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618061802756


국회 파행에 유치원 3법 '흔들'..학부모단체 이달말 총궐기

신하영 입력 2019.06.18. 06:18 


패스트트랙 지정 후 6개월간 국회 상임위 논의 무산

처벌수위 낮은 중재안, 법적용에 2년 걸려 수정 필요

국회 파행으로 교육위 심사 못하고 25일 법사위 行

"본회의 통과 무산되나"..총선 앞두고 불안감 확산


지난 3월 말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법인 설립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3월 말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법인 설립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가 국회 파행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논란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지만 6개월간 상임위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서다.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는 상정되겠지만 총선이 코앞이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반격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유치원 3법 국회통과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유치원 3법, 25일이면 법사위로 넘어가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5일이면 유치원 3법은 상임위 손을 떠나게 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에서 180일, 법제사법위에서 90일간 심사한 뒤 본회의에 부의된다. 패스트트랙은 상임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국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지만 논의과정만 330일이 걸린다는 게 맹점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의결된다고 하더라도 법 시행은 11월 22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유치원 3법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중 비리유치원 명단을 폭로한 뒤 발의됐다. 일부 사립유치원이 교비로 명품가방, 성인용품 등을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박 의원은 당론으로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지원금 명목으로 각 유치원에 지원하는 누리과정예산을 보조금으로 바꾼 뒤 이를 교육 외 목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죄로 처벌토록 한 게 골자다. 형법상 횡령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박 의원 안에 반대하면서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의 중재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중재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이 통과되더라도 비리 사립유치원장에 대한 처벌을 2년 뒤에나 가능하게 했다. 유치원 3법이 규정한 처벌을 법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으로 못 박아서다. 교육계에서 중재안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중재안 수정해야”…학부모들 부글부글


오는 25일이면 유치원 3법은 교육위에서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법사위는 상임위와 달리 현행 법체계와의 정합성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이 때문에 결국 수정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비대위 위원장은 “유치원 3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상임위에서 6개월간 관련 논의를 안했다는 것은 직무 유기”라며 “이러니 국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에서 법안 수정을 논의하지 못하더라도 국회 본회의 부의 이후 표결 전까지 수정안 마련은 가능하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립유치원장들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경우 법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수정안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개학연기투쟁 무산으로 잠시 움츠러들었던 한유총이 최근 유치원 3법 무산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한유총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립유치원 원장 167명은 지난달 24일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사용 의무화를 규정한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며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사립유치원은 설립자의 소유”라며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 의무화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처벌수위도 강화” 학부모들 총궐기 예고


중재안에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은 교비를 교육 목적 외로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처벌 수위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했다. 이는 교비를 목적 외로 사용했을 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현행 사립학교법보다 낮은 수위다. 현행 형법상의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교육계에선 사립유치원의 법인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립유치원도 초중고교와 같이 앞으로는 개인이 아니라 학교법인만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미 설립된 사립유치원에 소급 적용하긴 어렵지만 향후에는 학교법인만 사립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면 근본적인 유치원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유치원 3법에 이를 담아야 에듀파인 의무화 등에 반대, 폐원하고 나가는 사립유치원을 법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유치원학부모비대위는 이달 말 학부모 총궐기 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립유치원 비리가 근절되지도 않은 마당에 유치원 3법의 국회통과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며 “학부모 1만 명 이상이 모이는 학부모 총궐기대회를 열어 법안 통과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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