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725093003539
[단독] "KAI 감사에 대한 외압 너무 심하다"
조해수·이석 기자 입력 2017.07.25. 09:30
감사원 고위인사 전화통화 녹음파일 입수.."KAI 감사원장 상대로 로비하려다 혼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책은행이 최대주주인 탓에 항상 정부의 입김에 흔들렸다. 역대 KAI 사장들에게는 항상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08년 8월 취임한 김홍경 전 사장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선대위 중기위원장과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상임자문위원을 지낸 이른바 ‘MB맨’이었다. 김 전 사장의 전임이었던 정해주 전 사장의 경우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남 통영·고성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KAI 사장에 올랐다. KAI의 역대 사장처럼 하성용 전 사장도 박근혜 정부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하 전 사장은 2013년 당시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전임 김홍경 사장을 밀어내고 대표에 취임했다. 지난해에는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몰락과 함께 하 전 사장도 검찰수사를 받는 처지에 내몰렸다. 대표직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방산비리 척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명확하다. KAI를 향한 칼날은 하 전 사장을 넘어 윗선을 겨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앞줄 왼쪽)과 하성용 KAI 사장(앞줄 오른쪽)이 2015년 12월17일 오전 경남 사천 KAI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훈련기 공개 기념식을 마친 후 항공기 조립과정을 시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하성용 前 사장, 박근혜 대통령 6촌 형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5월 KAI의 신임 대표로 하성용 전 성동조선해양 사장이 취임했다. KAI는 국책은행이 대주주인 탓에 공기업 성격이 강해 정부가 바뀌면 공공연하게 ‘자기 사람 심기’가 이뤄졌다. 하성용 전 사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 전 사장이 KAI 사장으로 낙점되기 전 ‘하 사장의 부인인 박아무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6촌’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KAI 내부 관계자는 “당시 KAI의 최대 관심사는 ‘KAI 민영화’였다. KAI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인척 사이인 하 전 사장이 KAI 대표가 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하 전 사장 측에서 사장 취임을 위해 이와 같은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했다. 하 전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공공연하게 내세웠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 전 사장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던 2012년 8월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법정상한액인 10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하 전 사장은 1999년 창립 때부터 KAI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 성동해양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하 전 사장이 KAI 사장 취임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사전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 전 사장에 대한 갖가지 얘기는 여의도 정치권으로도 퍼졌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한 고위인사는 “KAI는 민영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 또한 정부 초기 낙하산 문제는 가장 민감한 문제인데, 여기에다 KAI는 공기업도 아니다. 민정수석실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도 의문이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하 전 사장은 KAI 재직 시 재무담당 이사, 인사·노사·총무담당 이사, 재무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사장대행, 고문 등을 역임하며 KAI는 물론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면서 “하 전 사장은 항공산업 전문가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6촌이 아닌 훨씬 더 먼 친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민정, 하성용 前 사장 횡령 사실 알고도 덮어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하 전 사장에 대한 비위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하 전 사장이 KAI 사장에 취임하기 직전인 2013년 4월 하 전 사장에 대한 횡령 의혹을 들여다봤다. 하 전 사장이 2007~08년 KAI의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재무팀을 통해 수출대금 환전 장부를 조작해 거액의 돈을 횡령했다는 내용이었다. 하 전 사장이 항공기 부품을 거래하면서 실제 달러 환율인 1150원이 아닌 1100원으로 허위 전표를 작성해 달러당 50원을 미등록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10억5000만원 상당의 돈을 착복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횡령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계좌를 입수했다. 우리은행 1***-2**-9******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 법인 통장이 아님에도 2007년 12월부터 2008년 9월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10억4500만원이 KAI 명의로 입금됐다가 다시 인출됐다. 이후 계좌는 해지됐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연말에 회계감사를 하면 계좌를 조회한다. 연중에 계좌를 해지하면 외부에 자금 거래 내역이 오픈되지 않는다”며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불법에 사용됐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 전 사장의 KAI 대표 취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KAI는 2013년 5월2일 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 후보로 하 전 사장을 추천했고, 5월20일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로 선임했으며, 이튿날 열린 이사회에서 하 전 사장을 KAI 대표로 최종 확정지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하 전 사장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다”면서 “확인을 다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검찰에 해당 자료를 넘겼다”고 해명했다. KAI 내부 관계자는 “하 전 사장은 KAI 대표로 취임하기 직전 성동조선해양의 사장을 맡았는데, 이때의 성적도 좋지 못했다. 수주 과정에서 선박 건조 원가를 과도하게 낮게 산정해 영업손실이 발생한 경우가 허다했다”면서 “하 전 사장이 KAI 대표에 취임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하 전 사장 취임 때부터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KAI 감싸기’는 청와대 민정을 넘어 감사원까지 영향을 미쳤다. 감사원은 2015년 1월 KAI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 직원 15명이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에 상주하며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사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 와중에 KAI가 2013년부터 2년간 구입한 52억원대 상품권 중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17억원 상당의 상품권에 의혹이 집중됐다. KAI는 “임직원들에 대한 선물”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상품권의 용처를 확실하게 소명하지 못했다. KAI가 민영화를 위해 정치권이나 군 관련 기관에 로비를 펼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감사원은 KAI가 구매한 상품권 일부가 공군의 일부 현역 및 예비역 장성 부인들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청와대 민정에서 조사했던 하 전 사장의 10억원대 횡령 혐의도 함께 조사했다.
