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가면 다 죽어"..국방부 조사 착수에 사라진 물증
박하정 기자 입력 2017.09.06. 20:45 수정 2017.09.06. 22:20
<앵커>
2012년 대선 당시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공작에 대해 곧 재조사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군의 최초 수사 때 조직적인 증거 인멸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청와대와 국방부 수뇌부 같은 윗선까지 수사가 미치지 못했던 한 이유가 된 거로 보입니다.
보도에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2013년 사이버사의 정치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국방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곧바로 증거 인멸이 시작됐습니다.
댓글 부대인 심리전단의 당시 총괄계획과장 김기현 씨의 증언입니다.
[김기현/前 사이버사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 : 내가 보안 담당이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데 내 허락 없이 각종 문서를 파쇄하고 예산 관련 서류를 싹 갈고.]
당시 심리전단의 이 모 단장은 팀장급 부대원들의 노트북 9대부터 저장 매체까지 일일이 지목하며 초기화를 지시했고 나흘 사이 노트북 60대와 서버가 초기화됐습니다.
부대원 일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단장은 "이거 밖으로 나가면 우리 다 죽는다"며 증거 인멸을 강행했습니다.
[그것(댓글 공작)이 입증되고 신문에 나가게 되면 정부의 정통성이 흔들리지 않습니까.]
이 전 단장이 기소돼 김기현 씨가 단장 직무를 대행해야 했는데, 갑자기 직위 해제됐다고 합니다.
[사령관 (선에서는) 안 돼요. 더 위에 있죠. (사령관 보다) 더 위에 있으니까 3시간 만에 (직위 해제가) 되는 거죠. 내가 심리전단장을 하게 되면 (증거를) 다 갖다 준다 이거야. 수사기관에다가.]
당시 국방부는 '증거 인멸 우려는 없다'며 피의자들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했고, 국방부 장관 등 윗선은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강욱/변호사 (군 수석검찰관 출신) : 방향과 내용에 관한 지시가 없이는 그런 식의 노골적인 댓글들이 절대로 생산될 수 없다. 사이버 사령관은 명백히 국방부 직할부대의 장으로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사이버사 댓글 공작에 청와대와 국방부 수뇌부, 국정원이 어떻게 관련됐는지에 대한 재조사는 사라진 물증과 관련자 증언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신호식)
박하정 기자park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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