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6862
SBS 세월호 기사, ‘권력 눈치’→‘문재인과 거래’ 바뀌었다
진상조사위 보고서 발표, 취재기자 “거래 아니다” 수차례 수정요청 묵살… 보도 간부들 부실한 게이트키핑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7년 05월 15일 월요일
지난 2일 SBS ‘8뉴스’에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기사가 보도된 후 삭제된 경위 전말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컸던 기사이긴 했지만 언론사에서 노사가 합의해 외부 위원과 함께 진상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언론계에 미칠 반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와 한국기자협회 SBS지회(회장 한승구),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이 참여한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조사한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지난 2일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리포트를 보도한 취재기자는 기사 초고 작성 후 직속상관인 뉴스제작1부장에게 수차례 기사 제목과 내용의 수정을 요청했음에도 담당부장은 조 기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스제작1부장의 상급자인 뉴스제작부국장은 편집회의 이후 작성된 기사를 보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승민 보도국장 역시 편집회의 이후 경제부장이 재차 취재원 신뢰성에 관한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뉴스제작의 최종 책임자인 김성준 보도본부장 역시 해당 기사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다뤘다가 삭제된 지난 2일 SBS ‘8뉴스’ 리포트
결국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총체적인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 보도 간부들의 직무 태만으로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보도 참사’가 발생했다. 조사위는 “이 기사의 최초 발제 과정부터 보도가 나가기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거나 악의적인 의도로 단정할 만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해당 기사가 나간 후 3일 새벽 기사가 모두 삭제된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보도의 결함으로부터 초래된 광범위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써 보도본부장의 책임 하에 결정됐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준 본부장은 3일 SBS ‘8뉴스’에서도 5분30초나 할애해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기사 삭제에 대해 해명, 사과하며 “우선 기사가 게이트키핑에 대한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사실과 다른 의혹과 파문 확산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사위는 또 “취재기자가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명확한 증거나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마치 유력 대선 후보가 자신의 당선을 위해 세월호 인양 시점을 해양수산부와 조율한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내용의 해수부 직원 발언을 기사에 포함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해당 공무원의 소속과 직급, 맡은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 신뢰할 만한 취재원인지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했다”며 “해수부에 대한 비판 취지라도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가 거론되는 만큼 해수부의 이런 상황에 대한 후보 측 입장을 취재해 기사에 반영하려는 노력도 필요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취재기자는 지난달 16일 해수부 공무원과 첫 통화 후 17·18·24일과 보도 당일까지 수차례 통화를 하고 뉴스제작1부장에게 해수부 ‘홍보관리관’이라고 보고했지만 부장은 ‘공보과장(4급 상당)’이라고 판단하고 편집회의에서도 해당 공무원의 직위를 묻는 말에 ‘공보과장’이라 답했다.
이후에도 보도국장과 뉴스제작부국장 등 주요 책임자는 “세월호 인양은 문재인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말한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
보도 당일 오후 6시께 해수부를 취재하는 경제부 기자는 기사에 나오는 공무원이 공보과장이 아니라 주무관급(6급 이하)인 것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기사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경제부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경제부장은 보도국장을 찾아가 이런 의견을 전달했으나 보도국장은 편집회의에서 발언 녹취를 중요하게 쓰지 않기로 했고, 편집회의 지시대로 기사가 작성됐을 것으로 생각해 기사를 확인하지 않았다.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지난 3일 SBS ‘8뉴스’ 첫머리에서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보도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했다.
게다가 취재기자의 기사 초고에 대한 부장의 편집 과정에서 기사 제목이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다음달 본격 조사”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로 바뀌었다.
애초 기사 취지는 해수부가 임의로 세월호 인양을 지연시키거나 앞당기는 등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는데 부장은 “그간 실패를 거듭해 지연되던 인양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서둘러 진행된 것을 두고 해수부가 권력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그리고 해수부가 ‘차기(문재인) 권력’의 눈치를 봤다는 데 초점을 맞춰 원래 원고에도 없던 “(해수부가)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는 거래를 (문재인) 후보 측에 시도했음을 암시하는 발언도 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취재기자는 부장이 교정한 최종 기사에 대해 “거래는 확인된 게 아니다”, “제목에서 ‘거래’는 빼달라”며 4차례에 걸쳐 기사와 제목 수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부장은 ‘기사 문장의 주어는 모두 해수부로 해수부가 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미이며, 제목에서도 거래 뒤에 물음표를 붙여 단정하지 않았다’는 등 최종 기사를 고칠 이유가 없다고 수정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위는 “사실상 ‘취재기자-담당부장’의 두 단계만을 거쳐 기사가 작성되고, 취재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보도국장은 아이템 채택을 보류하거나 추가 확인 취재를 지시하지 않았다”며 “기사 초고가 작성되고 이후 방송되기까지 담당부장의 상급자인 뉴스제작부국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 중 누구 하나 편집회의 취지와 다르게 기사가 교정됐다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방송편성위원회에서 SBS 노사의 합의 내용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사측은 이를 토대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조처를 할 방침이다.
