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노골적 여론심리전 '통하지 않는다'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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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노골적 여론심리전 '통하지 않는다'
의혹 규명 보다 억울함 호소·지지층 결집 메시지 다수 포함, 특검 및 헌재판결 교란 작전…"큰 영향은 없을 것" 의견도
차현아 기자 chacha@mediatoday.co.kr  2017년 01월 26일 목요일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청와대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지세력을 결집시켜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 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약 한 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정규재 주필의 질문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내용이 아닌, 지엽적인데다가 정작 탄핵사유와는 무관한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인터뷰의 목적은 설 연휴를 앞두고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에게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 진행이 불합리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터뷰에서 정규재 주필은 “여쭤보기도 민망하다”는 말을 덧붙여가며 정윤회씨와의 밀회를 가진 적이 있느냐는 질문과 정유라가 박근혜 대통령의 딸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또한 정규재 주필은 최순실씨와 고영태씨 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차은택씨는 둘의 사이에 대해 연인사이로 의심될만큼 가까워보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와 크게 관련이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 품격 떨어지는 얘기들”이라며 “사실에 근거하면 그냥 깨질 일들이 이렇게 자꾸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오해와 허구와 거짓말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것을 어떻게 보면 역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여성이 아니면 그런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의혹이 아닌 짖궂은 관심 정도로 치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가 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오히려 정규재 주필은 “지금와서 밝혀지는 얘기지만 태블릿 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많다는 게 새롭게 많이 알려지고”라며 보수단체의 태플릿 PC조작 주장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이 또한 보수 세력에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증거들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에 대해 “어떤 연설문 표현 같은 것에 대해 어느 기간만 (도움) 받은 게 전부”라며 인사 개입 역시 “(특정 인사를) 추천할 수는 있지만 추천했다고 해서 모두 되는 것은 아니다. 검증을 거쳐서 되는 것”이라며 제한적으로 이뤄진 사안이라며 일축했다.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 등에 임하는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의 논리이기도 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청와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정규재TV 화면 갈무리.

정작 중요한 의혹에 대해서도 정규재 주필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한 질문을 던졌다. 정규재 주필은 “우리의 지도자가 판단능력이 놀랍도록 떨어지는 분 아닌가 해서 분노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 추동 측면도 있지만 청와대에서 굿을 하거나 항정신성 약품 중독돼있나 질문 드린다”는 말과 “굉장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만들어지는 것이 대통령의 힘으로도 통제가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성향을 분류해 정부 지원을 제한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모르는 일”이라고만 답했으며 추가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모두 기존 변호인단을 통해 밝힌 내용 이상의 해명은 없었던 셈이다.  

의혹 규명보다 지지세력을 위한 인터뷰였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보수세력들이 꾸준히 지적하듯 박근혜 대통령이 억울하게 일부 세력의 ‘조작’에 휘말렸다는 취지의 발언들 때문이다. 정규재 주필은 “국회, 언론, 노조, 검찰 등 4대 세력이 동맹군이 된 듯 대통령을 포위해서 침몰시키고 있다”고 말했고 이에 박근혜 대통령 역시 동의하며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합류한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이 주로 참석하는 태극기 집회에는 “가슴이 미어진다”며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들에 대해 “촛불 시위의 두 배 넘는 정도로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고 듣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 법치를 지켜야 된다는 것 때문에 여러 가지 고생도 무릅쓰고 그렇게 나오신다는 걸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의 수사활동이 인권침해라는 취지로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경재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느 특검관계자가 피고인을 겨냥해 ‘최순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라고 언동했다”며 “특검은 형사 피의자인 피고인의 용서여부를 조사나 증거없이 결정할 아무런 권한이 없으며 이는 초헌법적 발상이거나 피고인에 대한 증오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5일 최순실씨는 특검 소환에 불응하다 강제소환되는 과정에서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며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터뷰와 이경재 변호사의 기자회견, 최순실씨의 소환 과정에서 보인 모습 등이 모두 한 맥락으로 특검과 헌재 심판 진행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데 모아진다.


▲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집행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강제구인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변호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와 최순실씨가 특검에 출석하면서 소리를 질렀던 것의 목적은 헌법재판인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혼동시켜서 시간을 끌고 버티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최순실씨는 그 앞에서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억울하다’ 이런 식의 주장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것을 받아서 이 모든 것이 음모다, 기획이다, 억울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 재판 자체가 본인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불공정하게 가기 때문에 헌법재판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봐야 한다, 그런 식의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검사 출신인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2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 인터뷰는) 탄핵 등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자기 쪽 사람들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퍼트리려는 의도”라면서도 “이번 인터뷰 등 여론전이 탄핵심판이나 특검 수사 결과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인터뷰 내용이 전반적으로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와 관련됐는데 허구로서 쌓아올린 산이라는 말을 보면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을) 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도를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