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9510
이재정이 무식하다고? 그 '막말'의 속사정
"강기훈 사건, 잠 안 재우기 담당 검사" 지적에, 곽상도 의원 "야간 조사였다" 반박
17.09.12 17:37 l 최종 업데이트 17.09.15 11:46 l 글: 이정환(bangzza) 영상: 유성호(hoyah35)
▲ 이재정 "유서대필 가해자들 국회의원 하고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거론하며 “관여했던 가해자(검사)들은 승승장구, 국회의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성호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이 의원은 12일 오후 2시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늘 인사청문회 중 곽상도 의원이,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을 언급한 저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무식한 게 자랑이 아니다'라고 막말을 던졌습니다. 심지어 오전 청문회를 마치고 나서는 중 만난 제게 '나이가 들면 철 좀 들라'라고 까지. 네∼ 연륜 많으신 곽 의원님!! 막말!! 사과하십시오!!"
이 의원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무슨 말을 했기에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이 그런 막말을 했을까.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을 이용해 다시 복기해 봤다. 봤더니 곽 의원 입장에서도 화가 날 만했다. 앞서 "대법원장으로 가기에는 옷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고 김 후보자의 자격을 문제삼았던 자신을 이 의원이 과거사로 '저격'했기 때문이었다.
이재정 "가해자들은, 예, 국회의원도 하고 있습니다"
곽 의원으로서는 "우리 사법부는 오욕의 역사들이 있다"고 하는 이 한마디에서부터 신경이 곤두설 만했다. 이 의원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정권 코드에 맞춰서, 심지어 사법 살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법 권력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온 적 있다"며 "최근 여러 가지 판결들을 통해 명예 회복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말에 이어 '결국' 그 사례를 콕 짚고야 말았다.
"유서 대필 조작 사건, 잘 알고 계시지요? 최근 국가 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였는데요. 법원은 국가와 감정인의 책임만을 인정하고 당시 수사 책임, 검사들의 불법 행위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당시의 검사들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수사 목록에서 배제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까지 가담을 하였는데, 모두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역사 안에서는, 국민들의 판단에서는 유죄입니다."
그리고 이 의원은 그 검사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힘 줘 호명했다. "강신욱, 신상규, 송명석, 안종택, 남기춘, 임철, 곽상도, 윤석만, 박경수 검사" 등 "관여 검사들은 모두 역사적으로 유죄"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는 스스로를 반성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찰나, "청문위원 존중합시다"라는 고성이 튀어나왔다. 물론 이 의원의 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는 현재 투병 중에 있다", "다시 돌려서 살 수 없는 삶을 허망하게 보냈다"면서 기어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관여했던 가해자들은 승승장구, 예, 국회의원도 하고 있습니다."
곽 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을 요청했다. "신상 발언 좀 하겠다"면서 "제가 문제 있는 사람처럼, 공공연히 말하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시간에 쫓기는 터라 해명에 충분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골자는 알 수 있었다.
"강기훈씨 유서 대필 조작 사건에 일시 참여한 바는 있으나, 피의자를 고문하거나 협박한 적은 없다."
이미 그런 해명을 2013년에 그는 내놨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막 내정됐을 때였다.
강기훈 "잠 안 재우기 담당하셨던 검사 양반"
▲ '유서대필' 사건으로 2014년 2월 23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강기훈씨. ⓒ 이희훈
"1991년 6월 서울지방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잠 안 재우기를 담당하셨던 검사 양반, 이렇게 나타나셨다." (2013년 2월 강기훈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러자 당시 내정자 신분이었던 곽 의원은 곧장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수사 과정에 일시 참여한 바가 있다"면서도 "매일 매일 수사과정과 피의자 측의 반박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고 있었기 때문에 수사 기관에서 피의자를 고문하고 협박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곽 의원은 또 당시 "당시 야간 조사가 허용되고 있었음을 참고로 말씀드린다"면서도 "이러한 조사과정을 마치 잠을 안 재우는 고문을 한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오간 대화를 강압 수사와 협박에 관여한 것으로 호도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곽 의원 표현을 빌리자면, 이와 같은 "호도"는 몇십 년 전부터 있었다. 1992년 3월 강기훈씨 어머니 권태평씨는 <한겨레>에 실은 글을 통해 "19일 동안 갖은 회유와 모욕과 잠 안 재우기 고문을 당했던 강기훈의 인권은 몇 등급일까?"라고 물었다.
