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5710.html
[단독] 국정원 ‘별도의 블랙리스트’ 제작, 문체부 내려보냈다
등록 :2017-03-09 05:30 수정 :2017-03-09 09:20
특검, 국정원도 명단 작성·전달 확인
국정원 직원 “직접 문건 전달” 진술, 문체부 담당과 오간 문자도 확보
명단엔 주로 야당쪽 활동 관여한 이들 문체부 ‘청와대판 명단’과 별도 관리
정보업무와 무관 ‘권력유지’에 동원, 공공기관 인사 개입 등 정황도, 검찰 “탄핵심판 결과 관계없이 수사”
지난 3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 `광화문 캠핑촌' 회원들이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공작정치를 규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와 별도로 국가정보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국정원이 본래 직무에 벗어나 박근혜 정부의 권력 유지에 동원된 셈이다. 국정원은 특검 수사 초기인 지난 1월부터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8일 특검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검팀은 국정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 명단’을 확인하고, 국정원 직원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체부에 (국정원 작성) 문건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할 수 없이 문체부에 제공해 지원을 배제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과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담당자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정권 비판적인 인사들이 일부 빠지는 일이 생기자, 청와대가 국정원도 자체 명단을 만들어 문체부에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한 촘촘하게 반 정부 인사들을 걸러내기 위한 조처였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정원에서 블랙리스트 명단을 받았으며, 청와대에서 보낸 명단과 지시사항은 알파벳 ‘B’(비)로, 국정원에서 보낸 내용은 ‘K’(케이)로 표시해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주로 야당 쪽 정치활동에 관여한 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정원이 문예계 동향 파악을 넘어, 문화 관련 공공기관의 이사 선임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국정원은 2년마다 새로 뽑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후보들의 성향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출판진흥원 2기 이사 후보였던 한 출판사 대표는 <한겨레>에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과거 학생운동 전력을 묻고 ‘이번에 이사가 되기 어렵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후보 이념을 분명히 하라는 지시를 했는데, 나를 최종 후보로 올렸다가는 자신이 문책당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모사업 선정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화예술위의 2016년 공모사업 선정 내부 문건을 보면, 국정원을 지칭하는 케이라는 글자와 함께 ‘연극, 무용 분야는 해당 없음’ 등이 적혀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원의 이런 행위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법에는 ‘정치 관여 금지’ 조항뿐 아니라 국정원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서 안 된다(제11조)고 규정돼 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국정농단’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헌재 탄핵심판 결정과 관계없이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 탄핵정국과 관계없이 수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 넘어온 사건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주까지 자료 검토를 끝낸 뒤 다음주께 참고인 소환 등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yj@hani.co.kr
[단독] 국정원 ‘별도의 블랙리스트’ 제작, 문체부 내려보냈다
등록 :2017-03-09 05:30 수정 :2017-03-09 09:20
특검, 국정원도 명단 작성·전달 확인
국정원 직원 “직접 문건 전달” 진술, 문체부 담당과 오간 문자도 확보
명단엔 주로 야당쪽 활동 관여한 이들 문체부 ‘청와대판 명단’과 별도 관리
정보업무와 무관 ‘권력유지’에 동원, 공공기관 인사 개입 등 정황도, 검찰 “탄핵심판 결과 관계없이 수사”
지난 3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 `광화문 캠핑촌' 회원들이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공작정치를 규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와 별도로 국가정보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국정원이 본래 직무에 벗어나 박근혜 정부의 권력 유지에 동원된 셈이다. 국정원은 특검 수사 초기인 지난 1월부터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8일 특검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검팀은 국정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 명단’을 확인하고, 국정원 직원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체부에 (국정원 작성) 문건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할 수 없이 문체부에 제공해 지원을 배제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과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담당자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정권 비판적인 인사들이 일부 빠지는 일이 생기자, 청와대가 국정원도 자체 명단을 만들어 문체부에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한 촘촘하게 반 정부 인사들을 걸러내기 위한 조처였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정원에서 블랙리스트 명단을 받았으며, 청와대에서 보낸 명단과 지시사항은 알파벳 ‘B’(비)로, 국정원에서 보낸 내용은 ‘K’(케이)로 표시해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주로 야당 쪽 정치활동에 관여한 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정원이 문예계 동향 파악을 넘어, 문화 관련 공공기관의 이사 선임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국정원은 2년마다 새로 뽑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후보들의 성향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출판진흥원 2기 이사 후보였던 한 출판사 대표는 <한겨레>에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과거 학생운동 전력을 묻고 ‘이번에 이사가 되기 어렵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후보 이념을 분명히 하라는 지시를 했는데, 나를 최종 후보로 올렸다가는 자신이 문책당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모사업 선정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화예술위의 2016년 공모사업 선정 내부 문건을 보면, 국정원을 지칭하는 케이라는 글자와 함께 ‘연극, 무용 분야는 해당 없음’ 등이 적혀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원의 이런 행위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법에는 ‘정치 관여 금지’ 조항뿐 아니라 국정원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서 안 된다(제11조)고 규정돼 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국정농단’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헌재 탄핵심판 결정과 관계없이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 탄핵정국과 관계없이 수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 넘어온 사건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주까지 자료 검토를 끝낸 뒤 다음주께 참고인 소환 등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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