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210600285

[단독]‘재판하지 않는’ 판사, 사법부를 장악하다
이범준·박광연 기자 seirots@kyunghyang.com 입력 : 2017.09.21 06:00:28 수정 : 2017.09.21 06:03:58 

ㆍ법원행정처 456명 전수조사

대법원장의 ‘비서조직’으로 불리는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 100%가 법원장·대법관으로 가는 길목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판사들 가운데 15% 남짓만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행정처의 사실상 1인자인 차장은 80%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올랐다. ‘재판하지 않는 판사들’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행정처 판사들은 퇴직 후 절반 이상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향신문이 20일 이용훈·양승태 대법원장 시절(2005년 9월~2017년 9월) 행정처에 근무한 전·현직 판사 456명(연인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8명 중 판사 출신은 6명이고, 이 중 5명이 행정처 출신으로 파악돼 행정처가 청와대를 잇는 핵심 연결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년간 행정처를 거치고 고법 부장판사 승진 시기를 맞은 44명은 빠짐없이 승진에 성공했다. 행정부로 치면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율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 10년 사이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10~15% 정도에 불과하다. 현직 대법관인 처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행정처 최고위직인 차장 출신 10명 중 8명(80.0%)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됐다. 김황식·차한성·이상훈 전 대법관, 김용덕·고영한·권순일 대법관, 목영준·이진성 전·현 재판관 등이다. 차장 아래에서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 출신 5명 중 4명(80.0%)도 대법관·재판관이 됐다.

행정처를 거치고 퇴직해 변호사가 된 36명 가운데 32명(88.9%)이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 고법 부장판사나 대법관 등 사법부 핵심과 친분이 깊은 이들이 대형 로펌에 영입되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들어간 사람은 19명으로 행정처 출신 변호사의 과반(52.8%)을 차지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대형 로펌이 행정처 출신을 선호하는 것은 그들의 인맥은 물론이고, 전국 법관의 성향에 대한 정보력 때문”이라며 “결국 행정처 경험은 고위 공직이나 거액의 금전으로 바뀌는 황금알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관료화·정치화의 축이자 일선 판사들의 재판 독립을 저해하는 행정처를 전면적으로 개편·수술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선진국선 시민 참여·행정관료가 담당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한다고 법원조직법에 정해져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법원 인사와 예산을 위한 조직이지만 비대해지면서 외부와 유착하고 법원 내부를 통제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처의 모델은 일본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이다. 일본에서도 비판이 많다. 와가쓰마 사카에 전 도쿄대 교수 등은 “젊어서 사무총국에 들어가는 초엘리트들만이 종국에는 최고재판소 판사(대법관)가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선진국들은 사법행정기구가 판사들을 장악하지 못한다. 미국은 법원행정에 변호사·의회·시민으로 구성된 사법협의회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 주대법원에서는 법관이 아닌 행정관료가 대법원장을 보좌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법원행정이 각종 법원과 지방법원별로 분산돼 있고, 여기에 각급 의회 등 사회세력들이 관여한다. 

독일은 법관의 독립을 위해 전보인사를 금지하고 있다. 퇴직 때까지 한 법원에서 근무한다. 내부의 압력이나 간섭에서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스페인에도 행정처와 비슷한 조직이 있지만 최고법원과 분리돼 있고 판사 아닌 행정관료가 일을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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