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93950.html

[역사 지식 팩트체크] “5·18이 폭동이라고? 이거 실화냐?”
등록 :2017-05-09 10:55 수정 :2017-05-09 11:00

학생들 사이에도 ‘가짜뉴스’ 퍼지며 잘못된 역사 정보 접하는 경우 많아 “쌤~ 이게 사실인가요?” 묻기도
건국·민주화운동·평화의 소녀상 등 근현대사 주요 사실·맥락 확인하고 아이들 질문에 속시원히 답해봐요



“선생님!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가족들이 공무원 시험에서 10% 가산점을 받아 우리는 아무리 공부해도 소용없다면서요?” “선생님! 일제강점기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근대화된 거라면서요?”

의흥중학교 남한호 교사는 요즘 아이들의 돌발 질문에 깜짝 놀랍니다. ‘가짜 뉴스’가 교실에서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극우 사이트에 접속하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민주화’라는 말이 부정적인 뜻입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박아무개군은 “아이들이 ‘민주화당하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강제로 뭔가 안 좋은 일을 겪었다’는 뜻”이라며 “수업 시간에 배우는 ‘민주화’랑은 전혀 다른 의미다. 그냥 다들 재미로 그렇게 쓴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역사에 대한 질문을 갑자기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해 답답한 분도 많을 겁니다. 특히 최근에는 촛불 정국 이후 조기 대선까지 이어지며 그 어느 때보다 근현대사 이야기가 많이 오갑니다. <함께하는 교육>이 현직 역사 교사 및 전문가들이 선별한 ‘잘못 알고 있는 역사 지식 베스트 4’를 ‘팩트 체크’ 형식으로 풀어봤습니다.

#민주중학교 2학년 최영수군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역사 이야기를 하다가 혼란스러워졌다. 자신이 수업 시간에 배운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는 친구들 때문이었다. 최군은 집에 돌아와 아빠와 엄마에게 물었다.

“아빠, 태환이가 5·18 민주화운동이 ‘폭동’이라던데 진짜예요?”

당연히 거짓말이지. 교과서에는 ‘민주화운동’이라고 되어 있는데, 친구가 ‘폭동’이라고 하니까 많이 놀랐겠구나. 아빠도 얼마 전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전단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도 몹시 화가 났단다.

일단 1980년 5월18일, 민주화운동이 왜 일어났는지 전후 관계를 살펴볼까?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고, 유신체제가 무너지면서 최규하 대통령, 정승화 육군참모 총장 등 당시 국가 지도자들이 민주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어. 김영삼, 김대중 등 야당 정치인들이 복귀하고 대학생도 자유를 누리는 등 그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가 넘쳐났지. 그런데 1979년 12월12일에 전두환, 노태우 등 군인들이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참모총장을 구속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돼. 이들은 몇 개월 뒤인 1980년 5월17일 전국으로 계엄령을 확대하면서 정치인과 대학생을 구속하는 등 비민주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장악하려고 했지.

이에 대항해 5월18일부터 광주에서 격렬한 저항이 시작된 거야.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군인들의 정의롭지 못한 시도에 시민들이 저항했기 때문에 당연히 ‘민주화운동’인 거지. 하지만 전두환 정권은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총과 칼을 든 계엄군을 투입했고,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어. “광주에는 오월에 제사 안 지내는 집이 없다”는 말 들어봤니?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군사반란과 권력형 비리 관련 재판에서 반란수괴죄,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등 12개 혐의가 인정돼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어. 특히 북한군이 내려와서 항쟁을 주도했다는 주장은 아무 근거도 없는 유언비어에 불과해.

“어떤 할아버지가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의 아버지’라던데…. 맞나요?”

그렇지 않아. 1919년 3·1운동을 바탕으로 4월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잖아? 그리고 임시정부를 계승해 1945년 해방 이후 3년 만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으니까 건국 시점을 따지면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까지 올라가야지. 헌법 전문에도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명확하게 서술돼 있어.

