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408143322630

朴의 재난 평행이론..'세월호 7시간·메르스 7일'
이재호 입력 2017.04.08. 14:33 수정 2017.04.0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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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메르스 7일의 평행이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파면된 지 한 달이 지났고, 현재 구치소에 구속 수감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경제를 위협했던 대형 재난들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조기에 막을 내리는 데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의 측근 비리가 있었다. 하지만 저변에는 세월호 침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같은 대형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무능한 정부의 핵심에는 박 전 대통령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 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과연 세월호와 메르스는 정말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과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했더라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건은 각각 2014년 4월과 2015년 5월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사건의 전개와 정부의 대응과정을 분석해 보면 ‘꼭 같은’ 사건이다. 두 사건 사이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대통령의 부재(不在)’라는 문제점이 반복됐다.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았던 ‘세월호 7시간, 메르스 7일의 평행이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태에서 ‘반성’을 하지 않아 메르스 사태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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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맡겼던 세월호 7시간…박근혜 전 대통령의 완벽한 실수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서 미용시술을 받았다거나 의료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의견서를 제출해 이러한 의견을 밝혔다. 소문에 가까운 이야기가 확산하자 박 전 대통령이 뒤늦게 해명을 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특검의 수사에서도 의료시술을 받았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후 계속해서 보고를 받았고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말대로 제대로 업무를 수행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 전 대통령의 판단이나 대응이 문제라면 대통령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지만, 박 전 대통령이 정말 잘못이 없다면 국가 전체의 재난 대비 시스템이 엉망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大) 개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난구조 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이 현장 상황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구조 작업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체계적인 구조에 방해된다고 판단해 구조상황이 진척되는 보고를 기다렸다”는 박 전 대통령의 설명은 그녀가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맡겼다는 것인데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63빌딩 높이의 2/3에 가까운 거대한 크기의 세월호 침몰한 상황에서 ‘해양경찰청’의 보고에 의지하고 해경에게 대처를 맡겼다는 것 부터 이미 첫 단추를 잘못끼웠다. 세월호 참사의 규모로 볼때는 처음부터 군대가 동원돼야 하는 상황이었고, 당연히 국방부가 움직여야 했다. 국방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를 국무총리나 대통령 급으로 격상해야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은 ‘골든타임’이 다 지나도록 상황을 해경에 맡겼다.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현장에 도착했던 해경이 상황에 대해서 보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자신에게 “직접 나서달라”고 요구를 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공무원들은 자신의 대처 능력을 넘어서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며 감히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는 권한도 용기도 없다. 이 때문에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국민들이) 고심 끝에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로 이어진 것이다.

학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재난 컨트롤 타워를 대통령으로 끌어 올리고 국방부를 처음부터 동원했더라면, 모두를 살릴 수는 없었겠지만 이렇게까지 피해가 커지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세월호에 대한 논의는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을 해야 했는가’다.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제 2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예방책이 나올 수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아예 ‘보고’조차 받지 않았던 메르스 7일

국민들이 여전히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아파하고 슬픔을 느끼는 반면에 메르스 사태에 대하서는 많이 잊어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메르스는 세월호 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다. 대통령의 ‘부재’라는 측면에서다. 감염자 186명·사망자 38명 그리고 수만 명이 자가·시설격리 됐던 사건이지만 박 전 대통령은 환자 발생 1주일 후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 그것도 ‘서면’으로.

2015년 5월 20일 ‘수요일’ 보건복지부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를 확인했다. 즉시 서울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언론은 대형 감염병의 유입에 재난으로 이어질 것으로 직감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신문과 방송국은 즉시 메르스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26일 ‘화요일’ 국무회의 때 메르스에 대해 서면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정기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차원에서 보고를 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대통령은 신문을 읽지 않거나 방송 뉴스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문에서 메르스 사태를 접했다면 당연히 국무회의가 아니라도 따로 장관을 불러서 보고를 받아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지 않고 조치하지 않았던 일주일 동안 메르스는 경기도 평택 성모 병원에서 빠른 속도로 번졌고 전국으로 확산했다.

한가지 의문점으로 남아있는 것은 메르스 사태 당시 전국적으로 질병이 확산했음에도 컨트롤 타워를 끝까지 총리나 대통령 급으로 격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 될 때까지 장관급으로 유지했고, 문 전 장관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문 전 장관은 현재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수감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왜 이런일이 발생했나?…‘보고와 책임’ 기피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답이 없는 보고를 받기를 꺼려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결책 없이 보고하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화를 많이 냈다고 한다. 그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얼굴이 빨개져서 박 전 대통령에게 “이거 보고하려고 (청와대) 들어오셨어요”라며 혼나는 장면을 수차례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날선 질타가 계속되면서 청와대 인사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국에서는 재원을 동원할 수 있는 열쇠를 대통령이 쥐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빠르게 보고 받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행정경험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부처 장관이나, 시장·도지사 업무를 수행해 봤다면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다 잘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말단 직원으로 일하면서 ‘내가 사장이 되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연합뉴스

◆제 2의 세월호·메르스를 막을 수 있을까?…‘개헌과 지방분권’

일각에서는 개헌을 통해서 현재보다 국회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만들자는 의견이 있다. 대통령이 움직이기 전에 국회가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국회의 직권으로 국방부 등을 움직이고 재원을 동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또한 지방분권을 강화해 각 지자치단체에서 유용할 수 있는 재원을 늘려주면 보다 독립적이고 유연하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청와대나 행정부에 대한 신뢰보다 낮은 현재 상황에서 국회의 권한 확대는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는 국회에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가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직보(직접보고)’를 할 수 있는 핫라인을 설치하거나, 각 도 별로 재난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y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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