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v/20161214160602777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증거는 최소 10월부터 지워졌다
박준용 기자 입력 2016.12.14 16:06 수정 2016.12.14 16:22 

"최순실 10월께부터 조직적 증거인멸 지시" 청문회에서 드러나

어쩌면 지금까지 드러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빙산의 일각일 지도 모른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 많은 자료가 지워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 증거인멸을 두 달 전부터 주도하고, 검찰 수사 대비책을 짠 것도 최순실씨였다. 이를 입증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최씨가 증거인멸을 지시한 구체적 정황은 12월14일 오전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나왔다. 국조 특위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씨가 10월 말께 한국의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음성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내용은 이렇다.

“나를 어떻게 알았냐고 그러면 가방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옛날에 지인을 통해서 알았는데 그 가방은 빌로밀로가 그걸 통해서 왔고 그냥 체육에 관심이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 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줬다고). 사실 고원기획(고영태씨와 최순실씨가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진 회사)이고 뭐고 이렇게…저기 고원기획은 얘기하지 말고 다른 걸 좀 해가지고 받으려고 했는데 도움을 못 받았다, 이렇게 나가야 될 것 같아. ”

아울러 박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최씨가 《JTBC》의 태블릿 PC, 《한겨레》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인터뷰 등 국내 보도를 보고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또 최씨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사건의 책임이 있다”며 몰아가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최씨가 한국의 지인에게 이와 관련해서 한 말이다. 

“큰일났네. 그러니까 고(고영태씨로 추정)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얘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분리를 시키지 않으면 다 죽어.”

박 의원은 “오늘 들려드린 것 말고 또 다른 내용의 녹취 파일이 있다.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면서 “청와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걸(최순실 사태 규명) 차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추가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3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의 증거 인멸 지시가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3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의 증거 인멸 지시가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최씨의 ‘증거인멸 정황’은 검찰의 수사결과와도 맞아 떨어진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조사한 결과 최씨는 관련 회사가 압수수색된 10월25일 한국의 측근에게 더블루케이의 컴퓨터를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더블루케이는 최씨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K스포츠재단’ 사업을 총괄했던 회사다. 최씨의 측근은 지시대로 컴퓨터를 망치로 부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0월 5일 미르․K스포츠 재단 고발 사건이 접수한 뒤 10월 26일에야 첫 강제수사에 나서는 ‘뒷북’을 치는 동안 관련 자료는 무더기로 삭제되고, ‘증거인멸’전략이 세워진 셈이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최씨에게  ‘증거인멸 교사’혐의를 적용했다. 

최씨의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대응 전략에는 본인 신변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대통령 비선 진료' 의혹을 받는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는 12월14일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씨) 비서를 통해 공황장애 진단서를 발급해줄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씨가 이런 부탁을 한 시기는 10월30일 귀국 전 독일에 체류하던 시점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씨가 국내 국정조사와 수사 등을 대비하는 전략으로 없는 질병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씨는 ‘공황장애’와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들어 국정조사에 출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검찰에 긴급체포된 11월1일 이후 공황장애 약을 한 번도 먹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씨의 측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최순실씨가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최순실씨) 본인이 쓴 (불출석)사유 서명서를 보면 글씨가 정서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쓴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본인이 ‘공항장애’라고 적고 있는데 공황장애 의미도 모르고 적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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