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조 쓰고도 '반쪽이' 도입..미국에 '휘둘린' 무기사업
유선의 입력 2017.09.18 21:57
1500억원 투입..한·미 양측 모두 검증해야
주도적 입장서 구매해야 가격인하·기술이전 가능
[앵커]
1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생산한 지 45년 된 미국산 헬기를 사기 위해서 1500억원이나 썼는데 1년 만에 부품 공급이 중단됐다는, 그래서 이 헬기가 이제 무용지물이 됐다는 소식을 단독으로 보도해드렸습니다. ☞[단독] 박근혜 정부 당시 '45년 쓴 미군 헬기' 1500억원 들여 구매 (http://bit.ly/2y9mp3q)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계속해서 무기 구입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무기 거래가 안보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무기 구입 상황을 봐도 우리가 가장 많은 미국 무기를 사면서도 이른바 '호갱' 신세가 아닌가, 미국으로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사들이는데 정작 '호갱'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 내용을 준비하면서도 저도 놀란 내용들이 꽤 있는데, 정치부 유선의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45년 된 헬기 얘기부터 짚어볼까요. 현재 제 성능을 발휘하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훈련과 일상업무에 쓰이고는 있지만,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거나, 아니면 해상 작전에는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고, 또 미사일 경보체계가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실전에 투입됐을 때는 회피 성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럼 이런 걸 왜 샀는지 분명히 책임을 가려야 하겠지만, 미국도 당연히 이런 상태라는 건 알았겠지요?
[기자]
45년 동안 직접 운용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고, 특히 사업에 1500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면 충분히 그 구입 과정에서 성능 평가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성능 평가가 이루어졌는지 한·미 양측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앵커]
저희가 1부에서 이 내용을 전해드릴 때 당시 국방장관이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고 그 당시 김관진 장관 이 먼저 이 헬기의 구입을 검토하라라고 강력하게 지시해서 결국은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이 돼서 구입이 됐다라는 얘기까지 전해 드렸습니다. 그 얘기는 여기서 다시 하지는 않겠습니다. 1500억원. 엄청난 금액인데, 우리가 지금까지 산 미국산 무기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2006년에 방위사업청이 개청을 했습니다. 그 이후에 10년 동안 2015년까지 구입한 금액이 36조 360억 원입니다. 이 기간 세계 1위인데요.
이외에도 지금 우리가 F-35A 40대를 더 사는 데 최소 4조 원. 그리고 글로벌 호크 고고도무인정찰기 4대를 구입하는데 1조 원 정도 등 해서 약 10조 원어치를 더 살 게 남아 있습니다.
[앵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물건을 사는 바이어가 갑인 게 보통의 상거래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유독 미국산 무기 문제는 파는 미국이 갑이고 우리가 을이 되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기자]
실제로 우리가 구입한 금액으로는 1등 구매자지만 그러나 미국이 분류하는 1등 손님 그룹에 속하지는 못해 있습니다.
미국이 설정한 대외 군사판매 FMS 등급 분류 그룹을 보겠습니다.
영국, 프랑스 등 나토 27개국이 1그룹이고 그리고 한국은 호주, 일본, 이스라엘 등과 함께 2그룹에 속해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제일 많이 사면서도 1등급은 못 된다, 아무튼 손님에도 그런 그룹이 있군요. 그럼 2그룹 대우는 받고 있습니까?
[기자]
실제로는 2그룹 대우도 받고 있지 못합니다. 예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영상을 보여드릴 텐데요. 왼쪽에 보이는 게 미국 '재즘' 단거리 순항 미사일입니다. 우리가 사기를 요청을 했는데 미국이 팔지 않았고요.
하지만 같은 2그룹에 속해 있는 호주에는 팔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다른 것을 어떤 걸 사야 되나 헤매다가 독일의 타우러스를 구입했는데 이 때문에 전력화가 상당히 늦어지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예도 들어보겠습니다. 글로벌호크, 아까 말씀드렸던 고고도무인 정찰기인데 영상수집기능 그리고 신호수집 기능이 같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팔 때는 신호수집 기능, 그러니까 감청 기능을 제외해서 이른바 '반쪽이'를 팔았습니다.
사실 신호수집 기능이 포함된 전체 완제품을 독일에는 팔았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지난번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개념적 승인', 그러니까 자기들이 잘 팔지 않았던 그런 무기를 적어도 개념적으로는 승인했다, 팔까 한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러면 이게 좀 풀리는 건가요?
[기자]
그렇게 생각할 수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된다는 의견입니다.
또 한 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영상이, 우리나라에서 자체개발한 '천무' 다연장로켓입니다.
개전 초기에 북한 장사정포와 화력전을 벌여야 하는 것인데 유도탄도 쏠 수 있고 무유도탄 그러니까 유도탄 기능은 없지만 화력이 센 무유도탄도 쏠 수 있는데 이 무유도탄은 미국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생산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여드린 것처럼 한 번만 터뜨리면 자탄 900발이 내장돼 있기 때문에 축구장 3개 넓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데요.
미국이 허가해 주지 않아서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이 정말 우리를 위하는 거라면 무기를 팔기 전에 이런 제약부터 풀어줘야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것들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앵커]
패트리엇 개량형, SM-3 미사일도 거론되고 있는데 이런 건 필요하지 않습니까?
[기자]
필요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무기들은 분명히 우리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그러나 전문가들은 45년 된 헬기를 사는 것처럼 미국이 판다니까 산다, 아니면 우리가 급하니까 산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살 건 사더라도 우리가 주도로, 그리고 우리가 구매자로서 제3국에 경쟁도 좀 붙이고 해야 가격도 낮추고 기술 이전도 받아서 어떤 일종의 기술 종속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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