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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좌장' 팔선녀 비밀모임설 나온 까닭
박관천 경정 '동향보고서' 작성했다 청와대로부터 '찌라시' 공세 시달리기도
[제1276호] 2016.10.24 09:20 

[일요신문] "유령과 싸우는 기분이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의혹만 남는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취재하고 있는 복수의 언론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최순실 씨(개명 후 최서원)의 비밀스런 움직임을 두고 혀를 내둘렀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 씨는 최근 한국을 떠나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행적은 베일에 싸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왼쪽)와 전 부인 최순실 씨가 2013년 7월 19일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 관중석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겨레  

최 씨를 둘러싼 의혹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을 비롯해 독일법인인 더블루케이, 비덱스포츠, 국내외 설립된 페이퍼컴퍼니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는 결국 '돈 문제'가 걸려 있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모금 형식으로 수백억 원을 받은 배경에 '무엇'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9월 사정기관 안팎에선 이른바 '팔선녀'와 관련한 소문이 떠돌았다.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 씨를 중심으로 한 여성 기업인, 재력가, 교수 등을 아우르는 8인의 '비밀모임'이 있으며 이를 '팔선녀'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최 씨가 비밀모임 인사 등을 통해 막후에서 국정에 개입하고, 재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것이다.

권력기관 일부 동향보고에도 이 비밀모임과 관련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팔선녀와 관련한 문의를 받고 그들 중 한 명을 얘기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단순 추측이었을 뿐이다. 결국 소문이 소문을 낳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동향보고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적시하고 내부 승인을 거친 정식 보고서와 그 성격이 다르다.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 사건에 연루된 박관천 경정은 당시 최 씨 부부와 관련된 '동향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찌라시'라는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박 경정은 이후 재판 과정에서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팔선녀와 관련한 소문에 따르면 비밀모임 멤버 가운데는 A 사 오너가 포함돼 있다. A 사 고위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얘기며 사실이 아니다.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B 사 오너의 아내 역시 비밀모임 멤버로 지칭됐지만 B 사 관계자는 "처음 듣는다"며 선을 그었다. 또 C 사 최고위 임원은 CF감독 출신이자 '정권 실세'로 지목된 차은택 씨와 인연 등을 근거로 비밀모임 멤버가 아니냐는 풍문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를 확인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 임원이 워낙 '마당발'인 탓에 최 씨와 한두 차례 만난 인연이 확대재생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유명 대학교수인 D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모든 소문의 중심에는 최 씨가 있다. 최 씨와 직간접으로 인연이 있거나 인연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유력 인사들은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그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인 이 아무개 씨와 최 씨의 '인연'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경정과 함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최 씨와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씨는 물론 최 씨의 딸 정유연(개명 후 정유라) 씨에 대한 대기업, 승마단체, 이화여대의 잇단 특혜 제공 의혹은 최 씨가 실제 영향력이 있었거나 영향력이 있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팔선녀와 관련한 소문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최 씨의 '영향력'(혹은 그렇게 보이는)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하는 단서는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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