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8175
전직 사이버사 요원 김석중은 왜 차에 치여 숨졌나
군 사이버사의 정치 개입과 한 내부고발자 군인의 죽음
17.10.16 11:27 l 최종 업데이트 17.10.16 11:29 l 박석진(2000psj)
▲ 연제욱(왼쪽)·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 연합뉴스
2014년 6월, 국군 대구병원에서 근무하던 김석중씨가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김석중씨가 숨지기 보름 전까지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에서 근무했던 인물이었으며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사건의 최초 내부 제보자라는 점이었다. 김씨는 심리전단에서 합성사진과 동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담당했는데 주로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정치인이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겨냥한 내용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박범계 "사이버사령부 여론 조작 군무원 의문의 죽음").
2013년 10월 안규백 의원실(당시 민주당)이 확보한 자료와 <한겨레> 신문의 취재를 통해 군 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과 같이 인터넷 상에서 댓글공작 등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국방부가 자체 수사에 착수하자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은 컴퓨터 하드디스클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외부에서 교육을 받던 김씨는 이 자료를 삭제하지 않고 국방부 조사본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방부 조사본부는 인터넷 상에서의 댓글공작이 상부의 지시 없는 군 사이버사 요원들의 개인적 일탈행위라며 대선 개입 관련 군 내외 지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내며 연제욱, 옥도경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들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나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작성한 정치 댓글이 3만건이 넘고 군 검찰 공소장에 연제욱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이 매일 상황회의에서 인터넷과 SNS 상 중요 이슈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연 전 사령관 본인의 대응 지시가 있었던 것이 적시되는 등 추가 사실들이 드러났다.
결국 2014년 8월, 국방부 조사본부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활동과 관련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두 사령관을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로 입건하고 다른 19명의 심리전단 요원도 정치관여 혐의로 입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본부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국정원과의 연관성이나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 관련 혐의는 부정했다.
한 내부고발자 군인의 죽음
시기상으로 보면 김석중씨의 죽음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 직전에 있었다. 김씨는 국방부 조사본부에 제보한 대가로 정보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국군 대구병원으로 전출됐고 김기현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총괄 계획과장에게 "내가 적절한 시기에 양심선언을 할 것"이라 말한 뒤 보름 만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김씨를 승용차로 친 가해자는 중형이 예상됐으나 법원의 선처를 받아 사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의원(더불어 민주당)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석중씨 교통사고 자체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다는 제보가 있다며 제보가 매우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고 적었다.
지난 9월 29일,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재조사 TF'(아래 재조사 TF)는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 등 정치개입과 관련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1월 8일부터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 15일가지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청와대로 'KJCCS'(한국군 합동지휘통체계, Korean Joint Command and Control System)과 국방망을 이용해 462건에 달하는 문서가 보고되었다고 한다. 보고된 문서에는 △유명인들에 대한 에스엔에스 동향 △4·27 재보궐선거 당선 결과 △광우병 촛불시위 관련 동향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 사이버사령부가 동향을 보고한 유명인 중에는 정치인으로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야권 인사 뿐아니라 홍준표 새누리당 의원 등이 포함돼 있었고 연예인 중에는 이효리, 김미화, 김제동 등이 있었으며 문재인 당시 노무현 재단 이사장도 예외없이 사찰 대상이 되었다.
군 사이버사령부는 주요 인사에 대한 사찰과 더불어 인터넷 상 여론조작에도 공을 기울였다. 김기현 전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부이사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을 통해 대통령 관련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위해 사실상의 여론조작을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사에 대통령 비난 90%, 대통령 찬성 10% 비율로 댓글이 달리면, 심리전단 요원들이 댓글공작 결과 대통령 찬성 70%, 반대 30%으로 바뀌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군 핵심 통신체제를 댓글 보고에 사용한 군 사이버사령부
KJCCS는 군 내부 비밀 전산망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국방부와 합참, 군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되며 평시에는 군 작전계획이나 무기운용체계와 관련된 비밀문서를 작성·공유하고 전시에는 전장상황에 따른 군 수뇌부의 지휘사항을 송수신하는 전장망에 속하며 한국군 지휘통제체제의 가장 상위 핵심체계이다. 군 사이버사령부는 이같은 군의 핵심 통신체계를 국내의 정치인, 연예인의 정치성향과 뒷조사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하는 통로로 이용한 셈이다.
재조사 TF의 조사결과는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의혹의 핵심에 있는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이 심리전 대응결과를 보고 받았는지 여부와 관련해 과거 수사기록에서 530 심리전단 상황일지와 대응결과보고서로 추정되는 문서들이 편철되어 있음을 발견했고 당시 수사과정에서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이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2012년 사이버 심리전 작전지침 역시 김 전 장관이 서명한 문서이고 이 외 김 전 장관이 결재한 사이버 사령부 비밀문서들을 확보하여 현재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해 지난 10월 11일, 검찰은 연제욱, 옥도경 당시 군 사이버사령관을 소환 조사했으며 두 전임사령관이 "댓글 활동을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검찰이 확보한 옥도경 전 사령관과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의 2014년 대화 녹취록에는 이 전 단장이 심리전 공작에 대해 "부하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김관진) 장관이 시킨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있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관진 전 국방장관을 출국금지조치했으며 김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을 겨누는 의혹들
재조사 TF의 조사결과는 예산 지원 등 국정원과의 연관성 여부와 관련해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530 심리전단 근무자에게만 지급되었던 자가대외활동비(일명 댓글수당)이 2010년 3만원이었다가 2011년에는 5만원, 2012년에는 25만원으로 인상된 사실도 확인했다며 증액과 관련해 국정원의 관여 여부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4년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예산 편성권이 국정원에 있음을 인정하면서 2011년에는 30억원이던 예산이 2012년에는 42억원, 2013년에는 55억원으로 증액된 사실을 인정했는데 폭증한 군 사이버사령부 관련 예산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재조사 TF의 조사결과는 고 김석중씨의 사망과 관려하여 사이버사령부에 근무했던 고 김석중씨 PC에 댓글 작업문서 등이 다량 저장되어 있었다며 이 중 청와대에 보고한 문서가 저장되어 있는지 확인 중에 있으며 사망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내부고발자 군인의 의혹의 죽음 밝혀야
2012년 총선 그리고 대선은 총체적인 부정선거였다. 국정원, 경찰, 국가보훈처 등 국가의 주요한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총체적인 부정선거를 저질렀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군대가 있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은 상식적인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는 현대사의 상당 기간이 군대가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 아래서 전개되었고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역사가 수반되었다. 그런 점에서 1987년 민주화 대투쟁은 본질적으로 군사독재와의 싸움이었으며 수많은 희생의 대가로 대통령 직선제와 더불어 군의 정치적 중립을 헌법에 명시하는 성과를 낳았다.
따라서 2012년 총·대선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가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사실은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사건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하에서 묻혀졌던 진실이 다시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군대의 거대한 부조리에 저항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한 내부고발자 군인에 대한 의혹 역시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주간 소식지 'Watch M' 제112호에 게재된 칼럼을 수정 보완한 글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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