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76091
수문 열면 해결될 걸 혈세 138억 더 쓰겠다는 정부
[주장] 농어촌공사가 헛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하는 이유
17.11.14 15:39 l 최종 업데이트 17.11.14 21:09 l 글: 정수근(grreview30) 편집: 김도균(capa1954)
농어촌공사가 138억 원의 국고를 털어 경북 칠곡군 약목면 무림지구 배수터널 공사를 착공했다. 농어촌공사 대구·경북본부 성주칠곡지사 공사 담당자에 따르면 "무림지구 배수터널 공사를 지난달 11일 착공했고, 현재 본 공사를 준비 중에 있다"고 10일 밝혔다.
▲ 칠곡보 담수로 인해 농경지에 수시로 물이 차오르는 덕산들. 칠곡보의 관리수위과 덕산들의 해발높이가 거의 비슷하다. 이처럼 4대강 보 주변에서는 이와 비슷한 피해를 입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무림지구 배수터널 공사는 낙동강 칠곡보 담수로 인한 지하수위 상승에 따른 제내지(둑 안 땅) 농경지인 칠곡군 약목면 무림리 일대의 '덕산들'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한 조처로 실시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칠곡보 관리수위를 조금만 조정하면 필요 없는 사업으로 공연히 138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국고를 손실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 "가뭄 걱정?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것들")
칠곡보 강물 채우자 인근 덕산들 침수피해 문제 발생
칠곡군 약목면 덕산들의 침수피해 문제가 제기된 것은 칠곡보에 관리수위까지 강물을 채우기 시작한 2012년부터다. 당시 9월에 태풍 산바가 국내를 강타하면서 이곳 덕산들이 심각한 침수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당시 침수피해의 원인을 칠곡보 담수에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하고 대책을 세워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칠곡보로 강물을 가둬 강 수위가 올라가자 덕산들의 배수 체계가 교란당하면서 배수 불량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배수 불량에 따른 침수피해 문제는 4대강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에 당시 정부는 처음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다 언론 보도 등으로 논란거리가 되자 끝내 문제를 인정하게 된다. 그러고 마련한 대책이 배수장을 증설하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는 2012년 상시배수장 긴급 증설을 해서 강제 배수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해결이 안되자 2015년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덕산들 한가운데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인공저류조를 팠다. 그리하여 인공저류조에 차오른 지하수를 매일 대형 배수펌프를 이용해 강제로 배수시키고 있는 것이다.
보로 강물을 가둔 이상 매시간 차올라오는 지하수를 배출시키기 위해서 가동되는 배수펌프 전기세 등 부대비용은 또 얼마이겠는가? 어쨌든 2015년 완공된 이 인공저류조 건설로 일단 농지에 지하수가 차오르는 일상적인 피해는 완화되었다는 것이 이곳 농민들의 증언이다.
▲ 칠곡보 바로 옆 덕산들은 칠곡보 담수로 농지침수 피해를 입고 있다. ⓒ 정수근
▲ 덕산들의 침수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에서 덕산들 한가운데 60억을 들여 인공저류조를 만들어 배수펌프 시설로 상시로 차오은 지하수를 빼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또다시 138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국고(농림축산식품부 예산)를 투입해 덕산들에서 칠곡보 아래 약 1km나 되는 거리를 직경 3.2m의 거대한 배수터널로 연결해 덕산들의 차오른 지하수를 칠곡보 아래로 배출시키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칠곡보가 들어서기 전과 같이 자 연배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공사란 것이 농어촌공사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그간의 대책 수립과 중복되는 것으로 다분히 예산의 중복집행 성격이 짙고, 칠곡보 관리수위만 조금만 조정하면 결코 들이지 않아도 될 예산이라, 국민 혈세가 또 한 번 강물 속으로 줄줄 새어나가게 생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칠곡보 관리수위 3m만 떨어뜨리면, 138억의 국고 손실 막을 수 있다
칠곡보 관리수위는 해발고도 25.5m다. 그런데 덕산들의 해발고도 또한 25.5m로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칠곡보에 관리수위까지 강물을 채우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로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그 해결책도 그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칠곡보 관리수위가 문제의 시작이니 이를 3~4m 정도만 떨어트려 주면 별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와 이곳 주민들의 주장인 것이다.
