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46204

너구리는 왜 차도로 뛰어 들었나
[김종술 금강에 산다] 친수구역 정비 엄중한 평가와 검증 필요하다
17.07.28 21:27 | 글:김종술 | 편집:김준수


▲ <오마이뉴스> 보도 후 작업자들이 백제보 상류 왕진교 다리 밑에 걸렸던 쓰레기 섬 제거를 위해 더미 위에 올라가 있다. ⓒ 김종술

금강 '유령공원'이 깔끔하게 단장했다. 강 위에 즐비했던 쓰레기 섬도 하나둘 제거됐다. 

지난 24일 금강에 사람들이 몰려왔다. 참, 오랜만이다. 하지만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니다.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백제보 상류 왕진교 아래 수변공원에 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니 잡초가 빼곡하게 웃자라 있다. 세금 들여 만든 전망대와 의자, 평상 등 시설물이 잡초와 나무에 뒤덮여 있다. 

그때 기계음이 들려왔다. 대형트랙터가 유령공원을 향해 굉음을 내며 맹렬히 달려왔다.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고라니와 너구리 등 야생동물이 부리나케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렇다. 그날(제초작업)이 온 거다. 1년에 한두 번 열리는 유령공원 단장하는 날이다. 

야생동물의 수난의 날이기도 하다. 트랙터 소리에 놀라 유령공원에서 뛰쳐나간 야생동물들이 도로에서 죽음을 당해서다. 이날도 유령공원 옆 도로 하늘 위로 쉴 새 없이 급브레이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스팔트 위에 너구리와 고라니 사체가 나뒹굴었다. 유령공원 단장이 야생동물의 '로드킬'로 이어졌다. 4대강 사업은 손 대도 문제, 안 대도 문제다. 


▲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서 자연 상태로 되돌아가던 백제보 상류 왕진교 다리 밑 수변공원이 최근 말끔하게 정리됐다. ⓒ 김종술


▲ 지난 24일 백제보 상류 수변공원에서 차도로 뛰어든 너구리가 로드킬을 당했다. ⓒ 김종술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강변에 공원과 체육시설을 만들었다. 수변생태공간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3조1천132억 원을 들였다. 이렇게 해서 전국 357곳에 수변공원이 조성됐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유지관리비용으로 적게는 5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가량이 든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강엔 90개의 수변공원이 있다. 7만 명이 거주하는 부여군엔 여의도 공원의 50배가 넘는 수변공원이 만들어졌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05억 6천만 원이 '금강권역 둔치유지관리비용'이란 이름으로 사용됐다. 유령공원을 단장하는 데 쓰인 세금이다. 올해는 96억 6700만 원이 책정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도대체 얼마나 많은 혈세를 들여야 '공원다운 공원'이 될까? 

장맛비가 주춤하면서 금강은 다시 평온하다. 쓰레기더미에 올라갔던 수문도 내려졌다. 빠르게 흐르던 강이 더디 흐른다. 물 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집채만 한 쓰레기 섬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나온 사람들의 손에 하나둘 제거되고 있다. 하지만 군데군데 남아있는 작은 쓰레기 섬에선 악취가 여전하다.

백제보 상류 왕진교 교각에 걸린 쓰레기 더미 사이로 낯익은 보트가 정박해있다. 쓰레기 섬을 제거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집체만한 쓰레기 더미 위에서 세 명의 작업자가 구명조끼도 없이 작업 중이다. 지켜보는 기자가 더 불안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산성 앞에 걸렸던 쓰레기 섬도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가자 치워졌다(관련 기사 : 금강 점령한 '쓰레기 섬'들, 퇴비 썩는 냄새 진동). 공주시 쌍신공원에 쌓인 쓰레기도 집게가 달린 대형트럭에 실려 빠져나갔다. 그러나 후미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강물에는 아직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 

쓰레기섬과 '유령공원', 4대강 사업 정책감사로 책임 물어야


▲ 공주보 인근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수자원공사 임시 부유물 저장소인 충남 공주시 어천리 강변에서 썩고 있다. ⓒ 김종술

한편, 같은 날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조성된 강변 시설물을 전수조사하고, 이용이 낮은 시설을 가려내 철거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올해 1년간 친수구역 주변 기지국에 잡힌 휴대전화 이용자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이용자 수뿐만 아니라 거주 지역, 연령대 등 다양한 자료를 산출해 이용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2009년부터 1년에 300일 이상 4대강을 취재하는 기자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걱정이 된다. 그러나 이번 부분 철거 결정은 철저한 평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은폐한다거나 철거가 내부평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친수구역을 엄중히 평가할 수 있는 평가단의 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친수지구를 조성하여 유령공원 만들기에 앞장서며 혈세를 낭비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현재 진행 중인 4대강 사업 정책감사에서 친수지구와 관련된 비리와 조작, 은폐 역시 철저히 조사해 정책 실패의 교훈으로 삼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흐르는 강물을 막아서 수질을 살리겠다는 허무맹랑한 사기극을 벌인 이명박씨와 이익을 취한 전문가, 학자, 언론, 공무원 등 '4대강 부역자'들의 적폐 청산을 요구한다. 


▲ 문재인 대통령의 수문개방 지시로 20cm 수위가 내려간 공주보 수문에 여전히 쓰레기가 걸려서 쌓이고 있다. ⓒ 김종술


▲ 최근 장맛비에 공주보에 걸렸던 쓰레기가 수거돼 강변에 놓였다. 그러나 방치되면서 악취가 진동한다. ⓒ 김종술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