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op.co.kr/A00001141098.html
구속된 박근혜가 분위기 파악 못했던 이유
박근혜가 자초한 운명
변호인단의 무능 혹은 기만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발행 2017-03-30 19:18:37 수정 2017-03-31 03:15:51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40년 지기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최순실과 함께 한 나라의 국정을 농단하던 그는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된 데 이어 구치소에 수감되는 처지에 놓였다.
3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가는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무거웠다. 법원으로 가기 위해 삼성동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통곡하던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착잡함 때문인지, ‘이제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무언의 압박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년 대국민 담화에서 눈물을 흘렸을 때 이후 가장 어두운 표정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날 자택 대문을 나서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었다. 마치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신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일관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분위기 파악도 못한다”는 원성을 쏟아냈다.
검찰에 의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공범으로 지목되고 탄핵심판에 회부돼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상태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줄곧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새해 벽두부터 예정에도 없던 기자 간담회를 열어 검찰 수사결과와 특검의 수사 내용을 반박하면서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청와대 굿’이나 ‘밀회’ 등 각종 루머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가 하면, 뜬금없이 수구 논객 정규재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과 인터뷰를 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밖에서는 검찰에 이은 특검 수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일들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혼자만의 공상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암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유영하 변호사 등과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환관 정치’에 익숙해 있던 평소 스타일에 비춰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방치해두거나, ‘환관’의 역할을 뛰어넘지 못한 법률 대리인단의 탓도 크다.
그래서인지 모든 언론과 여론이 헌재의 파면 결정을 점치고 있었을 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재판관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 결정 이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 결정 이후 57시간이 지나서야 청와대에서 퇴거했다는 점 등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전혀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대리인단은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최순실과 고영태의 내연 관계를 들추는 등 물타기를 끊임없이 시도하거나, 무더기 증인 신청 및 사실조회 신청을 통한 지연 전술을 펴는 데 집중하다가 이마저도 통하지 않자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절차를 문제 삼으며 각하 논리를 펴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헌재 재판관들에게 대리인단의 전술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바깥 상황이 이처럼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음에도 박 전 대통령이 전혀 파면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대리인단이 의뢰인을 속였거나, 아니면 그들조차 아집에 휩싸여 상황 인식을 전혀 못하고 있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어렵다.
검찰과 특검 수사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수사에 응하라는 국민적 여론을 완전히 무시하고,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에 불응했다. 대국민 담화와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는 검찰과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연달아 말을 뒤집은 것이다.
또한 줄곧 검찰과 특검 수사의 적법성 문제를 제기하는가 하면, 최순실의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와중에도 ‘무고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의지가 그랬든, 변호인의 전략이었든, 결과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이 실패한 케이스다. 박 전 대통령의 수사 거부는 결과적으로 헌재의 파면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뿐 아니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가 됐다.
심지어 검찰에 소환될 때조차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이미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소환조사 이후 영장 청구 시점에 이목이 쏠려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안팎의 이러한 사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듯 검찰 조사 전후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연신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변호인들조차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사 직후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검찰 조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봤다.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낙관했으나, 결국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조사 분위기조차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전문성 부재, 그리고 의뢰인과의 수직적 관계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났던 것일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인단의 전문성 부재와 의뢰인과의 수직적 관계 문제를 꼽고 있다.
특히 가장 활발한 변호 활동을 해온 유영하, 손범규 변호사는 대표적인 ‘진박’ 정치인에 속한다. 유 변호사는 17·18·19대 총선 때 새누리당(한나라당) 후보로 잇따라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대 총선에서는 공천에 탈락했음에도 박 전 대통령에 충성을 다한 인물이다. 손범규 변호사 역시 국회의원을 지내며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러한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들은 정상적인 법률 활동보다는 주로 정치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당연히 형사소송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송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손 변호사가 검찰 조사를 지켜본 이후 검찰에 경의를 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큰 사건 경험이 없다보니 조사가 누구한테 유리한 흐름으로 진행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변호인단 중에서는 검사장 이상 출신인 ‘거물급’ 변호사가 단 한명도 없었다. 위재민, 최근서 변호사가 부장검사, 정장현 변호사는 부부장검사를 지냈다. 검찰 조직 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케이스다.
