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401044243103

국민 95% "박근혜 '수사 협조' 거짓말 용서 못해"
김혜영 입력 2017.04.01. 04:42 수정 2017.04.01. 11:31 

[현대사 거짓말 10선] 온라인 설문조사

#1
“인체에 안전, 아이에게 안심”
옥시 살균제 광고 최악 꼽혀
“탁치니 억” 박종철 사건 2위
무고한 인명 피해에 분노 커


#2
10명 중 7명 “용서의 전제 조건은
솔직한 시인과 진심 어린 사죄”
DJ 정계은퇴 번복에도 지지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한 뒤, 검찰과 특검 조사에 불응했고, 특검 수사 종료 및 탄핵 이후에야 검찰 조사에 응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한 뒤, 검찰과 특검 조사에 불응했고, 특검 수사 종료 및 탄핵 이후에야 검찰 조사에 응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영장류만이 보유한 능력이라는 거짓말. 인간은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고안했고, 같은 이유로 거짓말을 간파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 솔직함 지수를 100%보다 낮게 조절하는 것은 때로 사회관계를 유연하게 만들지만, 때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피해를 유발한다.

한국일보가 1일 만우절을 앞두고 지난달 23~28일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 현대사에서 널리 회자된 10가지 거짓말 중 “가습기살균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광고 문구가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거짓말’로 꼽혔다. “검찰ㆍ특검 조사를 받겠다”고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짓말을 용서할 수 없다는 국민은 95%에 달했다.



보기로 주어진 ‘한국 현대사의 거짓말 10선’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서울 사수 방송, 박종철 열사 고문사건 은폐 발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축소 발언,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등이다. 수사 및 재판, 연구에서 거짓말로 드러났거나 행동이 따르지 않아 허언이 된 열 가지를 추렸다.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의 광고문구 “인체에 안전, 아이에게 안심”은 5점 척도 중 4.91점으로 최악의 거짓말로 꼽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는 올 1월 신현우(69)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면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실증자료가 없는데도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거짓 문구를 용기 라벨에 써서 업무상 과실을 범했다”고 판시했다. 이 광고문은 영유아와 임산부 피해자를 양산한 한 요인이었다.

용서할 수 없는 거짓말 2위는 박종철 열사 고문사건을 은폐한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의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4.89점)였다. 경찰은 1987년 1월 14일 새벽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군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해 10시간 가량 구타, 물고문 등을 자행해 살해하고도, 지휘부까지 나서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부검의의 진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로 진실이 드러나면서, “탁 치니 억”했다는 해명발언은 역사에 남을 거짓말로 기록됐다.

지난해 4월 26일 오전 검찰에 소환된 신현우 옥시 전 대표이사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뒤편에는 반성을 촉구하는 피해자 가족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지난해 4월 26일 오전 검찰에 소환된 신현우 옥시 전 대표이사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뒤편에는 반성을 촉구하는 피해자 가족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정부는 대통령 이하 전원이 평상시 같이 중앙청에서 집무하고 국회도 수도 서울을 사수하기로 결정했으니, 조금도 동요함이 없이 직장을 사수하라.” 6ㆍ25 전쟁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라디오 담화(4.83점)는 괘씸한 거짓말 3위였다. 이 전 대통령은 새벽 대전행 특별열차로 서울을 빠져나가고, 비상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수원 천도를 정식 의결해 놓고도 이 연설을 대독케 했다.

용서 못할 거짓말 1~3위를 보면 시민들은 무고한 인명 피해를 낳은 거짓말일수록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 거짓말 모두 국민, 소비자의 안전과 안위를 위협한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적극적으로 위협하고 호도하기까지 한 이런 거짓말들은 일상생활에서 믿음의 체계까지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배반당했다는 정서가 강하게 남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도 ‘사회에 끼친 혼란 피해 규모가 막대함’(78.9%ㆍ551명)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실수가 아니라 거짓말로 이득을 취하려 한 고의성’(60.7%ㆍ424명)과 ‘거짓이 드러났는데도 반성, 사죄 않는 몰염치’(60%ㆍ419명)가 뒤를 이었다.

4~7위에 오른 나쁜 거짓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재산이 29만원” 발언(4.76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약속(4.68점) ▦황우석 박사의 “복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조작 논문(4.18점) ▦큐레이터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3.97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까지 열어 적극적인 수사협조를 약속해놓고도 얼굴을 바꾼 점에 대해서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응답이 518명(74.0%), 대체로 용서할 수 없다는 응답이 147명(21.0%)나 됐다.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 중 하나였던 이 거짓 발언은 사회에 큰 혼란을 끼친데다, 반성이나 사과가 부족하고, 끝까지 진실규명을 방해하는 등 ‘용서할 수 없는 이유’ 1, 3, 4위의 면모를 동시에 드러냈다.

유명인 거짓말의 대명사로 회자됐던 가수 유승준씨의 군복무 약속(3.72점)과, 가수 김상혁씨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발언(3.78점)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다. 대체로 공직자의 거짓말을 더 중하게 본 것이다.

유일하게 3점(‘경우에 따라 다르다’) 이하의 점수를 받아 ‘용서할 수 있다’는 반응이 더 많았던 것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나중에 번복한 정계은퇴 선언(2.65점)이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거짓말을 비교적 쉽게 용서하는 것일까. 용서의 전제조건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히 시인하고 진심으로 반성, 사죄했을 경우’(71.2%ㆍ495명)였다. ‘순간의 실수였거나 사후에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경우’(44.9%ㆍ312명), ‘거짓말이 사회에 미친 해약이 미미하거나 다소나마 이익이 될 경우’(38.4%ㆍ267명)가 2, 3위였다. DJ의 정계은퇴 선언 번복이 직접 유발한 피해가 없는데다 95년 7월 “번복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고 사과한 점, 김상혁씨 역시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한 점이 이런 평가에 반영된 셈이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본부장은 “국민들이 생명권, 건강권을 침해하는 거짓말이나 공직자로서 도리를 외면하는 거짓말에 대해 단호한데 비해, 연예인의 발언은 개인의 문제로 봐서 덜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직자들이 공개석상에서 거짓말을 하고도 반성 없이 자기합리화를 반복하는 것을 국민들이 갈수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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