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13325.html

군 사이버사, 청와대 요구로 국방부 안거치고 ‘공작 직거래’
등록 :2017-10-01 20:12수정 :2017-10-01 21:43

2011년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댓글작전’ 여론 변화 결과 보고 등 사이버사, 광폭 사찰·정치개입 확인 
기밀유지 위해 군용 케이직스 이용, 사용자 임의삭제 안돼 증거 남긴셈 
선거 앞 댓글수당 25만원까지 인상, 2013년 수사땐 “국방부 예산” 주장, 이번엔 “국정원 승인 예산” 밝혀

2013년 12월23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수사결과에 대한 질의에 답하던 중 자료를 보려고 안경을 쓰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3년 12월23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수사결과에 대한 질의에 답하던 중 자료를 보려고 안경을 쓰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재조사 티에프(TF)’가 1일 발표한 중간 조사 결과는 사이버사의 댓글 작업을 청와대가 직접 세세하게 보고받았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국방부 조사 내용을 보면, 사이버사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은 2011년 1월8일부터 2012년 11월15일까지 모두 462건으로 대부분 ‘일일 국내외 사이버 동향보고서’이지만, 정치 댓글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군 당국자는 “댓글 관련한 보고가 1장이 있다. 내용은 댓글 작전을 했더니 여론이 몇 %에서 몇 %로 바뀌었다는 결과에 대한 보고”라고 말했다. 이밖에 보고 내용엔 4·27 재보궐선거 당선 결과 분석 보고와 광우병 촛불시위 관련 동향 보고, 연예인 등 유명인사에 대한 에스엔에스(SNS) 동향도 포함돼 있다. 사이버사가 광범한 정치사찰이나 정치개입을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이버사는 청와대에 보고할 때 군내 ‘케이직스’(KJCCS·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와 ‘국방망’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케이직스는 군부대들이 군사 작전용으로 사용하는 내부망으로, 군내 보안을 요하는 사안은 케이직스를 통해 보고하도록 돼 있다. 반면 국방망은 국방부와 군부대가 이용하는 내부 행정망이다. 케이직스로 보고한 것은 비밀 유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케이직스 서버는 사용자 임의로 삭제가 안 된다. 이번에 서버 복원을 통해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기밀 유지를 위해 케이직스를 이용한 게 오히려 흔적을 남긴 꼴이 된 셈이다.

국방부 직할 부대인 사이버사가 국방부를 제치고 청와대에 직보한 것은 사이버사와 청와대가 직접 소통했음을 보여준다. 군 당국자는 “통상 청와대에 보고할 때는 지휘계통을 밟아 국방부를 통해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청와대에 직보한 것은 아마 청와대의 요구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4일 공개된 ‘사이버사령부 관련 비에이치(BH) 협조 회의 결과’(2012년 3월10일) 문건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 문건에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의 요청에 따라 사이버사가 “동향보고서는 (천영우) 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 (윤영범) 국방비서관에게 제공, 작전 결과는 대면보고만 가능하도록 협조”한다고 적혀 있다. 이번 국방부의 중간 조사 결과는 이 문건을 좀더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또 사이버사 530단 요원들에게 지급된 ‘댓글수당’(자가대외활동비)이 총선·대선이 몰린 2012년에 대폭 오른 점을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530단 요원들의 댓글수당은 2010년 3만원으로 신설된 뒤 2011년 5만원이었다가 2012년 25만원으로 인상된 사실이 지난달 이철희 민주당 의원의 자료 공개로 드러난 바 있다. 국방부는 “자가대외활동비는 국방부에 편성된 정보예산이나, 국가정보원에서 조정·승인하고 국정원에서 감사하는 예산”이라며 “2012년 증액 경위와 국정원의 관여 여부는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2월 사이버사 댓글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댓글수당에 대해 “국정원이 아닌 국방부 예산으로 지급한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또 2013년 2월 사이버사가 당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댓글 3천여건을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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