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내 조국인가" 세월호 추모집회 직장인 울분의 후기.. 페북지기 초이스
국민일보 | 김상기 기자 | 입력 2015.04.18 00:06

"그냥 꽃 하나만 놓고 가려는데 뭐가 그리 무서운 걸까요. 엉엉 울었더니 얼굴이 팅팅 부었네요. 이게 내 나라 내 조국이라니…."

평범한 직장인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헌화대에 꽃을 바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인터넷에 올린 후기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304명의 희생자들도, 집회 현장의 경찰들도 모두 피해자라며 쓴 글을 본 네티즌들이 함께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아, 대한민국! 18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글은 SLR클럽 'へ( ̄⌒ ̄へ)맛있는씐나면'이라는 닉네임의 회원이 전날 오전 '어제 세월호 집회를 다녀오고'라는 제목으로 올린 것입니다.


닉네임이 기니 글쓴이를 A씨라고 쓰죠.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A씨는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퇴근 뒤 시청 앞 광장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는 추모 행사에 참여하면서 세월호 사고 원인을 아직까지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또 아무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을 거론했습니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등 과거 큰 사고의 경우 전부 원인 규명 했잖아요. 그런데 세월호는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도 알 수 없고, 제법 오랫동안 배가 떠 있었음에도 나라에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어요."

추모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요구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원인 규명. 그런데 그게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합니다.

"유가족 중 아이 한 명이 나와 말하더군요. '정작 미안해할 사람은 미안해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라고 말이죠. 또 '가화만사성이라는 말 아세요?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안 돌보면서 밖의 일이 중요하냐고. 그리고 살려달라고, 죽어가는 자기들 손 잡아달라고요'라고 하더군요. 엉엉 울었습니다. 미안해서."

A씨는 경찰에 막혀 헌화조차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국화꽃 한 송이 준비했습니다. 집회 끝나고 광화문 광장에서 헌화하려고요. 오후 9시정도 광장으로 가는데 경찰이 다 통제하더군요. 경찰이 엄청난 벽을 만들어 놨더군요. 그 위에선 열심히 사진을 찍고 또 아래에선 위를 찍고. 결국 가로막은 경찰 버스에 꽃을 꽂았어요."

A씨는 경찰들이 청계천 끝까지 다 막고 사람들을 다 가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시민들에게 욕을 먹던 전경들도 딱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작 높은 사람은 이 자리에 없고 뉴스에도 집회 이야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꽃 하나 놓고 가려는데 뭐가 그리 무서운 걸까. 화난 시민들도 보였고요. 욕먹는 죄 없는 전경들도 불쌍하고. 언론을 보니 웃기더군요. 뉴스도 뭐 거의 안 나오고."

일부 집회 때문에 불편했다는 뉴스의 댓글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이 났는데 소방관이 와서 구경만하고 가족이 죽었대도 이런 말을 했을까요. 그런 공감하는 능력도 잊을 정도로 사람들이 미쳐버린 건가 싶기도 하고요.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잖아요. 이게 내 나라 내 조국이라니."

A씨는 시위대를 막은 경찰차 뒤에 꽂힌 국화꽃 한 다발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짠하지 않습니까? 꽃 하나 놓고 추모하려는데 길이 막혀 못하다니. 그래서 그 길을 막은 경찰차에 꽃을 꽂아야 하다니.

A씨는 끝으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관심을 사랑을 당부했습니다.

"유가족에게 관심과 사랑 보내 줍시다. 그들도 죽어가고 있어요. 구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의 나라, 조국은 안녕들 하십니까?"

A씨가 느낀 울분과 아픔을 함께하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울화통이 터집니다."

"정말, 이게 국가인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수고하셨어요. 현장 상황 보고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참여하지 못해 부채의식도 있네요. 잊지 않는 것으로 부채의식을 청산하겠습니다."

"전경 버스에 빼곡히 꽂힌 국화를 보니 가슴이 아프네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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