작년 7월 강기훈씨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이 나오자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검사들에게 손해배상의 법적 의무는 없다하더라도 죄는 매우 무거운 것이므로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 책임자 중 한 사람이 바로 곽상도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의 과오와 강기훈씨의 고통에 대해 어떠한 사과나 반성도 한 적이 없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고 국회의원직 사퇴도 요구했다. 그로부터 1년 2개월여가 흐른 지금, 곽 의원은 12일 김명수 후보자에게 이런 지적을 했다.
"대법원장 가기에는 옷이 지금 너무 크다"
▲ 질의하는 곽상도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31년간 판사로서 도대체 어떤 사건들을 다루고 취급해왔는지를 알아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한 번 해봤습니다. 임명 전 일간지 12매체를 우리 후보자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한 30여 건 나옵니다. 임명 이후 230건 나온 거에 비하면 거의 미미한 수준입니다. 또 법원 행정 경험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적은 춘천지방법원장으로 1년 6개월 재직한 경험이 전부입니다... (중략)
... 대법원은 앞으로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관심 갖는 사건을 취급하게 됩니다. 그런데 후보자처럼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분이 대법원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운영하면 초보 운전자가 대법원을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국민들이 조마조마하게 봐야 합니다... (중략)... 제가 봐서는 후보자 이런 경력만으로 바로 대법원장 가기에는 옷이 지금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곽상도 의원처럼 그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 중에는 유서 조작 사건으로 승승장구했다는 식의 보도가 상당히 많았으며, 그런가 하면 "통진당의 치밀한 지원을 받은 후보자에게 교육부 장관을 맡길 수 없다"는 '김상곤 청문회' 당시 발언류도 눈에 많이 띄었다. 어쨌든, 김 후보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검색 결과가 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곽 의원에게 그 누구도 '국회의원을 하기에 옷이 너무 작다'고 하진 않는다.
이재정이 무식하다고? 그 '막말'의 속사정
"강기훈 사건, 잠 안 재우기 담당 검사" 지적에, 곽상도 의원 "야간 조사였다" 반박
17.09.12 17:37 l 최종 업데이트 17.09.15 11:46 l 글: 이정환(bangzza) 영상: 유성호(hoyah35)
▲ 이재정 "유서대필 가해자들 국회의원 하고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거론하며 “관여했던 가해자(검사)들은 승승장구, 국회의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성호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이 의원은 12일 오후 2시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늘 인사청문회 중 곽상도 의원이,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을 언급한 저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무식한 게 자랑이 아니다'라고 막말을 던졌습니다. 심지어 오전 청문회를 마치고 나서는 중 만난 제게 '나이가 들면 철 좀 들라'라고 까지. 네∼ 연륜 많으신 곽 의원님!! 막말!! 사과하십시오!!"
이 의원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무슨 말을 했기에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이 그런 막말을 했을까.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을 이용해 다시 복기해 봤다. 봤더니 곽 의원 입장에서도 화가 날 만했다. 앞서 "대법원장으로 가기에는 옷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고 김 후보자의 자격을 문제삼았던 자신을 이 의원이 과거사로 '저격'했기 때문이었다.
이재정 "가해자들은, 예, 국회의원도 하고 있습니다"
곽 의원으로서는 "우리 사법부는 오욕의 역사들이 있다"고 하는 이 한마디에서부터 신경이 곤두설 만했다. 이 의원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정권 코드에 맞춰서, 심지어 사법 살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법 권력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온 적 있다"며 "최근 여러 가지 판결들을 통해 명예 회복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말에 이어 '결국' 그 사례를 콕 짚고야 말았다.
"유서 대필 조작 사건, 잘 알고 계시지요? 최근 국가 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였는데요. 법원은 국가와 감정인의 책임만을 인정하고 당시 수사 책임, 검사들의 불법 행위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당시의 검사들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수사 목록에서 배제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까지 가담을 하였는데, 모두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역사 안에서는, 국민들의 판단에서는 유죄입니다."
