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792765.html?_fr=mt2

사드 배치 서두르더니…정부, 천문학적 청구서 앞 무대책
등록 :2017-04-28 21:20 수정 :2017-04-28 23:24

한치 앞도 못 내다본 정부, 정부, 약정서 근거 미국주장 반박
막무가내 비용 청구땐 대책 없어 ‘미국 선의’에만 의존 예견된 참사
‘적법절차 생략·배치 서두른 탓’ 비판
트럼프 ‘돌출행동’ 가능성 있지만 조기배치 과정 이면합의 배제 못해 전문가 “청문회 열어 진상 밝혀야”

2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한밤중 기습 배치한 지 이틀만인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의 비용을 청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장비와 운용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고 약정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쪽의 막무가내 요구에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모양새다.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이면합의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짧게는 지난 12월 이후 들어선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길게는 오로지 ‘미국의 선의’에만 기대온 박근혜 정권 외교의 예견된 참사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사드 배치 논의 초기부터 국방부는 크게 3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한국은 사드 구매 계획이 없고, 둘째 사드 배치는 미국 쪽이 먼저 요청했으며, 셋째 사드 배치 터와 기반시설은 한국 쪽이, 장비·운용유지 비용은 미국 쪽이 각각 부담할 것이란 점이다. 실제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해 5월3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간 사드 비용 부담 문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사드의 전개와 운용비용은 이미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도 정부는 미국과 사전에 약정한 내용을 근거로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용 청구’에 별다른 대책은 없어 보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 들어서, 애초 연말로 예정됐던 사드 배치를 적법한 절차도 생략한 채 서두른 탓이란 비판이 거세다. 일부에선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과 관련해 한·미 간 모종의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미국은 애초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모습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올 들어서만 두차례나 미국을 방문해 사드 조기 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미국 쪽이 태도를 바꾼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보호용’이라며 비용 부담을 요구한 것은 특유의 돌출행동일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사드 배치를 앞당기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과 관련해 한·미 간 새로운 협상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대북 압박 외교 공조를 본격화한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트럼프 행정부가 정해진 절차까지 무시해가며 한국 쪽의 사드 조기 배치 요청을 받아들인 뒤, 갑작스레 비용을 요구하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차기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7월8일 ‘대통령의 결심’이란 한마디로 느닷없이 사드 배치를 발표한 때부터 기습적인 배치 과정과 비용 부담 논란까지, 사드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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