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61203.010020712400001
[취재수첩]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최보규기자 2016-12-03
지난 1일 오후 불씨는 아직 살아있었다. 30시간이 넘는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화마(火魔)의 씨앗은 잿더미 사이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피해 상인들은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했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이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현장을 찾았다.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힘이 돼 준 서문시장을 찾아 피해 상인들을 위로하겠다는 요량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등장으로 서문시장 일대는 곧 ‘연극무대’로 바뀌었다. 주인공은 박 대통령. 대구시민은 엑스트라쯤 됐을까.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 배경은 완벽했다. 주인공의 무대 등장 30분 전. 스태프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주인공의 동선에 맞춰 철저하게 무대를 준비했다. 그들이 친 폴리스라인으로 인해 시민들은 무대 한 귀퉁이로 몰렸다.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주인공이 ‘무대’에 오르기 17분 전. 현장에선 두 남성이 실랑이를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로 추정되는 스태프는 수차례 대구소방대원에게 길 위에 놓인 소방호스를 빼라고 주문했다. 소방대원은 “안 된다”고 했지만, 스태프는 “저쪽에선 빼도 된다고 했는데 왜 안 된다는 거냐”고 입씨름했다.
문제의 소방호스는 화재현장과 연결돼 있었다. 호스의 연결을 끊으면 현장에는 자연히 물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 스태프들은 뭘 걱정했을까. 주인공이 행여 호스에 걸려 넘어질까, 혹은 마차 타고 등장하는 주인공의 ‘편한 승차감’을 훼손할까 두려웠을까. 5분가량의 실랑이 후 소방호스는 빼지 않는 걸로 결론났다.
오후 1시30분 박 대통령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가 걷는 화재 현장 곳곳에는 노란 소방복을 입은 이들이 서 있었다. 박 대통령이 떠난 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들이 누군지 수소문했다. 그 과정에서 몇 사람이 귀띔해 줬다. “우리 쪽(대구소방대원) 사람 아니예요.” ‘무대’ 안에 있던 노란 소방복의 사나이들은 누구였을까. ‘공연’을 위해 포진된 ‘맞춤형 배우’였을까.
주인공의 등장은 화재 진압도 일시 중단시켰다. 박 대통령 도착 전까지 소방대원들은 잿더미를 들춰내고 안에 남은 불씨를 제거하고 있었다.
정확히 10분. 이날의 ‘공연’은 짧았다. 하지만 불씨와의 사투가 벌어지던 때 자신의 ‘연극’을 위해 억지로 ‘무대’를 만든 주인공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이 모든 게 ‘연극’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상인들의 절규가 생생하다. 화재는 이튿날 완진됐지만 대구시민 마음속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최보규기자<기획취재부>
[취재수첩]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최보규기자 2016-12-03
지난 1일 오후 불씨는 아직 살아있었다. 30시간이 넘는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화마(火魔)의 씨앗은 잿더미 사이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피해 상인들은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했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이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현장을 찾았다.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힘이 돼 준 서문시장을 찾아 피해 상인들을 위로하겠다는 요량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등장으로 서문시장 일대는 곧 ‘연극무대’로 바뀌었다. 주인공은 박 대통령. 대구시민은 엑스트라쯤 됐을까.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 배경은 완벽했다. 주인공의 무대 등장 30분 전. 스태프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주인공의 동선에 맞춰 철저하게 무대를 준비했다. 그들이 친 폴리스라인으로 인해 시민들은 무대 한 귀퉁이로 몰렸다.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주인공이 ‘무대’에 오르기 17분 전. 현장에선 두 남성이 실랑이를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로 추정되는 스태프는 수차례 대구소방대원에게 길 위에 놓인 소방호스를 빼라고 주문했다. 소방대원은 “안 된다”고 했지만, 스태프는 “저쪽에선 빼도 된다고 했는데 왜 안 된다는 거냐”고 입씨름했다.
문제의 소방호스는 화재현장과 연결돼 있었다. 호스의 연결을 끊으면 현장에는 자연히 물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 스태프들은 뭘 걱정했을까. 주인공이 행여 호스에 걸려 넘어질까, 혹은 마차 타고 등장하는 주인공의 ‘편한 승차감’을 훼손할까 두려웠을까. 5분가량의 실랑이 후 소방호스는 빼지 않는 걸로 결론났다.
오후 1시30분 박 대통령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가 걷는 화재 현장 곳곳에는 노란 소방복을 입은 이들이 서 있었다. 박 대통령이 떠난 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들이 누군지 수소문했다. 그 과정에서 몇 사람이 귀띔해 줬다. “우리 쪽(대구소방대원) 사람 아니예요.” ‘무대’ 안에 있던 노란 소방복의 사나이들은 누구였을까. ‘공연’을 위해 포진된 ‘맞춤형 배우’였을까.
주인공의 등장은 화재 진압도 일시 중단시켰다. 박 대통령 도착 전까지 소방대원들은 잿더미를 들춰내고 안에 남은 불씨를 제거하고 있었다.
정확히 10분. 이날의 ‘공연’은 짧았다. 하지만 불씨와의 사투가 벌어지던 때 자신의 ‘연극’을 위해 억지로 ‘무대’를 만든 주인공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이 모든 게 ‘연극’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상인들의 절규가 생생하다. 화재는 이튿날 완진됐지만 대구시민 마음속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최보규기자<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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