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1887

'살인'이 인생목표라는 고3, 대한민국이 왜 이 지경까지...
[주장] '폭식 투쟁'에서 '황산 테러'까지... 극우 준동의 끝은 어디인가
14.12.12 12:00 l 최종 업데이트 14.12.12 12:00 l 정은균(jek1015)

추석 연휴 첫 날이었던 지난 9월 6일,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 일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른바 '폭식 투쟁'을 벌였다. 그들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 앞에서 김밥과 피자와 통닭을 먹었다. 인터넷에만 머물던 극우 성향의 일베가 거리로 나온 최초의 사건이었지 싶다.

당시 그들은 광화문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공익적인' 명분을 내세웠다. 세월호 문제로 나라 경제가 어려워졌다며 '애국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심한 상처를 받았다. 그들과 함께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던 이들은 강한 모욕감을 느꼈다. 하지만 카메라에 비친 그들에게는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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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19살 학생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품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 연합뉴스

A군은 고교 3학년 학생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그가 '백색 테러'를 저질렀다. 10일 오후 8시경,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전북 익산에서 연 토크 콘서트에서였다. 콘서트 이름은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 이야기'였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A군은 강연 도중 신은미씨에게 "지금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나"라고 따지듯 물었다고 한다. 신씨가 그런 일이 없다고 하자, "분명히 그런 말을 했다"며 계속 말을 이어가려고 했다. 이에 주변에서 제지하자 갑자기 가방에서 인화물질이 든 냄비를 꺼내 불을 붙인 뒤 던졌다고 한다. 

18살의 고등학생이다. 자신이 던진 질문이 제지당했다고 폭발물에 불을 붙여 테러를 벌일 만큼 지각 없는 나이가 아니다. 그런데 왜 그런 위험천만한 일을 저질렀을까. 치명적인 황산까지 지닌 채 '테러'를 일으킬 정도로 그를 분노하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그는 기꺼이 스스로 영웅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신은미씨와 황선씨가 진행하는 콘서트는 최근 종북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공개석상에서 북한을 찬양하고 다닌다는 이유에서였다. 활빈단 등 보수 단체는 이들이 북한을 찬양하고 다닌다며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일부 콘서트 일정이 취소되고, 경찰 소환 통보도 내려졌다. A군의 폭발물 테러는 그 와중에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여름 일베에 가입해 준회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언론에는 A군의 학교 교사가 "A군이 일베에서 활동했고, 담임교사가 수차례 제지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한 증언도 나왔다.

그렇다면 A군은 맹목적인 애국 청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을 토크 콘서트의 소재로 삼고 있는 신은미씨와 황선씨가 분명 마뜩찮아 보였을 것이다. 

그는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말의 주술에 걸려 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토록 그의 눈을 멀게 한 '배후'를 떠올리는 까닭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현장 목격자들의 말을 빌려 A군과 함께 들어왔다는 한 성인 남성을 의심하고 있다. 

어쨌든 그는 기꺼이 스스로 '영웅'이 되고 싶어했을 것이다. 자신을 '영웅'으로 바라는, 반공·반북주의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들이 우리 사회 한쪽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의사'로 추켜세우고, 이번 사건을 '익산대첩'으로 명명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일베 사이트의 분위기가 그 방증이 아닐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 일부의 '안이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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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고3 학생이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인화물질을 터트려 2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3명이 부상당했다. 사진은 인화물질 폭발 당시의 동영상 화면을 캡처한 것. ⓒ 주권방송

진짜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 일부의 '안이한' 시선이다. 우리 사회 한켠에는 '애국'이니 '경제'니 하는 말로써 이들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류가 분명히 존재한다. 철없는 젊은이들의 치기라면서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밀턴 마이어가 쓴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의 이야기 몇 토막을 들려주고 싶다. 이 책은 1955년에 출간된 후 나치 시대를 이해하는 필독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밀턴 마이어는 이 책을 통해 600만여 명의 유대인 학살 뒤에 나치의 준동에 침묵한 '선한' 다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1930년대 초반, 독일에서는 비유대인 상점 유리창에 '독일인 사업체'라는 표지가 붙기 시작했다. 당시 독일은 유럽에서도 반유대주의가 심한 곳이었다. 악질적인 인종 차별 문화를 악용해 잇속을 챙겨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지각 있는 독일 사람들은 잠깐 눈살을 찌푸렸을 뿐이다.

