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8470
태극기 휘날리며 보수는 망해갑니다
새누리당이 잔류 강경파인 ‘자유한국당’과 탈당 온건파인 ‘바른정당’으로 분리되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확장성이 부족하고 바른정당은 존재감이 크지 않아 위기다. 두 당 사이의 간극도 커졌다.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7년 02월 28일 화요일 제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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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애국자, 진실은 유튜브에 있다"
누가 어르신 댁에 가짜 뉴스를 놓는가
우경화 주범은 전경련의 ‘입금’
‘극단파의 역설’이 보수를 포획했다. 극단파가 주도권을 잡을수록 온건파는 이탈한다. 그 세력이 선거에 승리할 가능성은 따라서 떨어진다. 그러나 온건파의 이탈이 가속될수록 진영 내에서 극단파의 주도권은 더 공고해진다. 이제 극단파는 진영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책임을 지기는커녕 내부의 지배권을 더 공고하게 가져간다.
징후는 광장에서 발견된다. 새누리당에서 이름을 바꾼 자유한국당의 강경파 의원들은 극우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초창기부터 광장에 나섰던 ‘확신파’인 김진태 의원에 이어,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조원진·윤상현 의원이 결합했다. 대선 도전을 선언하거나 이름이 거론되는 주자들 중에서도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광장에서 “탄핵 기각”을 외쳤다. 보수 내부 경쟁에서, 강경 아스팔트 보수 여론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높아졌다는 징후다.
2월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오른쪽)와 윤상현 의원(왼쪽)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월10일에 나온 한국갤럽 2월 2주차 여론조사를 보면,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15%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전이던 지난해 12월6~8일 조사 결과(14%)와 거의 차이가 없다. 탄핵 찬성 여론 역시 지난해 12월 81%, 올해 2월 79%로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탄핵 여론은 이슈에 따라 출렁이지 않고 안정적이다.
전체 여론 지형으로 보면 탄핵 반대 여론은 고립된 블록이다. 보수 지지층이 붕괴하면서 상대적으로 온건·합리 성향의 중도 보수 여론이 이탈한 상태다. 이에 따라 보수 진영에서는 ‘탄핵 반대 15%’를 잡으면 주도권을 쥐는 역설적인 구도가 등장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고연령층과 대구·경북 강경파가 자유한국당 지지 기반의 주류로 자리를 굳혔다.
보수 내부 경쟁의 품질도 나빠졌다. 바른정당의 이륙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보수 혁신을 내걸고 분당해 나간 바른정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바른정당이 힘을 받지 못하자, 자유한국당은 강경 보수 블록의 지지만 확보해도 보수 내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게 되었다. 강경파의 당기는 힘은 한껏 강해진 반면 외연 확장의 압력은 낮아졌다.
바른정당 창당은 ‘보수 적통 경쟁’과 ‘반기문 플랫폼’이라는, 서로 결이 다른 두 그림이 느슨하게 연합한 기획이었다. 대구 동구을이 지역구인 유승민 의원이 전자를 대표한다. 이 기획의 관심사는 단일 보수 정당의 주도권을 강성 친박계로부터 회수해오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바른정당이 온건 보수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며 보수 전체를 주도하는 정당으로 서야 한다.
‘반기문 플랫폼’ 공중분해된 뒤 막막해져
‘반기문 플랫폼’ 노선은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이끌었다.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정 농단 책임을 져야 하는 새누리당에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친박계 색채를 뺀 탄핵 찬성파 보수 신당이 필요했다. 반 전 총장을 불러들여 대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수 진영을 주도하는 당으로 올라선다는 구상이었다. 이 경우 당시에는 새누리당 내에 남아 있던 20명 안팎의 ‘친반기문’ 그룹이 2차 탈당을 할 가능성도 유력했다. 주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친반기문 의원들이 탈당 이후 바른정당과 연합하거나 통합한다면 새누리당은 더 큰 위기로 몰릴 수도 있었다.
2월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구상은 근본적으로 반기문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카드의 능력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걸었다. 리스크는 빠르게 현실이 되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짧은 대선 행보만으로 지지율을 까먹은 후, 대선 출마선언도 하기 전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2차 탈당이 점쳐지던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어정쩡하게 주저앉았고, 바른정당의 ‘반기문 플랫폼’ 기획은 공중분해되었다. 여론 기반도 조직력도 취약한 신당에게 가장 중요한 반전 카드인 유력 대선 주자가 사라졌다. 바른정당의 핵심 관계자는 “반기문 카드가 ‘쫑’이 난 이후 당의 앞길이 막막해졌다”라고 털어놓았다. 바른정당은 초기 이륙에 사실상 당의 명운을 걸었는데 그게 실패하면서 난감한 처지로 내몰렸다.
