상처 없는 이유 궁금했으나 ‘미상’처리…책임회피일수도”
입력 : 2014-11-24 21:40:16 노출 : 2014.11.24 22:19:09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천안함 희생자 40명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보고서 내용과 달리 당시 사체를 검안했던 책임자급 군의관이 검안보고서에 사인을 “미상”으로 기재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법의학적으로 ‘익사’ 판정을 위해서는 부검을 해야 하나 당시 국방부는 부검을 하지 않아 결국 의학적 사인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사인이 미상이라는 증언은 이번에 처음 나왔다. 합동조사단은 검안보고서에 사인이 ‘미상’으로 돼 있는데도 왜 ‘정황상 익사 추정’이라고 기재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법정에 나온 군의관들은 천안함 희생자들에게서 발견한 외상은 사망에 이르게 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천안함 사고 당시 해군 평택 2함대에서 의무대장(소령)을 맡았던 성기룡 의사(정형외과)는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부장판사 유남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위원)의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천안함 사고 이전에 4~5회의 사체 검안 경험이 있었다는 성기룡 의사는 사체 검안보고서를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군의관들이 직접 썼다고 밝혔다. 성기룡 의사의 발언은 이날 앞서 법정 증언했던 2함대 군의관 김종대 의사(내과 과장)의 “우리는 보고서 작성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한 것으로 안다”고 한 증언을 뒤집는 것이었다.
성기룡 의사는 “검안의 개인들이 쓴 보고서를 제가 모아 제출한 것으로 기억난다”며 “나는 (확실히) 썼으며 다른 이들 것도 모아서 제출한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검안보고서에 기재한 사인과 관련해 성 의사는 “제가 검안한 시신 한 구는 익사체 같이 특별한 소견이 없었다”면서도 “(방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인은 미상이었다. 나는 미상으로 적었다”고 밝혔다. 성 의사는 자신 뿐 아니라 다른 군의관의 검안 보고서에 대해서도 “대부분 미상이었다”고 증언했다.
천안함 승조원 위치. 사진=합조단 보고서
당시 이들의 검안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국과수 파견 의사(법의학자)들과 군의관들이 보고서 작성을 누가 쓸 것인지를 두고 견해 차이가 있었다는 정황을 드러낸 증언도 나왔다. 성 의사는 “(국과수 의사들도) 같이 (검안을) 했다. (애초에 보고서를) 거기서 쓰네, 우리가 쓰네 하다가 검안은 해부를 통해 검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의가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서 우리가 쓰게 됐다”며 검안만 군의관 책임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의사가 검안한 시신은 사고 직후 구조 탐색과정에서 최초로 발견된 고 남기훈 상사(2010년 4월 3일 상사식당에서 발견)였다고 성 의사는 밝혔다. 그는 남 상사의 시신 상태에 대해 “2~3군데 긁힌 상처가 있었으며 작은 상처 외엔 특별한 것이 없었다”며 “저 정도로는 사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 의사의 증언은 남 상사 검안 결과에 대한 천안함 합조단 최종보고서 내용과 다소 상이하다. 합조단은 최종보고서에서 ‘4월 4일 오전 10시부터 40분간 검안한 결과 시신 안면부 위·아래 턱뼈 및 우측 팔 상박 부분이 골절됐고, 좌측 팔 상박 부분 근육이 찢어져 있었으며, 기타 안면부 좌측 경부 등에 다수의 찔리고 찢어진 상처를 확인했다’고 기재해 ‘골절’, ‘좌측 팔 상박 근육 열상’ 등 눈에 띄는 상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 의사는 “골절된 것은 지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상박 부분이 찢어진 것은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 의사는 “X레이 찍고 그 결과를 봤는데, 골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이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맞느냐고 신문하자 성 의사는 “저것을 내가 쓴 건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사체 검안 전엔 천안함이 피격됐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으나 막상 검안했을 때 큰 상처가 없었던 것을 보고는 크게 의아해하지 않았다고 군의관들은 전했다. 성 의사는 “(검안 전)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어뢰 아니면 기뢰에 맞은 원인으로 천안함이 침몰해 사상자가 발생해 온 것으로 알았다. (폭발사고에 의한 외상일지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궁금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로 검안시 봤을 땐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 (사망원인과 관련해) 책임회피일 수도 있는데, 체크해서 미상으로 적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함미
기뢰나 어뢰가 터진 사건인데 시신 상태로 봐서는 의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냐는 김형태 변호사의 신문에 성 의사는 “의아하지 않았다”며 “폭탄이 떨어져도 그런 시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40여 명의 사망자의 외관상 큰 상처가 없는데 의구심을 정말 안가졌느냐는 지적에 성 의사는 “그런 의구심은 안가졌다”고 답했다.
익사로 추정된다는 합조단의 최종 결과 보고서에 대해 성 의사는 “(검안한) 그 정도로는 사인이 익사로 안나온다. 부검을 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6월 법정에서 ‘동시간대 전원익사였다’는 권태석 전 합동조사단 과학수사분과 수사팀장의 증언과 관련해 성 의사는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부검하고 사인이 나오기 전까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출석한 다른 2함대 군의관이었던 김종대 의사는 자신이 본 시신에 대해 “3구 정도인 것으로 기억하며, 두부(머리)의 열상 정도로 두피에 5~6cm 찢어진 정도였다”며 “이것을 사인으로 진단하기는 어려우며, 외상으로 사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그는 “다들 가벼운 열상이거나 팔다리 쪽 멍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며, 사망과 관련될 만한 상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안함 사고 당시 또다른 군의관이었던 정영호 의사(마취통증 전문의)는 “시신을 봤을 때 익사로 생각했다”며 “큰 상처는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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