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2868
‘팩트’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다
모처럼 저널리즘 존재 이유를 입증한 탐사보도 릴레이… TV조선이 물꼬 트고 JTBC가 파헤친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정철운·이하늬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드레스덴 선언을 비롯한 각종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전달받았으며 최씨의 지시에 따라 연설문이 고쳐졌다는 JTBC의 단독 보도(24일)가 나온 지 하루만의 일이다. 초유의 국정논단 사태에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하야’는 25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하야’ 국면을 만들어낸 건 언론이다. TV조선→한겨레→경향신문→JTBC로 이어졌던 주요한 단독보도 흐름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이화여대를 거쳐 최종적으로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가리켰다. KBS와 MBC를 제외한 대다수 주요 언론이 지면과 사설을 통해 한 목소리로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서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없었다.
▲ TV조선 10월25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 10월 25일자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조선일보의 25일자 사설 제목은 “‘최순실 손에 대통령 기밀 충격 보도’에 靑(청와대) 침묵, 말이 안 나온다”였다. 이날 조선일보 지면에 등장한 ‘신문으로 배우는 실용한자’는 ‘하야’였다. 조선일보 공식 페이스북은 박대통령을 최순실이 조종하는 인형으로 묘사했다.
TV조선 특별취재팀은 25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보도로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이재중 TV조선 기자는 수상소감에서 “뜨거운 여름이었다. 아무도 받아쓰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했다. 그때 특별취재팀장이 알고도 쓰지 않으면 기자로서 직무유기라고 하셨다. 저희가 직무유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때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를 바라보는 보수진영의 눈이 이렇다.
“밤의 말벗과 낮의 황태자.” 신동아 11월호는 최순실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이렇게 묘사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은 밤에 의지하고, 우병우는 낮에 의지한다.” 신동아는 최순실 파문과 관련, “비박계가 돌아서면 박 대통령은 대선 게임에서 퇴장하고 여당에서 탈당 요구를 받거나 격하 대상이 되는 굴욕을 경험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최순실 보도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KBS마저 최순실을 찾기 위해 유럽을 뒤지는 상황에서, 현실성 있는 장면이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대통령을 가까이서 봤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이번 사태는 충격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방송사 기자는 “정권마다 비선실세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대체 최순실은 뭔데? 아무리 의리라고 해도 이거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기자는 25일 대통령 사과를 두고 “취임 후에 저렇게 힘없는 표정과 말투는 처음 봤다”고 전한 뒤 “사과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마음의 사과도 있지만 재발 방지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거 전혀 없이 2분도 안 되는 시간에 본인의 말만 하고 나가버리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뉴스 수용자들은 오랜만에 언론보도에 열광하고 있다. 25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는 ‘최순실’, ‘하야’, ‘탄핵’, ‘최태민’ 등으로 가득했다. 한겨레는 이날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인터뷰를 내보내며 “최순실이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25일 최순실과 인터뷰 영상을 단독 보도했다. JTBC는 25일 ‘최순실 PC’에 대통령 인사와 주요 정책 국정까지 담겨 있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박근혜 하야’로 이어지고 있는 이번 사태는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의 진정한 성과는 수익모형이 아닌 정상관행을 따를 때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타락한 권력에 대한 증오가 언론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고유한 사회적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말한 정상관행이란 기사가 될 만한 것을 발제하면 데스크가 취재를 지시하고 타사와의 취재경쟁 결과 수많은 단독이 등장하며 실체에 접근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준웅 교수는 “당연한 정상관행으로 우리는 그동안 한국사회 핵심권력이 내팽개친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JTBC와 한겨레를 인용하고 한겨레가 조선일보와 TV조선을 인용하는 오늘은 한국언론사(史)에 매우 낯설고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JTBC 10월24일자 ‘뉴스룸’ 클로징 BGM 제목은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였다. 시대가 기자들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다.
‘팩트’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다
모처럼 저널리즘 존재 이유를 입증한 탐사보도 릴레이… TV조선이 물꼬 트고 JTBC가 파헤친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정철운·이하늬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드레스덴 선언을 비롯한 각종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전달받았으며 최씨의 지시에 따라 연설문이 고쳐졌다는 JTBC의 단독 보도(24일)가 나온 지 하루만의 일이다. 초유의 국정논단 사태에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하야’는 25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하야’ 국면을 만들어낸 건 언론이다. TV조선→한겨레→경향신문→JTBC로 이어졌던 주요한 단독보도 흐름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이화여대를 거쳐 최종적으로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가리켰다. KBS와 MBC를 제외한 대다수 주요 언론이 지면과 사설을 통해 한 목소리로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서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없었다.
▲ TV조선 10월25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 10월 25일자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조선일보의 25일자 사설 제목은 “‘최순실 손에 대통령 기밀 충격 보도’에 靑(청와대) 침묵, 말이 안 나온다”였다. 이날 조선일보 지면에 등장한 ‘신문으로 배우는 실용한자’는 ‘하야’였다. 조선일보 공식 페이스북은 박대통령을 최순실이 조종하는 인형으로 묘사했다.
TV조선 특별취재팀은 25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보도로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이재중 TV조선 기자는 수상소감에서 “뜨거운 여름이었다. 아무도 받아쓰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했다. 그때 특별취재팀장이 알고도 쓰지 않으면 기자로서 직무유기라고 하셨다. 저희가 직무유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때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를 바라보는 보수진영의 눈이 이렇다.
“밤의 말벗과 낮의 황태자.” 신동아 11월호는 최순실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이렇게 묘사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은 밤에 의지하고, 우병우는 낮에 의지한다.” 신동아는 최순실 파문과 관련, “비박계가 돌아서면 박 대통령은 대선 게임에서 퇴장하고 여당에서 탈당 요구를 받거나 격하 대상이 되는 굴욕을 경험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최순실 보도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KBS마저 최순실을 찾기 위해 유럽을 뒤지는 상황에서, 현실성 있는 장면이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대통령을 가까이서 봤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이번 사태는 충격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방송사 기자는 “정권마다 비선실세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대체 최순실은 뭔데? 아무리 의리라고 해도 이거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기자는 25일 대통령 사과를 두고 “취임 후에 저렇게 힘없는 표정과 말투는 처음 봤다”고 전한 뒤 “사과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마음의 사과도 있지만 재발 방지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거 전혀 없이 2분도 안 되는 시간에 본인의 말만 하고 나가버리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뉴스 수용자들은 오랜만에 언론보도에 열광하고 있다. 25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는 ‘최순실’, ‘하야’, ‘탄핵’, ‘최태민’ 등으로 가득했다. 한겨레는 이날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인터뷰를 내보내며 “최순실이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25일 최순실과 인터뷰 영상을 단독 보도했다. JTBC는 25일 ‘최순실 PC’에 대통령 인사와 주요 정책 국정까지 담겨 있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박근혜 하야’로 이어지고 있는 이번 사태는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의 진정한 성과는 수익모형이 아닌 정상관행을 따를 때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타락한 권력에 대한 증오가 언론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고유한 사회적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말한 정상관행이란 기사가 될 만한 것을 발제하면 데스크가 취재를 지시하고 타사와의 취재경쟁 결과 수많은 단독이 등장하며 실체에 접근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준웅 교수는 “당연한 정상관행으로 우리는 그동안 한국사회 핵심권력이 내팽개친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JTBC와 한겨레를 인용하고 한겨레가 조선일보와 TV조선을 인용하는 오늘은 한국언론사(史)에 매우 낯설고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JTBC 10월24일자 ‘뉴스룸’ 클로징 BGM 제목은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였다. 시대가 기자들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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