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280600045

[단독]TNT·클레이모어·수류탄까지…계엄군, 광주서 ‘전쟁’을 했나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입력 : 2017.08.28 06:00:04 수정 : 2017.08.28 06:01:00 


장갑차와 계엄군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도심에 진입한 계엄군들이 무장한 채 장갑차 옆에 도열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5·18부상자회 김후식 회장(76)은 27일 “계엄군이 50만발 넘는 각종 실탄을 사용했다니 기가 막힌다. 광주 시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 아니냐”며 장탄식을 했다. 김 회장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부상했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1만1000여명에게 지급된 각종 실탄은 130만발에 이른다. 군은 보급받은 실탄 중 51만2626발을 사용했다. 군은 “소화기와 수류탄의 80%는 특전사(공수부대)에서 사용했다”고 기록해 두기도 했다. 공수부대가 사용한 실탄량은 별도 작성된 ‘진압과정 사용 실탄량’에 나오는데 48만9409발을 소모한 것으로 적혀있다. 수류탄과 기관총, 대전차무기 등 살상률이 높은 중화기가 여럿 동원됐다는 사실도 이번 실탄 사용 문건으로 거듭 확인됐다.



■ 닥치는 대로 총격 

5·18 진압을 위해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 등 계엄군이 사용한 M16 소총 실탄은 무려 49만7962발에 달했다. 당시 계엄군은 주택가 등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총을 쐈다. 그 때문에 5·18 사망자 중에는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 등 계엄군과 대치했던 장소가 아닌 주택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시민들이 적지 않다. 

지난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포옹해 국민들을 눈물짓게 만든 5·18 유가족 김소형씨(38)의 사연도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 탓이다. 김씨 아버지는 5월18일 태어난 딸을 보기 위해 전남 완도에서 광주에 왔다. 5월22일 갓 태어난 딸과 함께 광주 서구 쌍촌동 친척집에 머물고 있던 아버지는 총소리가 들리자 솜이불을 꺼내 창문을 가리던 중 날아든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함광수씨(당시 17세)도 5월22일 광주 서구 내방동 자신의 집 옥상에서 집 밖을 살피다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당시 계엄군의 총기 사용이 얼마나 무차별적이었는지는 군 내부 문건에도 잘 나타나 있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을 지휘한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는 1980년 9월 계엄군 작전을 분석한 ‘광주소요사태 교훈집’에서 탄약을 과다 소모했다고 지적했다. 이 문서는 3급 비밀문서로 보관돼 왔다.

■ 중화기로 시민 향해 난사 

계엄군이 사용한 총기 등에는 중화기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군은 당시 기관총 실탄 1만759발을 사용했다. 사용된 기관총은 M60과 CAL50이었다. 이 화기 사용에 대한 기록은 ‘광주사태 시 계엄군 실탄 사용 현황’ 문서에는 없다. 다만 공수부대가 작성한 ‘진압과정 사용 실탄량’ 문건에 따르면 M60 기관총은 4925발, CAL50 기관총은 2253발을 소모했다. 

나머지 기관총탄은 20사단 등 다른 부대가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살상력이 높은 40㎜ 고폭 유탄도 60발 사용됐다. 3공수와 7공수가 5월21일 각각 40㎜ 고폭 유탄 100발과 216발을 보급받고, 이 중 28발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나머지는 다른 부대에서 소모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차무기인 66㎜ 로우도 74발을 지급돼 50발이나 사용했다. 계엄군이 시민군이 탄 버스나 트럭, 당시 군수공장이던 아시아자동차에서 시민들이 몰고 나온 장갑차 등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수부대 기록에는 TNT 폭탄 1200㎏과 클레이모어 30개를 소모했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 계엄군이 사용한 무기는 11종류에 달했다. 

■ 수류탄도 194발 

계엄군은 시민을 상대로 수류탄도 사용했다. ‘광주사태 시 계엄군 실탄 사용 현황’에 계엄군은 모두 194발의 수류탄을 사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사용된 수류탄은 파괴력이 큰 ‘세열수류탄’으로 추정된다. 

전교사가 날짜별로 각급 부대에 지급한 실탄 현황을 기록한 ‘탄약 기재(記載)’ 문서에도 5월21일 3공수와 7공수에 ‘세열수류탄’이 지급된 것으로 적혀 있다. 3공수에 1580발, 7공수에 3300발 등 모두 4880발이다. 공수부대가 작성한 문건에는 보급받은 수류탄이 4890발이며, 이 중 192발을 사용하고 4698발을 반납했다고 적혀 있다. 전교사의 문건과 수류탄 지급수에서 10발, 사용수에서 2발의 차이가 각각 있을 뿐이다. 김후식 5·18부상자회장은 “당시 ‘공수부대가 수류탄까지 사용한다’는 소문이 많이 돌았다. 부상자 중 상당수도 파편으로 인해 다쳤다”면서 “수류탄 사용이 이번에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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