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v/20170119030228065

[단독]中 역사서, '고구려 보장왕 19년'대신 '唐고종 현경 5년' 표기
입력 2017.01.19 03:02 수정 2017.01.19 14:58 

한국 고대사 자국 연호로 정리
'사드 보복' 역사전쟁 확대 우려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로 출간된 ‘고구려역사편년’ ‘부여역사편년’ ‘백제역사편년’(왼쪽부터).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 박준형 박사 제공

《중국에서 우리나라 고대사 영역인 고구려, 부여, 백제 역사를 중국 고대사 연호 중심으로 정리해 사실상 중국사 일부로 편입시킨 역사서가 처음으로 발간됐다.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 박준형 박사와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이상훈 박사는 중국에서 ‘고구려역사편년(高句麗歷史編年)’ ‘부여역사편년(夫餘歷史編年)’ ‘백제역사편년(百濟歷史編年)’이 지난해 6월 출간된 사실을 확인하고 서적에 대한 기초분석을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분석 작업을 통해 △중국 연호 중심으로 연도별 고구려, 부여, 백제 관련 사료(史料) 정리 △2002∼2007년 중국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중국 정부가 기금을 지원하고 동북공정 참여 학자가 집필을 주도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외교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의 ‘사드 보복’이 역사전쟁으로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중국 중심으로 나열된 우리 고대 역사

이 책들은 중국 고대국가에서 사용한 연호를 중심으로 특정 연도와 관련된 주요 사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일례로 ‘고구려역사편년’ 목차 중 서기 660년 부분은 굵고 큰 글씨로 ‘唐高宗顯慶五年(당고종현경오년) (660年)’으로 표기됐다. ‘고구려 보장왕 19년’에 해당되는 시기가 중국 연호 중심으로 표기된 것. 660년에 나열된 사료는 ‘구당서(舊唐書)’ ‘신당서(新唐書)’ ‘자치통감(資治通鑑)’ 등 중국 사료 기록을 우선적으로 나열했다. 고려 때 집필된 ‘삼국사기’ 기록은 마지막에 인용돼 있다.

후순위로 밀린 삼국사기 등 한국 사료는 상당 부분 누락돼 있다. ‘고구려역사편년’ 속 고구려 역사의 시작 연도는 서기 9년이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서는 고구려 건국 연도를 기원전 37년으로 보고 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또한 서기 9년부터 299년까지는 삼국사기 기록을 전부 누락한 채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 ‘삼국지(三國志)’ 등 중국 중심의 사료를 선별해 정리했다.

박준형 박사는 “연도별로 보기 쉽게 정리한 ‘…편년’은 앞으로 해당 사료를 읽고 참고하게 될 연구자나 독자에게 우리의 고구려, 부여, 백제의 역사가 중국사의 일부처럼 인식되게 만들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 중국 정부 지원, 동북공정 참여 연구진 주도


중국 지린 성 지안에 있는 고구려 광개토대왕릉비. 중국에서 출간된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에는 광개토대왕이 재위한 391∼412년이 중국 진(晉)의 연호를 기준으로 기록돼 있다. 동아일보DB
 
‘…편년’은 각 책의 왼쪽 윗부분에 ‘국가사회과학기금중점항목성과(國家社會科學基金重點項目成果)’라고 명시돼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02∼2007년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지원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집필을 주도한 장웨이궁(姜維公·55) 중국창춘사범대 교수도 당시 대학에서 동북공정 과제를 수행했던 연구진이다. 장 교수는 책 서문에 “2002년 창춘사범대 연구소에서 동북공정 과제를 수행한 것이 (책 발간) 계기가 됐고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비를 받으면서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동북공정’에 대한 언급은 사드 갈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책이 출간된 지난해 6월은 같은 해 3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사드 반대”를 공식 주장하기 시작하며 한중 외교 갈등이 본격적으로 고조되던 시기다.

2007년 동북공정 프로젝트 종료 후 중국은 한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해 사회과학원 대신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간접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동북공정 이슈 또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상훈 박사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국민, 학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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