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홍준표 지역구... 동대문 소재 경남기업 가보니
홍준표 경남지사가 국회의원 12년 한 곳... "회사 있다는 것 모를 리 없어"
15.04.15 18:12 l 최종 업데이트 15.04.15 18:12 l 최지용(endof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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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에서 '홍준표 1억'이라 고 적힌 것과 관련,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3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홍 지사는 "검찰 수사 받을 일이 있으면 받겠다"고 밝히고 "(검찰에) 불려갈 일이 있으면 불려가야죠"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메모에 정치권 전체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특히 정권의 실세와 소위 친박(친박근혜)이라고 불리는 여당의 핵심인사들이 포함됐습니다. 그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는 약간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무상급신 중단으로 논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정권의 실세라고 할 수 없고, 친박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선상에 가장 먼저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성 전 회장이 지난 2011년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를 도운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계좌로 1억원을 입금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홍 지사는 이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도 성 전 회장과 잘 모르는 사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홍 지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도 어이없는 보도가 계속되기에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며 "제 기억으로는 2011년6월 전당대회를 전후해서 서산지구당 당원 간담회에서 잠깐 만나 인사한 이외 성완종씨를 만난 일도 없고 전화통화 한 일도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했던 해명을 반복한 겁니다. 

그는 이어 "그때는 잘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라며 "언론에 거론되는 윤씨는 제 경선을 도와준 고마운 분이지만 제 측근이 아니고 성완종씨 측근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완종씨와 윤씨의 자금 관계는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수사로 명백히 밝혀질 일을 기정사실화해서 얽어매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홍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성 전 회장이 기업을 운영한다는 걸 알지 못했으며, 성 회장이 경남기업을 운영한다는 것과 경남기업이 동대문 답십리에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경남기업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라고도 했습니다.

과연 홍 지사와 성 전 회장은 친분이 없는 것일까? 곧바로 몇 가지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성 전 회장이 지난 2003년 인수한 경남기업의 본사는 홍 전 지사가 지난 2001년 16대 국회 보궐선거부터 2012년 19대 총선 전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동대문을 지역에 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4번의 선거를 치렀고, 10년이 넘게 정치활동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지역에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경남기업과 인연이 없었을까? 이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의문으로 보입니다. <오마이뉴스>는 14일 경남기업을 찾아 이 의문을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다 아는 데 홍 지사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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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위치한 경남기업 사옥. ⓒ 최지용

경남기업은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대로변 안쪽 왕복 4차선 도로변에 있는 지상 5~6층으로 보이는 건물을 독채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벽면에는 '성완종 회장님, 편히 잠드소서!'라는 근조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날 경남기업은 자본잠식으로 인해 42년 만에 주식시장에서의 퇴출이 결정됐습니다. 

경남기업은 지난 2003년 성 전 회장이 운영하던 대아건설 합병 후 이곳으로 왔습니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한국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이 사옥 건물을 "지난 1986년에 매입해 지금까지 사용해 왔다"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프로레슬링 김일 선수의 체육관이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성 전 회장이 동대문에 자리를 잡은 건 거의 30년 전의 일입니다.

홍 지사는 어떨까요? 그가 국회의원 시절 사용한 지역사무실은 경남기업 사옥에서 약 2km가량 떨어진 장안사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동대문을지구당 위원장을 했고, 이후 내리 세 번이나 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지난 2012년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에게 패할 때까지 그는 이 지역에 가장 유력한 인사였습니다. 

성 전 회장과 홍 지사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경남기업의 공식적인 답변은 "알 수 없다"였습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주로 '충청포럼'을 통해 활동했다"라며 "동대문에서 활동은 많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경련과 같은 경제인 모임이나 지역상공회의소 행사에서 두 사람이 만났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가능은 하겠지만 확인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역에 현역 의원인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9대 국회에서 같은 상임위(국회 정무위원회) 성 전 회장이 내 맞은편에 앉았기 때문에 안다"라며 "동대문에서 경남기업이 박카스(동아제약)하고 제일 큰 회사인데 거기(답십리)에 있다는 걸 모를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홍 지사의 해명과는 다른 주장입니다. 

민 의원은 또 "경남기업 건물 바로 옆에 큰 웨딩홀이 있는데, 거기서 지역행사를 많이 한다"라며 "홍 지사도 의원을 하면서 그 앞을 수도 없이 갔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민 의원은 "그런 대기업 회장들이 지역 상공인 행사에는 잘 나오지 않는 것은 맞다"라며 "홍 지사가 개인적으로 관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에서 마주치는 일은 별로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경남기업 주변 상인들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한 철물점의 주인은 "선거철이면 (홍 지사를) 한 번씩 봤지"라며 "경남기업이 여기 있는 건 이 동네 사람들이면 다 아는 건데 (홍 지사가) 몰랐을까?"라고 의문을 제시했습니다. 경남기업 직원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라는 곳의 주인도 "홍 지사는 많이 봤지만 경남기업에 간 적이 있는지는 모른다"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홍 지사와 성 전 회장의 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상 홍 지사의 해명에 여전히 의구심이 남습니다. 이런 의문을 다시 홍 지사 측에 전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지사께서 밝힌 내용 이외에 더 설명할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 역시 이후 검찰 수사에서 다뤄지고,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의문을 더 제기해 봅니다. 홍 지사는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아무개씨를 자신의 측근이 아닌 성 전 회장의 측근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홍 지사의 새누리당 대표 경선을 도왔습니다. 이는 홍 지사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과연 성 전 회장의 측근이 왜 별다른 인연도 없는 홍 지사의 대표 경선을 도왔을까요?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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