보수 처지에서 2017년 대선은 ‘내전’의 성격도 있다. 대통령 당선자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보수 내의 주도권 경쟁에서는 앞서야 한다. 그래야 대선 이후 보수 재편 국면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고, 2018년 지방선거도 유리하게 치를 수 있다.
‘현찰’은 자유한국당이 쥐고 있다. 보수 강경파는 탄핵 반대론에 기운 자유한국당으로 결집했다. 한국갤럽 2월3주차 기준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1%. 새누리당 전성기를 떠올리면 초라한 수치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경쟁자인 바른정당의 6%에 비하면 확실한 우세다. 보수의 핵심 기반인 60세 이상 고령층과 대구·경북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물론 이 수준의 정당 지지율로 집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연 확장은 필수다. 하지만 목표가 ‘보수 내전의 승리’라면 계산은 달라진다. 강경파 결집으로도 내전은 이길 가능성이 꽤 높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계열 후보 중 가장 앞서 있다. 15% 안팎의 탄핵 반대파가 황 총리에게로 쏠렸다. 다만 자유한국당 이외의 정당 지지자나 무당파층에서는 외면에 가까운 대접을 받는다. 귀국 전 반기문 전 총장과의 결정적 차이다. 지지율이 높을 때의 반 전 총장은 무당파의 폭넓은 지지에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지지층 일부까지 흡수했다. 지금 황 총리로의 보수 결집은 ‘황교안 효과’라기보다는, 탄핵 반대파 15%의 대표주자 옹립에 가깝다는 게 여론 분석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자유한국당의 한 전략통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간에 내던져야 하는 부담도 있고 당내 기반도 없는 황 총리가 경선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이 후보 추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추대에 가까운 경선 룰은 가져다 안겨야 움직이려 들지 않겠나”라고 예측했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등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경선 출마를 선언한 당내 주자들 주변에서는 황 총리가 결국 출마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지도부는 경선 경쟁자들의 반발을 묵살해가며 ‘추대에 가까운 경선’을 만들기 어렵고, 황 총리는 실질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경선이라면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자유한국당에는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는 인물이 적지 않다. 안상수·원유철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언론인 김진씨도 자유한국당 입당과 함께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조경태 의원 등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대선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보다는, 대선 이후 보수 재편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후보 자리를 노린다는 평가가 많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2월16일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엎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대선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선 후보라 쓰고 당권 후보라 읽는다
자유한국당이 쥔 ‘현찰’은 미래 가치가 낮다. 50대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자유한국당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지지로 버티고 있다. 신규 유입되는 20대 유권자를 잡기 어려워 지지층 재생산이 쉽지 않은 구조다. 광장의 탄핵 반대 강경파와 당의 지지 기반이 갈수록 겹쳐간다. 반면 바른정당은 현금화가 불확실한 ‘어음’에 당의 명운이 걸린 처지로 내몰렸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아스팔트 보수, 강성 보수와 다른 ‘샤이 보수’가 틀림없이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마저 비호하는 극단적 보수에 질려버리고 숨은 유권자다. 이 층이 지금 안희정 지지로 가거나 무당파로 빠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 기반을 창출해내야 올해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2월15일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가운데)가 김정남 피살 관련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능할까? 쉽지는 않다. 당내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존재감이 크지 않다. 대선 국면에서 집권은 고사하고 합종연횡에도 충분치 않은 지지율로 고전 중이다. ‘보수 내전’에 패배할 경우,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의 압력이 당장 닥쳐온다. 바른정당이 노선과 철학과 지지 기반을 독자 정립한 새로운 보수 정당이라면 보수대연합론을 버텨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바른정당을 그렇게 평가하는 관찰자는 거의 없다. 새누리당을 탈당했으나 바른정당에 합류하지는 않은 정두언 전 의원은 2월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바른정당도 사실 망했다. 국민 눈에는 둘이 다를 게 뭐냐”라고 말했다.