검찰 수사관이 7월14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자료를 옮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KAI가 감사원·합수부에 로비”
감사 결과가 나온 것은 10여 개월이 흐른 뒤였다. 감사원은 2015년 10월 1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KAI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가 계산서를 부풀려 547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또한 내부 직원 송아무개씨가 처남과 공모해 인력공급 업체를 차린 후 60억원을 가로챈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KAI와 정부의 유착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상품권 로비 의혹이나 하 전 사장의 횡령 의혹은 발표 내용에서 제외됐다. KAI 주변에서는 ‘꼬리 자르기 감사’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돌았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가 감사원 조사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감사원 조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인정한 감사원 고위인사의 육성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본지가 입수한 녹음파일에는 KAI 고위직 출신 A씨와 당시 감사를 주도했던 감사원 고위인사 B씨의 감사 직전인 2015년 1월부터 감사 결과를 발표한 2015년 10월말까지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다. 감사가 막 시작된 1월까지만 해도 감사원 조사는 문제없이 진행됐다. 감사원이 1차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에 넘기는 식으로 공조 수사도 진행됐다.
B씨는 3월 통화에서 “저희(감사원) 건을 검찰에 넘기면, (검찰에서) 관련자 계좌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은밀히 진행하고 있음에도 일부 기자들에게 취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사가 시작되자 KAI에서도 내부 고발자 색출을 위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자충수를 두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4월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당시 감사원은 하 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13명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된 인사 모두를 출국 금지시켰다. 하 전 사장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외압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B씨는 4월 통화에서 “외압이 심하다”라고 A씨에게 밝혔다. 그는 이어 “외압이 심하지만 감사 중단은 없다”면서 “페루 수출 등 국익 때문에 감사를 중단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KAI가 생산한 경공격기 ‘FA-50’을 수출하기 위해 페루와 칠레 등 남미 정상과 협상을 벌였다. KAI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한창일 때였다. 즉, B씨는 방산 수출을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KAI의 비리 의혹을 축소하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을 거론한 것이다.
B씨는 그해 6월 통화에서 “감사원장님 지시를 받아 이르면 다음 주 (감사 결과를)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성과가 있었고 새로운 사실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발표는 그로부터 4개월여 뒤인 10월에야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KAI 측이 감사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도 나왔다. B씨는 A씨와의 통화에서 “KAI에서 감사원장을 상대로 로비하려다 혼쭐이 났다”고 밝혔다.
합수단에도 KAI의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B씨는 감사원 조사 결과에 하 전 사장을 포함한 KAI 경영진의 비리 내용이 모두 빠져 있는 것에 대해 “합수부에 모든 자료를 넘겼다. 검찰에 수사 요청한 부정 및 비리 부분은 일부러 (감사원 발표에)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합수단은 (2015년) 6월29일과 7월3일 자체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연기했다”면서 “KAI 쪽에서 로비를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1월 검찰과 감사원 등 7곳의 사정기관에서 100여 명이 참여하는 합수단을 가동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합수단이 차려지면서 방산비리 척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KAI의 로비 때문에 흔들릴 수 있는 합수단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합수단에 박근혜 정부의 최고 권력 실세의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합수단은 당시 ‘청와대에서 직접 컨트롤하기 때문에 윗선의 지시에 따라 수사를 보류했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합수단을 컨트롤할 수 있던 것은 민정수석실밖에 없다”면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향으로 합수단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KAI의 비호세력으로 거론되고 있는 문고리 3인방(왼쪽부터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문고리 3인방, 차명 지분 의혹 제기돼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로 거론됐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안봉근, 이재만, 정호성)의 이름도 거론된다. KAI 내부 관계자는 “하 전 사장은 성동조선해양 사장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하청업체들을 KAI에 그대로 끌고 왔다. 이 하청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KAI로부터 유난히 물량을 많이 받았다. 이 중 한 곳에 문고리 3인방의 차명 지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하 전 사장이 KAI 사장에 취임할 당시 ‘박근혜 6촌 형부’라는 얘기와 함께 최상화 전 춘추관장과도 막역한 사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최 전 관장은 지난 총선에서 KAI 본사가 있는 사천·남해·하동 지역구에 출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KAI는 어떤 회사?
KAI는 1999년 10월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 3사의 항공부문을 통합해 설립됐다. 현재 KT-1 기본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FA-50 경공격기, 수리온 등 군용 전투기와 헬기 등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KAI의 최대주주는 국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6월말 산업은행으로부터 KAI 지분 18.67%를 넘겨받으면서 지분 26.4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은 지분이 0.34%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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