‘건국의 아버지’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고 위험하기까지 한 표현이야. ‘건국의 아버지’를 줄이면 뭐라고 할까? 바로 ‘국부’(國父)야. 지금은 전혀 쓰이지 않는 개념이지. 집안에 가장이 있듯 나라에도 가장과 같은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지. 자식들이 부모에게 효도하듯, 나라의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란다. 그때 당시에는 마치 북한처럼 거대한 이승만 동상을 세우기도 했어.

‘그래도 덕분에 나라가 건국된 것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구나. 몇 년 전에 이 문제로 한창 논란이 있었지.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해이고, ‘대한민국’이 선포된 것은 1919년 3·1운동 이후야. 일제에 치열히 저항한 한국인의 대표 기구가 존재했고, 독립은 우리의 성과이기도 한 것이지. 그래서 헌법 전문에서는 현재의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었다고 적고 있는 거지. 만약 이를 무시하면 독립은 외국 덕분에 이룬 것이 되고, 우리 민족의 진로 또한 외국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갇힐 수 있어.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인 매춘부라고 하던데 이 말은 뭐죠?”

사실이 아니란다.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부르며,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일본 보수·극우파 정치인들의 주장은 유언비어에 불과해. 일제는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난 뒤 본격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했거든. 방위성 부관통첩을 비롯해 일본 정부와 군 당국의 조직적 동원에 관한 증거는 여러 건 확인이 됐고 지금도 계속 발견되고 있어.

위안부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용기를 내어 증언하면서부터야. 이후 1992년 1월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 집회’를 진행하며 일제의 만행과 전쟁의 끔찍함을 알려왔단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의 잘못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만들어진 거야. 일본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표현 방식이기도 해. 소녀상은 2011년 12월14일 수요 집회 1000회를 맞이해 처음 만들어졌고, 이후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도 세워졌어. 소녀상이 우리만의 역사 바로 알기 차원이 아니라 인류 공통의 인권 범죄에 대한 상징의 의미로 확대되길 바라는 기대도 많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이 전쟁 범죄였음을 빨리 인정하고, 당시 여성들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이루어져야 해.

“엄마,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우리가 잘살게 됐다면서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종종 이 말씀 하셨었지? ‘박정희가 독재를 했지만 경제는 발전시켰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잖아. 엄마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구나. 박정희가 통치했던 1960~70년대에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기반이 다져진 것은 분명 맞아. 그런데 우리가 이 정도 수준으로 살게 된 것을 박정희 ‘덕분’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1980년대 이후부터 서민들의 경제 수준은 본격적으로 나아졌어. ‘저달러·저유가·저금리’로 불리는 이른바 ‘3저 호황’ 당시 국제 경제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갔거든. 더 결정적인 것은 1987년이었어. ‘6월10일 민주항쟁’을 시작으로 노동자들이 ‘7, 8, 9월 대투쟁’을 통해 일터에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해. 이 시기 이후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인상됐어. 우리가 이만큼의 수준으로 살 수 있게 된 것은 박정희 ‘덕분’이 아니라 서민들 스스로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으려 끊임없이 싸웠기 때문이야. 바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직접 일군 역사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박정희 개인의 공로로 돌리는 것은 분명한 ‘왜곡’이야.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의 목표는 비교적 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성장률이 1969년 13.8%에서 1970년 7.6%, 1972년 5.7%로 급락하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지. 심지어 박정희 시대에는 한 번도 무역흑자를 기록하지 못했어. 물론 1965년부터 30여년 동안 ‘국민총생산’을 뜻하는 지엔피(GNP)가 100배 성장한 나라는 찾기 힘들지. 하지만 지엔피의 성장이 시민 개인의 경제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우리가 고마워해야 할 건 박정희가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서민들이야. 그분들을 꼭 잊지 말자! 그러고 보니 할머니 보고 싶지 않니? 다음 주에는 시골 할머니네 놀러 갈까?

<도움말 : 일신중 최승원 교사, 의흥중 남한호 교사, 역사N교육연구소 심용환 소장>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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