그리고 이 의원은 그 검사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힘 줘 호명했다. "강신욱, 신상규, 송명석, 안종택, 남기춘, 임철, 곽상도, 윤석만, 박경수 검사" 등 "관여 검사들은 모두 역사적으로 유죄"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는 스스로를 반성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찰나, "청문위원 존중합시다"라는 고성이 튀어나왔다. 물론 이 의원의 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는 현재 투병 중에 있다", "다시 돌려서 살 수 없는 삶을 허망하게 보냈다"면서 기어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관여했던 가해자들은 승승장구, 예, 국회의원도 하고 있습니다."
곽 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을 요청했다. "신상 발언 좀 하겠다"면서 "제가 문제 있는 사람처럼, 공공연히 말하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시간에 쫓기는 터라 해명에 충분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골자는 알 수 있었다.
"강기훈씨 유서 대필 조작 사건에 일시 참여한 바는 있으나, 피의자를 고문하거나 협박한 적은 없다."
이미 그런 해명을 2013년에 그는 내놨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막 내정됐을 때였다.
강기훈 "잠 안 재우기 담당하셨던 검사 양반"
▲ '유서대필' 사건으로 2014년 2월 23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강기훈씨. ⓒ 이희훈
"1991년 6월 서울지방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잠 안 재우기를 담당하셨던 검사 양반, 이렇게 나타나셨다." (2013년 2월 강기훈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러자 당시 내정자 신분이었던 곽 의원은 곧장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수사 과정에 일시 참여한 바가 있다"면서도 "매일 매일 수사과정과 피의자 측의 반박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고 있었기 때문에 수사 기관에서 피의자를 고문하고 협박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곽 의원은 또 당시 "당시 야간 조사가 허용되고 있었음을 참고로 말씀드린다"면서도 "이러한 조사과정을 마치 잠을 안 재우는 고문을 한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오간 대화를 강압 수사와 협박에 관여한 것으로 호도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곽 의원 표현을 빌리자면, 이와 같은 "호도"는 몇십 년 전부터 있었다. 1992년 3월 강기훈씨 어머니 권태평씨는 <한겨레>에 실은 글을 통해 "19일 동안 갖은 회유와 모욕과 잠 안 재우기 고문을 당했던 강기훈의 인권은 몇 등급일까?"라고 물었다.
작년 7월 강기훈씨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이 나오자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검사들에게 손해배상의 법적 의무는 없다하더라도 죄는 매우 무거운 것이므로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 책임자 중 한 사람이 바로 곽상도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의 과오와 강기훈씨의 고통에 대해 어떠한 사과나 반성도 한 적이 없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고 국회의원직 사퇴도 요구했다. 그로부터 1년 2개월여가 흐른 지금, 곽 의원은 12일 김명수 후보자에게 이런 지적을 했다.
"대법원장 가기에는 옷이 지금 너무 크다"
▲ 질의하는 곽상도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31년간 판사로서 도대체 어떤 사건들을 다루고 취급해왔는지를 알아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한 번 해봤습니다. 임명 전 일간지 12매체를 우리 후보자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한 30여 건 나옵니다. 임명 이후 230건 나온 거에 비하면 거의 미미한 수준입니다. 또 법원 행정 경험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적은 춘천지방법원장으로 1년 6개월 재직한 경험이 전부입니다... (중략)
... 대법원은 앞으로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관심 갖는 사건을 취급하게 됩니다. 그런데 후보자처럼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분이 대법원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운영하면 초보 운전자가 대법원을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국민들이 조마조마하게 봐야 합니다... (중략)... 제가 봐서는 후보자 이런 경력만으로 바로 대법원장 가기에는 옷이 지금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곽상도 의원처럼 그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 중에는 유서 조작 사건으로 승승장구했다는 식의 보도가 상당히 많았으며, 그런가 하면 "통진당의 치밀한 지원을 받은 후보자에게 교육부 장관을 맡길 수 없다"는 '김상곤 청문회' 당시 발언류도 눈에 많이 띄었다. 어쨌든, 김 후보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검색 결과가 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곽 의원에게 그 누구도 '국회의원을 하기에 옷이 너무 작다'고 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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