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609184256691

"다시 문체부에 가면 울어버릴 것 같다"..'나쁜 사람' 노태강, 문체부 2차관 임명
송승환 입력 2017.06.09. 18:42 수정 2017.06.09. 19:56 

박 전 대통령, "참 나쁜 사람" 지목
30년 간 몸담았던 문체부서 쫓겨나
차관 임명 후 "문체부 정상화되길.."
“다시 문체부에 돌아가 직원들 얼굴을 보면 또 울어버릴 것 같아요.”

9일 문체부 2차관에 임명된 소감을 말하는 노태강(57)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지난 1월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무너질 대로 무너진 문체부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30년 넘게 몸담아 온 조직에 대한 애정이 짙게 묻어났다.

노태강 문체부 신임 2차관. 우상조 기자.
노태강 문체부 신임 2차관. 우상조 기자.

청와대는 이날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며 문체부 2차관으로 노 전 국장을 임명했다. 청와대는 노 신임 차관에 대해 “체육 분야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을 차질 없이 준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장 평창 동계 올림픽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체육계 일부도 바로잡을 것이다. 걱정이 앞서지만 많은 분들 의견을 듣고 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문답.

-(청와대 발표 전)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나? “여러 곳에서 전화와 축하해 주고 있는데 아직 정식 연락은 받지 못했다.”

-(청와대 발표 후) 소감이 어떤가? “저도 뉴스를 보고 소식을 들었다. 믿기지 않는다. 얼떨떨하다.”

-문체부에 가시면 할 일이 많으시겠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열심히 하겠다. 장관님이 임명되면 정책 의지를 잘 받들고, 체육인들의 목소리도 듣겠다.”

노 차관은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승마특혜 의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인물이다.그는 2013년 모철민 당시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 정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민원을 전달받았다. 승마협회 내 반 박원오 파벌에 대한 비리 제보였는데 노 차관은 오히려 양측의 문제점을 모두 지적하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

이후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문책성 인사이동을 당했다.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3월부터 30년간 체육행정을 해 온 그가 하루아침에 엉뚱한 부서로 전보된 거였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은 노 차관을 지목해 "그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고 질타했다. 대통령 관심사항이었던 프랑스 장식미술전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노 차관이 지나친 상업성을 지적해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쫓겨나듯 공직을 떠났다.

노 차관은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자신의 퇴직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됐다. 그는 지난 1월 박영수 특검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수없이 당한 핍박의 이유를 알게됐다. 최순실, 김기춘을 넣으니 퍼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자유롭고 창의적이던 문체부를 한순간에 몰락시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 차관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최씨에 대한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재판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축구, 야구, 배구 등도 있는데 왜 유독 승마만 챙기는지 의문이었다. 돌아버릴 지경이었다"고 증언했다.

공직을 떠났던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법정 증언을 마친 뒤 있었던 인터뷰에서는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이제 도인이 다 됐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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