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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베를린 구상이 ‘잘못된 메시지 준다’? 편협한 사고”
[전문가 평가] “통일보다 평화 현실적…군사적 긴장해소 등 북 요구도 담아” “보수언론 ‘실패한 정부 프레임 강요’ 말 안돼”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2017년 07월 07일 금요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담은 베를린 연설(베를린 선언)에 대해 통일보다는 평화에 중점을 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대화와 압박 또는 제재를 병행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보수신문은 ‘북한 김정은 체제에서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을 무시하고 도발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조선), ‘ICBM 도발 이틀만에 나온 연설로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까 우려된다’(동아)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이 과거 실패한 정부의 대북제재 프레임에 갇혀 대북제재 이상의 주문을 하지 못하는 편협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독일 시청에서 열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에서 “통일은 쌍방이 공존공영하면서 민족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남북간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입니다.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골격을 종합적으로 밝힌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대외부총장(교수)도 이날 인터뷰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평화정책이라는 말처럼 핵심은 평화”라며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 노무현 정부 평화번영을 모두 계승하겠다는 철학이 담겨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비핵화와 함께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시대적 과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양무진 교수는 또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문 대통령은 대화와 압박의 병행을 택했다”며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화를 수단으로 했고, 압박이나 제재는 이명박근혜 시절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이런 전략이 나온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의 역할을 합의한 직후 북한이 ICBM을 발사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오히려 더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일관성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우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방향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잘 제시했다”며 “김대중 노무현정부 때부터 주장했던 것이지만 통일보다는 평화를 강조한 것이 현실적이고 의미 있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이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 대해서도 과거 정부와 차별화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명박근혜 9년간 사실상 흡수통일을 추진해왔다”며 “북한붕괴론을 주장했지만 문 정부는 ‘우리는 다르다, 그런 대북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자,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명박근혜 9년에 대한 부정과 차별화의 의미라는 설명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시급히 완화해야 하며, 특히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관리체계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 유의미하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는 북한에게 직접 준 메시지라는 것이다. 김연철 교수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확인하고자 한 것이 6‧15와 10‧4 공동선언 이행의지가 있는지와 정치군사적 문제의 선행적 해결이었다”며 “연설문엔 두 정상선언의 이행의지가 많이 강조돼 있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적 행위 중단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적 행위와 서해상 우발적 충돌 문제는 그동안 북한이 요구해왔던 문제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명박근혜 때는 압박과 제재 뿐이었으나 이번 연설에 포함된 군사분계선의 적대적 행위 중단의 경우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제안”이라며 “지난해 5월 북한이 7차 당대회 치르면서 남북간 서해상 우발적 충돌과 비무장지대 충돌 적대행위의 중단을 제안했었다”고 전했다.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군사분계선에서 남북한 긴장완화조치를 취하자고 한 대목을 주목한다”며 “김정은은 작년 7차 당대회에서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군사적 긴장완화를 강조했다. 북한이 피하기 어려운 수를 던진 셈”이라고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그동안의 남북합의에 대한 법제화를 선언한 것도 크게 진전된 것이라는 평가다. 이우영 경남대 교수는 “제도화를 하겠다는 것은 축적된 것을 기반으로 다음 단계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 남북관계는 계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북한이 얘기해온 평화협정을 받아줬다는 의미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이틀 전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선택은 무모하다” “국제사회의 응징을 자초했다”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고 단호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서 돕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라든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결단만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 등과 같이 조건부 대화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대목도 있다. 감정적이거나 조건을 제시한 표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우영 교수는 “대화하자고 하면서 이런 표현을 쓰는 건 다소 모순적인 면이 있고, 정상회담한다면서 ‘여건이 성숙되면’이라는 표현도 모호하다”면서도 “하지만 대화에 대한 전제조건은 아니다.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해 국내나 국제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도 “맞는 말이지만 문 대통령의 대북발언의 오디언스(청중)는 북한만이 아니다. 국내에도 있고, 국제사회에도 있다”며 “북한의 ICBM 발사가 없었다면 더 전향적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이 같은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북한이 과연 들을 의사가 있겠느냐는 ‘실효성’ 문제도 나온다.  

양무진 교수는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남북의 불신 골이 깊어져 입장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며 “김정은 정권의 시급한 관심사가 핵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목표라는 점에서 볼 때 남측이 뭘 제안해도 쉽게 호응할 환경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양 교수는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평화의 큰 틀 속에서 단계적 과제를 제시하고 당장 안받더라도 의제를 선점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한반도 평화구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한반도 평화구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우영 교수도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 어느 정도 레벨까지 갈 때까지 밀어붙일 것이고, 협상은 그 이후”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의 한반도 담당 라인의 셋팅이 안된 것도 남북관계가 분명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철 교수는 “연설에서의 제안이 북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메뉴로 구성됐다”며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것에 대한 답변이므로 허공에 쏜 메아리로 끝나지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냉담한 평가를 내놨다. 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경고에 북 김정은 집단이 실제로 두려움을 느끼겠느냐는 점”이라며 “북이 문 대통령 발언을 무시하고 계속 도발하는데도 우리가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못하게 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하느냐…그와 다른 차원에서, 지금 사태가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어떤 대비가 있는지 국민은 궁금하다”고 썼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북한의 ICBM 도발 직후 나온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자칫 동맹국인 미국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던지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조선 사설에 대해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며 “그럼 지난 9년간 해왔던 것을 계속 하라는 것이냐. 이미 그 결과를 우리가 보고 있지 않느냐. 조선일보는 계속해서 실패한 정책 프레임으로 평가하고 재단하고 있으니 저런 특이한 주장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심지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말이 첨부돼 있는데, 이를 부정하고 비평화적인 방법을 주문하려는 것이냐”며 “국제사회 공감대와 오히려 반대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교수도 “북한이 미국과 70년 적대관계 속에서도 견뎌오고 되레 핵능력의 고도화까지 이뤘다”며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경고하고 비난한다고 듣겠느냐. 문 대통령의 경고는 이명박근혜 때 붕괴에 초점을 둔 경고와 달리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오라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동아일보 주장에 대해서도 김연철 교수는 “트럼프 정부도 북한과 하고 있는 대화를 하지 말자는 얘기”라며 “현실감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양무진 교수도 “편협한 사고에서 나온 주장”이라며 “미국의 목소리는 ‘나쁜 행동에 대해 제재해야 한다’는 것이지 해법은 여러 가지이다.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화 필요하다는 것은 안보리 결의안에도 명시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우영 교수도 “베를린 구상은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구상인데 저런 주장은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라며 “제재를 하려면 협상과 병행돼야 효과적이다. 이명박근혜 때의 문제는 제재만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언론들만 협상을 배제한 제재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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