▲ 무림배수장에서부터 칠곡보 아래로 배수터널을 뚫겠다는 것이다. ⓒ 정수근
이에 대해 배수터널 설계를 담당한 농어촌공사 대구·경북본부 담당자 또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배수터널은 덕산들의 상시적인 자연배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시공하는 것이다. 칠곡보로 인한 침수피해에 대해 농민들의 거듭된 민원이 발생했고 그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된 방법이다. 결국, 이곳 덕산들의 배수 문제를 칠곡보가 들어서기 전 수준으로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칠곡보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을 농어촌공사도 인정한 셈이다. 따라서 칠곡보를 없애든 칠곡보의 관리수위를 내리든 둘 중의 하나의 방법을 택하면 덕산들의 문제는 해결된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지난 정부의 적폐라 규정하고 4대강의 재자연화를 공약했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4대강 보 수문개방에 이어, 13일은 추가로 수문이 개방됐다.
그렇다면 덕산들 침수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칠곡보의 수문 또한 열리는 것이 합리적 결정이다. 그러나 칠곡보 상류에 구미 광역취수장이 있어서 칠곡보 관리수위를 떨어트리게 되면 구미 광역취수장에서 취수를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칠곡보 관리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것이 지난 정부부터 지금까지도 되풀이되고 있는 주장이다.
▲ 구미광역취수장인 해평취수장 정부에서는 칠곡보 관리수위가 떨어지면 이곳 취수장에서 취수를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칠곡보 관리수위를 못 내린다 하고 있지만, 최대 5.5미터까지 수위를 내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칠곡보의 관리수위가 해발 25.5m이고 구미 광역취수장의 취수 가능 수위가 해발 25.1m이기 때문에 수문을 열더라도 그 차이인 겨우 40cm 정도만 수위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주장이 그대로 이어져 지난 10일 있었던 문재인 정부의 낙동강 보 수문 추가개방 발표에서 칠곡보가 빠진 것이리라.
구미 광역취수장 취수 문제는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는 달랐다. 구미 광역취수장의 취수 가능 수위는 해발고도 20m에서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구미 광역취수장인 해평취수장을 맡아 관리해오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 관리단 담당자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다음과 같이 실토했다.
"평소에는 해발고도 25.1m에서 취수를 하고 있으나, 비상시에는 해발 20m에서도 취수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수위가 더 떨어져도 취수는 가능하다. 다만 20m에서는 비상 상황에서만 가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2011년 4대강 사업 당시 장마 등의 영향으로 구미 광역취수장 앞의 임시물막이와 송수관로의 파손으로 취수를 할 수 없어 당시 수돗물 대란이 발생하자, 수자원공사에서는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취수가 가능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재정비하겠다고 발표한 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 2011년 4대강사업 기간 중 임시가물막이 파손으로 취수를 할 수 없게 되자, 응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2011년 5월 13일 당시 <국토일보>는 관련 내용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K-water는 오는 14일까지 취수용 물막이의 유실과 같은 응급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수중 펌프 22대를 설치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 30만㎥ 이상의 비상취수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또한, 안정적이며 항구적인 예비 취수대책으로 취수수위의 변동에 관계없이 하루 30만㎥ 이상의 취수가 가능하도록 저수위에 예비 취수설비를 설치키로 하고, 설계에 착수했다. 예비 취수설비는 오는 7월 준공 예정이다."
