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습지’ 41% 감소는 어떻게 설명하죠?
글·사진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입력 : 2015-05-31 21:16:54ㅣ수정 : 2015-05-31 21:34:15

정부 “습지 안 줄었다” 람사르 총회 보고서 제출
울주 무제치늪 육화현상 대책 손 놓고
람사르습지 관리도 제대로 안 이뤄져

“지난 3년간 전국 모든 습지의 상태가 전반적으로 변화했는가.”(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

“변하지 않았다.”(한국 정부)

“아니다. 4대강 사업과 갯벌 매립 등으로 습지 면적은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 정부는 습지의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환경단체)

국내 습지 현황을 묻는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 한국 정부가 보고서를 내고, 지난 29일 환경단체들이 다시 반박한 내용이다. 1일부터 우루과이에서 열리는 12차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습지NGO네트워크는 람사르협약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 보고서에서 국내 습지 상황을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1일 람사르습지로 새로 지정된 제주도 한라산 중턱의 숨은물뱅듸 습지 내 연못 주변 풀밭을 노루들이 거닐고 있다.

습지NGO네트워크는 서한에서 ‘국내 습지에 변화가 없다’는 정부 보고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연안 매립 등을 통해 국토 면적이 18㎢ 늘어났다고 밝힌 것부터 국내 습지 면적이 줄어든 근거로 제시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2012년 루마니아 11차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한국 습지 현황이 향상되었다’는 왜곡된 내용이 담겼다”며 “당시엔 4대강 사업으로 주요 하천의 습지가 훼손되고 있던 시기”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10년 1억2289만㎡이던 4대강 습지는 2012년 7249만㎡로 41%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습지NGO네트워크는 “정부가 관리계획만 세워놓았을 뿐 람사르습지조차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울산 울주군 무제치늪을 들었다. 환경단체들은 “무제치늪은 지금도 꾸준히 육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육화를 막기 위한 대책은 관리계획상으로만 토사 유입 방지 울타리를 짓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가 보고서에서 국제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은 국내 습지들의 생태적 특성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답한 것도 왜곡이라고 짚었다. 낙동강 하구를 찾아오는 철새들의 수가 급감하고 있고, 구미 해평습지는 4대강 사업으로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새만금을 찾는 철새도 급감했지만 정부는 이런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2006년 76만㏊가 넘었던 전국의 습지는 43만㏊로 줄어들었고, 내륙습지는 약 50만7630㏊에서 18만7276㏊로 63% 격감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환경단체 대표로 12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하는 녹색연합 황인철 평화생태팀장은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습지 파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전할 것”이라며 “최근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5대강 개발로 인해 많은 습지가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는 점도 국제사회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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