강경파·온건파 연합은 한번 깨져나가면 갈등을 증폭하는 피드백 고리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강경파 여론은 더 강경하게 치닫고, 온건파 여론은 아예 울타리 밖으로 떠나버린다. 바른정당이 끝내 이륙에 실패하면 울타리 밖으로 떠난 온건파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은 2003년의 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과 2007년 핵분열 이후 기존 연합을 얼추 복원하는 데만 10여 년을 쏟아부어야 했다. 지금까지도 복원은 완전하지 않다. 연합의 한 축이었던 호남의 큰 조각이 따로 당을 차린 상태다. 연합의 복원은 한 울타리 안에서 볼 때보다 몇 배는 어려운 과정이다. 보수는 지금 막 그 길에 들어섰다. 보수의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보수는 망해갑니다
새누리당이 잔류 강경파인 ‘자유한국당’과 탈당 온건파인 ‘바른정당’으로 분리되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확장성이 부족하고 바른정당은 존재감이 크지 않아 위기다. 두 당 사이의 간극도 커졌다.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7년 02월 28일 화요일 제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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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후는 광장에서 발견된다. 새누리당에서 이름을 바꾼 자유한국당의 강경파 의원들은 극우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초창기부터 광장에 나섰던 ‘확신파’인 김진태 의원에 이어,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조원진·윤상현 의원이 결합했다. 대선 도전을 선언하거나 이름이 거론되는 주자들 중에서도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광장에서 “탄핵 기각”을 외쳤다. 보수 내부 경쟁에서, 강경 아스팔트 보수 여론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높아졌다는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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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여론 지형으로 보면 탄핵 반대 여론은 고립된 블록이다. 보수 지지층이 붕괴하면서 상대적으로 온건·합리 성향의 중도 보수 여론이 이탈한 상태다. 이에 따라 보수 진영에서는 ‘탄핵 반대 15%’를 잡으면 주도권을 쥐는 역설적인 구도가 등장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고연령층과 대구·경북 강경파가 자유한국당 지지 기반의 주류로 자리를 굳혔다.
보수 내부 경쟁의 품질도 나빠졌다. 바른정당의 이륙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보수 혁신을 내걸고 분당해 나간 바른정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바른정당이 힘을 받지 못하자, 자유한국당은 강경 보수 블록의 지지만 확보해도 보수 내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게 되었다. 강경파의 당기는 힘은 한껏 강해진 반면 외연 확장의 압력은 낮아졌다.
바른정당 창당은 ‘보수 적통 경쟁’과 ‘반기문 플랫폼’이라는, 서로 결이 다른 두 그림이 느슨하게 연합한 기획이었다. 대구 동구을이 지역구인 유승민 의원이 전자를 대표한다. 이 기획의 관심사는 단일 보수 정당의 주도권을 강성 친박계로부터 회수해오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바른정당이 온건 보수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며 보수 전체를 주도하는 정당으로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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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플랫폼’ 노선은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이끌었다.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정 농단 책임을 져야 하는 새누리당에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친박계 색채를 뺀 탄핵 찬성파 보수 신당이 필요했다. 반 전 총장을 불러들여 대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수 진영을 주도하는 당으로 올라선다는 구상이었다. 이 경우 당시에는 새누리당 내에 남아 있던 20명 안팎의 ‘친반기문’ 그룹이 2차 탈당을 할 가능성도 유력했다. 주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친반기문 의원들이 탈당 이후 바른정당과 연합하거나 통합한다면 새누리당은 더 큰 위기로 몰릴 수도 있었다.
2월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구상은 근본적으로 반기문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카드의 능력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걸었다. 리스크는 빠르게 현실이 되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짧은 대선 행보만으로 지지율을 까먹은 후, 대선 출마선언도 하기 전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2차 탈당이 점쳐지던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어정쩡하게 주저앉았고, 바른정당의 ‘반기문 플랫폼’ 기획은 공중분해되었다. 여론 기반도 조직력도 취약한 신당에게 가장 중요한 반전 카드인 유력 대선 주자가 사라졌다. 바른정당의 핵심 관계자는 “반기문 카드가 ‘쫑’이 난 이후 당의 앞길이 막막해졌다”라고 털어놓았다. 바른정당은 초기 이륙에 사실상 당의 명운을 걸었는데 그게 실패하면서 난감한 처지로 내몰렸다.
보수 처지에서 2017년 대선은 ‘내전’의 성격도 있다. 대통령 당선자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보수 내의 주도권 경쟁에서는 앞서야 한다. 그래야 대선 이후 보수 재편 국면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고, 2018년 지방선거도 유리하게 치를 수 있다.
