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804273.html

‘PD수첩’ 이영백 피디 2개월 대기발령
등록 :2017-07-25 19:31

아이템 묵살 등 폭로하고 제작거부 중인 이 피디에
회사 쪽 “불법 집단행동 중단하고 업무 복귀하라”

<피디수첩> 피디들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작거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피디수첩> 피디들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작거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화방송(MBC) 간부들의 <피디수첩> 아이템 묵살 등 제작자율성 침해를 폭로한 이영백 피디가 26일부터 두 달 동안 대기발령을 받았다. 대기발령은 통상 중징계를 내리기 전에 이뤄지는 조처다.

문화방송은 25일 시사제작국 소속 이영백 피디에게 2개월 사무실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회사 쪽은 지난 21일 오후 이 피디를 포함한 피디수첩 소속 피디 10명이 “8월1일치 방송 아이템 발제가 비합리적인 이유로 묵살됐다”며 제작거부를 시작하자, “제작 거부에 따른 결방 등의 책임은 제작진에 있다. 사규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하겠다”며 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관련 기사 보러가기).

이 피디는 2014년 10월 피디수첩 ‘구멍난 해외자원개발, 사라진 나랏돈 2조원’ 편을 만들어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부실인수 의혹을 다뤘다. 그 방송 직후 비제작부서로 발령을 받아, 2년 반 동안 스케이트장 홍보 및 관리 업무를 맡아야 했으며, 지난 4월 대법원에서 ‘부당 전보’를 최종 인정받아 피디수첩 제작팀으로 복귀했다.

이 피디는 지난 15일, 8월1일 방영분으로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기획안을 냈으나 시사제작국 간부들은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명 문제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다루는 건 이해상충에 따른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며 제작을 불허했다. 이에 이 피디는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으로 기획안을 바꿔 제출하고 “한 사람의 피디로서 양심과 상식을 근거로 공정하게 만들겠다”고 간부진을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그러자 피디수첩 제작 피디들은 21일 긴급 피디 총회를 열어 “간부진의 제작자율성 침해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지난 21일부터 소속 피디 11명 가운데 10명이 집단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이들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3년부터 제작자율성이 침해된 대표사례 17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례를 보면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2015년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2016년 두산 명예퇴직 △2016년 4대강 녹조 △2017년 ‘일본군 위안부’ 등의 아이템이 모두 불허됐다. 주로 박근혜 정권에 ‘불편한’ 의제에 해당한다(▶관련 기사 보러가기).

문화방송 쪽은 25일 ‘제작거부를 중단하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어 “회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사실성이 담보되는 중립적인 시사 프로그램은 언제든지 보장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 정파나 집단에 경도되거나 이념적 편향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방송 법령 위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제작거부라는 불법적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피디수첩 일부 제작진은 즉각 업무에 복귀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잘 조명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프로그램 제작에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피디수첩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을 너무나 만들고 싶어하는 피디들을, 도저히 스스로의 양심을 저버릴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은 회사 쪽”이라며 “우리는 지금이라도 회사 쪽이 아이템 제작에 대한 논의를 원한다면, 제작 거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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