1938년 11월 10일, 미국의 한 통신사는 독일 베를린 교외에서 벌어진 사건 하나를 보도했다. 프랑크푸르트 인근 소도시에 있는 유서 깊은 유대인 교회가 방화로 불탄 다음 날이었다.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했던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어느 유대인 과자가게의 유리창이 깨졌다. 그 틈을 타 한 떼의 아이들이 과자를 훔쳐 달아났다. 아이들의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은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때 마침 한 '아리아인' 노인이 걸어오다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19세기를 전후로 유럽에는 인종주의가 득세하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아리아인은 유럽에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민족으로 칭송받았다. 독일인을 포함한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그런 아리아 민족의 후손이라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아리아인 노인은 아이들의 부모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지금 유대인을 괴롭힐 뿐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당신들은 지금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있어. 지금 당신들은 자기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치는 거라고."

노인은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 부모들은 그제야 잠에서 깨어난 듯 군중 속에서 뛰쳐나와 자식들을 붙들었다. 그들은 아이들이 손에 쥔 과자를 버리게 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가게 유리창에 '독일인 사업체'라는 표지를 붙이면서 몇 년 뒤 벌어질 유대인 교회 방화 사건을 떠올린 독일인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불길에 휩싸인 유대인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불과 5년 후 독가스로 유대인을 죽이는 잔혹한 학살극이 전국에서 일어나리라고 예측한 독일인 또한 거의 없었으리라. 하지만 방화는 일어났고, 600만 명의 유대인이 죽어간 학살극은 인류 최악의 역사로 기록되었다.

백색 테러가 난무하는 세상, 상상만 해도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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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8시 20분께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씨의 토크 콘서트에서 고교 3년생 A군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가방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매캐한 연기가 나면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 연합뉴스

서북청년단은 1946년 11월 서울에서 결성된 강경 반공단체였다. 해방 이후 북한의 사회개혁 당시 사회적·경제적 기득권을 잃고 남하한 지주 집안 출신 청년들이 주축이었다고 한다. 역사학자들은 이들이 1948년 제주 4·3항쟁 당시 미군정을 등에 업고 제주도민을 상대로 갈취와 약탈, 살상을 주도했다고 적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 역시 이 단체의 간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그 악명 높은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며 나선 이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훼손하려던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백범 김구 선생 암살이 의거"라는 글을 일베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11월 29일에는 대관을 불허한 서울시 청소년수련관의 제지를 뚫고 서북청년단 재건 총회를 폭력적으로 강행했다.

일베의 '폭식 투쟁'과 A군의 '폭발물 테러', 서북청년단 재건위의 폭력적인 재건 총회는 별개가 아니다. 이들을, 맹목적인 애국주의와 반공주의로 무장한 극우 보수의 준동을 암시하는 전주곡으로 보면 지나칠까. A군은 범행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집 근처에 신은미 종북 콘서트 여는데 신은미 폭사 당했다고 들리면 난 줄 알아라"라는 글을 올리면서 제목을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라고 했다고 한다. 살인을 '인생 목표'로 삼은 19살의 고등학생이야말로 그 생생한 증인이 아닐까.

1938년의 독일 부모는 유대인 과자가게에서 사탕을 훔치는 아이들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 그런 독일인 부모처럼 돼서는 안 되지 않을까. 법에 따른 엄정한 처리와 사회적 공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혐오범죄처벌법과 같은 관련 법률 또한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백색 테러가 난무하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싣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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