‘현찰’은 자유한국당이 쥐고 있다. 보수 강경파는 탄핵 반대론에 기운 자유한국당으로 결집했다. 한국갤럽 2월3주차 기준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1%. 새누리당 전성기를 떠올리면 초라한 수치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경쟁자인 바른정당의 6%에 비하면 확실한 우세다. 보수의 핵심 기반인 60세 이상 고령층과 대구·경북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물론 이 수준의 정당 지지율로 집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연 확장은 필수다. 하지만 목표가 ‘보수 내전의 승리’라면 계산은 달라진다. 강경파 결집으로도 내전은 이길 가능성이 꽤 높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계열 후보 중 가장 앞서 있다. 15% 안팎의 탄핵 반대파가 황 총리에게로 쏠렸다. 다만 자유한국당 이외의 정당 지지자나 무당파층에서는 외면에 가까운 대접을 받는다. 귀국 전 반기문 전 총장과의 결정적 차이다. 지지율이 높을 때의 반 전 총장은 무당파의 폭넓은 지지에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지지층 일부까지 흡수했다. 지금 황 총리로의 보수 결집은 ‘황교안 효과’라기보다는, 탄핵 반대파 15%의 대표주자 옹립에 가깝다는 게 여론 분석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자유한국당의 한 전략통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간에 내던져야 하는 부담도 있고 당내 기반도 없는 황 총리가 경선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이 후보 추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추대에 가까운 경선 룰은 가져다 안겨야 움직이려 들지 않겠나”라고 예측했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등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경선 출마를 선언한 당내 주자들 주변에서는 황 총리가 결국 출마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지도부는 경선 경쟁자들의 반발을 묵살해가며 ‘추대에 가까운 경선’을 만들기 어렵고, 황 총리는 실질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경선이라면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자유한국당에는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는 인물이 적지 않다. 안상수·원유철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언론인 김진씨도 자유한국당 입당과 함께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조경태 의원 등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대선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보다는, 대선 이후 보수 재편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후보 자리를 노린다는 평가가 많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2월16일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엎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대선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선 후보라 쓰고 당권 후보라 읽는다
자유한국당이 쥔 ‘현찰’은 미래 가치가 낮다. 50대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자유한국당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지지로 버티고 있다. 신규 유입되는 20대 유권자를 잡기 어려워 지지층 재생산이 쉽지 않은 구조다. 광장의 탄핵 반대 강경파와 당의 지지 기반이 갈수록 겹쳐간다. 반면 바른정당은 현금화가 불확실한 ‘어음’에 당의 명운이 걸린 처지로 내몰렸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아스팔트 보수, 강성 보수와 다른 ‘샤이 보수’가 틀림없이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마저 비호하는 극단적 보수에 질려버리고 숨은 유권자다. 이 층이 지금 안희정 지지로 가거나 무당파로 빠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 기반을 창출해내야 올해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2월15일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가운데)가 김정남 피살 관련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능할까? 쉽지는 않다. 당내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존재감이 크지 않다. 대선 국면에서 집권은 고사하고 합종연횡에도 충분치 않은 지지율로 고전 중이다. ‘보수 내전’에 패배할 경우,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의 압력이 당장 닥쳐온다. 바른정당이 노선과 철학과 지지 기반을 독자 정립한 새로운 보수 정당이라면 보수대연합론을 버텨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바른정당을 그렇게 평가하는 관찰자는 거의 없다. 새누리당을 탈당했으나 바른정당에 합류하지는 않은 정두언 전 의원은 2월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바른정당도 사실 망했다. 국민 눈에는 둘이 다를 게 뭐냐”라고 말했다.
강경파·온건파 연합은 한번 깨져나가면 갈등을 증폭하는 피드백 고리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강경파 여론은 더 강경하게 치닫고, 온건파 여론은 아예 울타리 밖으로 떠나버린다. 바른정당이 끝내 이륙에 실패하면 울타리 밖으로 떠난 온건파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은 2003년의 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과 2007년 핵분열 이후 기존 연합을 얼추 복원하는 데만 10여 년을 쏟아부어야 했다. 지금까지도 복원은 완전하지 않다. 연합의 한 축이었던 호남의 큰 조각이 따로 당을 차린 상태다. 연합의 복원은 한 울타리 안에서 볼 때보다 몇 배는 어려운 과정이다. 보수는 지금 막 그 길에 들어섰다. 보수의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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