SBS 세월호 기사, ‘권력 눈치’→‘문재인과 거래’ 바뀌었다
진상조사위 보고서 발표, 취재기자 “거래 아니다” 수차례 수정요청 묵살… 보도 간부들 부실한 게이트키핑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7년 05월 15일 월요일
지난 2일 SBS ‘8뉴스’에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기사가 보도된 후 삭제된 경위 전말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컸던 기사이긴 했지만 언론사에서 노사가 합의해 외부 위원과 함께 진상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언론계에 미칠 반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와 한국기자협회 SBS지회(회장 한승구),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이 참여한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조사한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지난 2일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리포트를 보도한 취재기자는 기사 초고 작성 후 직속상관인 뉴스제작1부장에게 수차례 기사 제목과 내용의 수정을 요청했음에도 담당부장은 조 기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스제작1부장의 상급자인 뉴스제작부국장은 편집회의 이후 작성된 기사를 보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승민 보도국장 역시 편집회의 이후 경제부장이 재차 취재원 신뢰성에 관한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뉴스제작의 최종 책임자인 김성준 보도본부장 역시 해당 기사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다뤘다가 삭제된 지난 2일 SBS ‘8뉴스’ 리포트
결국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총체적인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 보도 간부들의 직무 태만으로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보도 참사’가 발생했다. 조사위는 “이 기사의 최초 발제 과정부터 보도가 나가기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거나 악의적인 의도로 단정할 만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해당 기사가 나간 후 3일 새벽 기사가 모두 삭제된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보도의 결함으로부터 초래된 광범위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써 보도본부장의 책임 하에 결정됐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준 본부장은 3일 SBS ‘8뉴스’에서도 5분30초나 할애해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기사 삭제에 대해 해명, 사과하며 “우선 기사가 게이트키핑에 대한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사실과 다른 의혹과 파문 확산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사위는 또 “취재기자가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명확한 증거나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마치 유력 대선 후보가 자신의 당선을 위해 세월호 인양 시점을 해양수산부와 조율한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내용의 해수부 직원 발언을 기사에 포함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해당 공무원의 소속과 직급, 맡은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 신뢰할 만한 취재원인지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했다”며 “해수부에 대한 비판 취지라도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가 거론되는 만큼 해수부의 이런 상황에 대한 후보 측 입장을 취재해 기사에 반영하려는 노력도 필요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취재기자는 지난달 16일 해수부 공무원과 첫 통화 후 17·18·24일과 보도 당일까지 수차례 통화를 하고 뉴스제작1부장에게 해수부 ‘홍보관리관’이라고 보고했지만 부장은 ‘공보과장(4급 상당)’이라고 판단하고 편집회의에서도 해당 공무원의 직위를 묻는 말에 ‘공보과장’이라 답했다.
이후에도 보도국장과 뉴스제작부국장 등 주요 책임자는 “세월호 인양은 문재인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말한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
보도 당일 오후 6시께 해수부를 취재하는 경제부 기자는 기사에 나오는 공무원이 공보과장이 아니라 주무관급(6급 이하)인 것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기사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경제부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경제부장은 보도국장을 찾아가 이런 의견을 전달했으나 보도국장은 편집회의에서 발언 녹취를 중요하게 쓰지 않기로 했고, 편집회의 지시대로 기사가 작성됐을 것으로 생각해 기사를 확인하지 않았다.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지난 3일 SBS ‘8뉴스’ 첫머리에서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보도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했다.
게다가 취재기자의 기사 초고에 대한 부장의 편집 과정에서 기사 제목이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다음달 본격 조사”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로 바뀌었다.
애초 기사 취지는 해수부가 임의로 세월호 인양을 지연시키거나 앞당기는 등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는데 부장은 “그간 실패를 거듭해 지연되던 인양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서둘러 진행된 것을 두고 해수부가 권력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그리고 해수부가 ‘차기(문재인) 권력’의 눈치를 봤다는 데 초점을 맞춰 원래 원고에도 없던 “(해수부가)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는 거래를 (문재인) 후보 측에 시도했음을 암시하는 발언도 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취재기자는 부장이 교정한 최종 기사에 대해 “거래는 확인된 게 아니다”, “제목에서 ‘거래’는 빼달라”며 4차례에 걸쳐 기사와 제목 수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부장은 ‘기사 문장의 주어는 모두 해수부로 해수부가 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미이며, 제목에서도 거래 뒤에 물음표를 붙여 단정하지 않았다’는 등 최종 기사를 고칠 이유가 없다고 수정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위는 “사실상 ‘취재기자-담당부장’의 두 단계만을 거쳐 기사가 작성되고, 취재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보도국장은 아이템 채택을 보류하거나 추가 확인 취재를 지시하지 않았다”며 “기사 초고가 작성되고 이후 방송되기까지 담당부장의 상급자인 뉴스제작부국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 중 누구 하나 편집회의 취지와 다르게 기사가 교정됐다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방송편성위원회에서 SBS 노사의 합의 내용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사측은 이를 토대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조처를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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