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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국정원, 방통위 간부 승진 때 ‘사상검증’
등록 :2017-10-10 18:15

신원조사 통해 심사과정 개입
방송사 파업 반대·북한 비판 등
친정부 성향 간부들 긍정평가
방통위 “결격사유 판단에만 활용”

2015년 6월 국가정보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간부 승진 대상자를 신원조사한 문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15년 6월 국가정보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간부 승진 대상자를 신원조사한 문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간부의 승진 심사 때 현미경식 ‘사상검증’을 한 정황이 10일 드러났다. 국정원은 방통위에 보낸 승진 대상자 ‘신원조사 회보서’에서 ‘방송 정상화’에 역행하는 정책을 만든 간부를 긍정평가하는가 하면,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국정원 업무 옹호 여부까지도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공직자 신원조사는 보안업무규정에 따른 것이지만, 이런 사상검증은 통상적인 조사 범위를 벗어나는데다 방통위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13년 6월부터 현재까지 방통위가 국정원에서 받은 20여건의 ‘간부 승진 대상자 신원조사 결과 회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회보의 ‘국가관 및 직무자세’ 평가 항목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가령, 2015년 6월 회보에서 국정원은 방통위 간부 ㄱ씨를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며 방송의 공영성을 위해서 유관부처와 긴밀하게 대응”했다고 평했다. ㄱ씨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태스크포스(TF)·미디어렙 법안 발의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방송정책을 담당했고, 2012년 한국방송·문화방송 파업 때는 지상파 정책을 맡았다. 4급 서기관이었던 그는 이 문서가 전달된 승진심사에서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또 다른 승진 대상자 ㄴ씨를 두고는 2015년 5월 “과거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업무 경험을 토대로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감청 업무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고 적었다. 국정원 업무 옹호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ㄴ씨는 1년 뒤 4급 서기관에서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국정원은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도 평가에 포함했다. “일부 방송 영화의 북한(간첩) 미화에 우려 표명 등 안보관이 투철”하다거나 “국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종북좌파 세력의 용어선점전술을 경계해야 한다며 북(北)주체사상의 허구성을 강하게 비판”, “실패한 체제인 북한에 동조하는 종북세력은 발본색원해야 할 대상이라 지칭” 등을 기록했다.

방통위 간부를 상대로 한 국정원의 신원조사는 2008년 시작됐다.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행정기구인 방통위로 개편되면서다. 박홍근 의원은 “정상적인 조사 범위를 넘어선 국정원의 공직자 ‘사상검증’ 탓에 방송자유 수호에 앞장서야 할 방통위의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됐다”며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승진심사 개입을 두고 ㄱ씨와 ㄴ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그런 내용이 기록된 줄 몰랐다. 기록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방통위 쪽은 “국정원 신원조회서를 통해 승진대상자의 결격 사유가 있는지만 판단할 뿐, 그 이상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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