138억의 국고 손실 막기 위해서라도 칠곡보 수문은 열려야 한다
이 보도에서도 확인되듯이 관련 설비는 당시 이미 완공됐다. 따라서 의지만 있다면 칠곡보 관리수위를 해발 20m까지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칠곡보 관리수위를 현재 25.5m에서 20m까지, 즉 5.5m나 내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13일 농어촌공사를 통해 확인한바 덕산들 신무림배수장의 바닥고 높이가 22.5m이니 정확히 3m 이상만 칠곡보 수위를 떨어트리면 덕산들의 자연 배수가 가능하다. 즉 환경단체와 농민의 주장이 정확한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 굳게 닫힌 칠곡보의 수문이 활짝 열려야 한다. 그러면 덕산들의 침수피해 문제는 저절로 해결 가능하다 ⓒ 정수근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장은 다름과 같이 주장했다.
"138억 원이나 되는 국고를 낭비하지 않고 칠곡보 관리수위만 조정하면 해결될 문제를 농어촌공사가 굳이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예산을 쓰기 위한 '묻지마 공사'라 볼 수 있다. 농어촌공사는 쓸데없는 토건 공사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정부에 칠곡보 관리수위를 조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진정 농민을 위하는 길이자, 국고의 추가 손실을 막는 길일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접한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 또한 이 모든 문제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 탓으로, 그 무책임을 강하게 성토했다.
"배수터널은 칠곡보 설계 시 농지침수, 지하수위 상승에 다른 습해의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4대강 사업 완료 후 농민들은 계속해서 농지 배수 문제와 지하수위 상승으로 농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해왔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자세를 유지하다가 소송에서 법원의 판결 이후 농지 승고와 이러한 배수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국책사업임에도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되었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취․양수장의 취수구 높이 조정을 하지 않아 가두어둔 물을 사용도 못 하게, 수문개방도 못 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책임을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MB의 유산 4대강 적페가 아직도 여전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4대강 적폐가 하루속히 청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적폐 청산을 약속했고, 그 일환으로 4대강 보의 수문 개방을 지시한 것이리라. 그런데 이번 4대강 보 추가개방 조처에서 칠곡보를 비롯한 낙동강 대구·경북 구간의 모든 보의 개방이 보류되었다. 퍽 유감스러운 현실이다.
▲ 2015년 당시 덕산들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저류조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모습이다. ⓒ 정수근
아마도 4대강 보를 유지하려는 어떤 세력들의 입김이 아직도 여전히 작용하는 듯하다. 그런데 칠곡보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취수 문제 운운하는 왜곡된 정보로 인해 이런 식의 국가정책 혼선이 야기됐다면 이는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국가정책에 발목을 잡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배수터널 공사, 지금이라도 중단되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4대강 적폐 청산과 4대강 재자연화를 천명한 만큼 지금이라도 보다 철저히 모든 사항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칠곡보 경우 수위를 5.5m나 내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취수 문제 운운하며 수문을 열 수 없다고 하는 일련의 사태와 같이 더이상 정부 정책을 기만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여전히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특히 영남권에서는 더욱 심한 것 같다. 그 세력들의 입김에 의해서 이번 수문 추가개방에서 낙동강 6개 보들이 빠진 것 같다. 4대강 보 모니터링 민관협의회 같은 기구의 구성의 왜곡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고 결국 국가 정책결정에 혼선을 초래한다. 그래서 왜곡된 여론을 조장하는 이들을 찾아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낙동강 유역의 주민 및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낙동강 네트워크'의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의 단호한 외침이다.
▲ 낙동강 수질 및 수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낙동강 수계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연대기구인 낙동강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수문개방 촉구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 정수근
덕산들 침수피해 문제는 칠곡보로 인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칠곡보의 존치와 운영 여부가 충분히 고려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의 배수터널 공사를 결정하면서 칠곡보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근시안적인 행정의 현주소인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해답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책 결정에 있어서 폭넓은 안목이 필요한 이유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과 같이 쓸데없이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일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칠곡보 배수터널 공사는 아직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다. 따라서 칠곡보 수문이 열리면 덕산들 문제는 곧 해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배수터널 공사는 지금이라도 중단되는 것이 옳다. 정부와 농어촌공사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지난 9년간 낙동강 현장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하고, 4대강은 반드시 재자연화 되어야 합니다. 이 기사는 그 길로 가기 위한 현장 고발기사입니다. 지역 대안언론인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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