변호인단의 핵심 인물들이 친박 정치인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유영하, 손범규 변호사 등 친박 정치인 출신들이 사실상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관계를 일반적인 의뢰인과 변호인의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박근혜와 친박 정치인’이라는 대표적인 수직적 정치 집단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이들 사이에서 독립적인 법률 자문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속된 박근혜가 분위기 파악 못했던 이유
박근혜가 자초한 운명
변호인단의 무능 혹은 기만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발행 2017-03-30 19:18:37 수정 2017-03-31 03:15:51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40년 지기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최순실과 함께 한 나라의 국정을 농단하던 그는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된 데 이어 구치소에 수감되는 처지에 놓였다.
3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가는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무거웠다. 법원으로 가기 위해 삼성동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통곡하던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착잡함 때문인지, ‘이제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무언의 압박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년 대국민 담화에서 눈물을 흘렸을 때 이후 가장 어두운 표정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날 자택 대문을 나서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었다. 마치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신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일관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분위기 파악도 못한다”는 원성을 쏟아냈다.
검찰에 의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공범으로 지목되고 탄핵심판에 회부돼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상태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줄곧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새해 벽두부터 예정에도 없던 기자 간담회를 열어 검찰 수사결과와 특검의 수사 내용을 반박하면서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청와대 굿’이나 ‘밀회’ 등 각종 루머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가 하면, 뜬금없이 수구 논객 정규재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과 인터뷰를 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밖에서는 검찰에 이은 특검 수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일들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혼자만의 공상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암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유영하 변호사 등과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환관 정치’에 익숙해 있던 평소 스타일에 비춰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방치해두거나, ‘환관’의 역할을 뛰어넘지 못한 법률 대리인단의 탓도 크다.
그래서인지 모든 언론과 여론이 헌재의 파면 결정을 점치고 있었을 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재판관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 결정 이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 결정 이후 57시간이 지나서야 청와대에서 퇴거했다는 점 등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전혀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대리인단은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최순실과 고영태의 내연 관계를 들추는 등 물타기를 끊임없이 시도하거나, 무더기 증인 신청 및 사실조회 신청을 통한 지연 전술을 펴는 데 집중하다가 이마저도 통하지 않자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절차를 문제 삼으며 각하 논리를 펴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헌재 재판관들에게 대리인단의 전술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바깥 상황이 이처럼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음에도 박 전 대통령이 전혀 파면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대리인단이 의뢰인을 속였거나, 아니면 그들조차 아집에 휩싸여 상황 인식을 전혀 못하고 있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어렵다.
검찰과 특검 수사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수사에 응하라는 국민적 여론을 완전히 무시하고,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에 불응했다. 대국민 담화와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는 검찰과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연달아 말을 뒤집은 것이다.
또한 줄곧 검찰과 특검 수사의 적법성 문제를 제기하는가 하면, 최순실의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와중에도 ‘무고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의지가 그랬든, 변호인의 전략이었든, 결과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이 실패한 케이스다. 박 전 대통령의 수사 거부는 결과적으로 헌재의 파면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뿐 아니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가 됐다.
심지어 검찰에 소환될 때조차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이미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소환조사 이후 영장 청구 시점에 이목이 쏠려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안팎의 이러한 사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듯 검찰 조사 전후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연신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변호인들조차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사 직후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검찰 조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봤다.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낙관했으나, 결국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조사 분위기조차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전문성 부재, 그리고 의뢰인과의 수직적 관계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났던 것일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인단의 전문성 부재와 의뢰인과의 수직적 관계 문제를 꼽고 있다.
특히 가장 활발한 변호 활동을 해온 유영하, 손범규 변호사는 대표적인 ‘진박’ 정치인에 속한다. 유 변호사는 17·18·19대 총선 때 새누리당(한나라당) 후보로 잇따라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대 총선에서는 공천에 탈락했음에도 박 전 대통령에 충성을 다한 인물이다. 손범규 변호사 역시 국회의원을 지내며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러한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들은 정상적인 법률 활동보다는 주로 정치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당연히 형사소송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송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손 변호사가 검찰 조사를 지켜본 이후 검찰에 경의를 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큰 사건 경험이 없다보니 조사가 누구한테 유리한 흐름으로 진행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변호인단 중에서는 검사장 이상 출신인 ‘거물급’ 변호사가 단 한명도 없었다. 위재민, 최근서 변호사가 부장검사, 정장현 변호사는 부부장검사를 지냈다. 검찰 조직 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케이스다.
변호인단의 핵심 인물들이 친박 정치인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유영하, 손범규 변호사 등 친박 정치인 출신들이 사실상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관계를 일반적인 의뢰인과 변호인의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박근혜와 친박 정치인’이라는 대표적인 수직적 정치 집단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이들 사이에서 독립적인 법률 자문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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